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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의 난?…'박상기의 난'과는 닮은듯 다르다

은성수 "암호화폐 보호할 수 없다"...투자자 "누가 보호해달래?"

김기영 기자 | kky@newsprime.co.kr | 2021.04.23 19:06:26
[프라임경제] "가상자산 투자자를 정부에서 다 보호할 수는 없다"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말 한마디를 두고 암호화폐 투자자 사이에선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2018년 초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까지 염두에 둔 법안을 검토 중"이라 언급했던 박상기 전 법무장관이 다시 언급되며, 은 위원장과 정부를 강력히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거래소 폐쇄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조정장세를 넘어선 폭락 수준의 급락은 투자자 손실로 이어졌다.

현 상황을 두고 업계 전문가는 "올 초부터 급등한 피로감에 조정을 받는 것뿐"이라는 의견을 냈지만, 대부분 투자자는 때마침 가상자산 시장에 부정적 메시지를 제시한 은 위원장에게 책임을 돌리는 모양새다.

은 위원장은 지난 22일 미등록 가상화폐거래소의 폐쇄 가능성을 언급하며, 투자자에게 "9월에 거래소가 폐쇄되면 보호 받을 수 없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이를 두고 투자자 A씨는 "우리가 언제 보호해 달라고 했냐"며 "방해만 하지 말라"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2018년에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 거래소 폐쇄 언급으로 많은 투자자가 고생했다"며 "한 관료의 무지로 시장에 피해가 갈까 우려스럽다"고 일갈했다.

A씨 지적처럼 은 위원장 발언과 시장 급락은 마치 지난 2018년 1월을 연상시킨다. 당시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은 암호화폐 시장과 관련해 거래소 폐쇄안을 포함한 초강경 대처 의지를 발표했다. 투자자에겐 악몽과도 같았던 발표 당일 다수 가상화폐는 30% 이상 급락했으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비롯한 메이저 코인 역시 악영향을 피할 수 없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돌아갔고, 일부 투자자는 커뮤니티 등에 문, 가구, 컴퓨터 등 집기를 부순 사진을 올리며 분노를 표출했다. 이를 두고 코인판에선 '박상기의 난'이라 부르며 분노했고 '박상기'는 시장 금기어가 됐다.

은 위원장의 한 마디에 급락한 코인시장의 오늘이 어쩌면 그 때와 닮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시와 지금은 큰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골수 투자자들은 규제가 시장의 흐름을 막을 수 없다고 확신하고 있다. 4년 이상 투자해 온 B씨는 "박상기의 난, 당시와 비교해 비트코인 가격이 4배 가까이 올랐다"며 "이는 제도권 불신이라는 허들을 넘었다는 의미"라 자평했다. 이어서 "앞으로도 수많은 악재들이 닥치겠지만 결국 시장 흐름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 자신했다.

종전과 달라진 또 다른 점은 코인시장이 점점 제도권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이 기관투자자로 부상했으며, 테슬라에선 비트코인으로 차량을 판매할 계획까지 발표했다. 더불어 미국 대형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는 나스닥에 상장하기도 했다.

지난 2018년 음지에서 진행되던 '그들만의 리그'가 양지에 자리를 잡았다고 볼 정도로 가상자산에 쏠리는 관심도 커졌다. 이 같은 변화는 잇단 악재와 규제에도 투자자들이 끝까지 버틸 수 있는 이유다.

가상자산 투자 환경 변화가 투자자 멘탈 강화로 이어져 펀더멘털이 높아진 셈이다. 그럼에도 은 위원장의 발언이 시장에 파장을 일으킨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해당 기간 국내에선 김치 프리미엄(이하 김프)이 붕괴되며, 한 때 역프를 기록하기도 했다. 글로벌 조정에 따른 하락은 차치하더라도 은 위원장이 김프 붕괴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한 업계 전문가는 "해외시장에선 이번 하락을 두고 큰 폭의 조정을 받는 중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국내에선 김프 붕괴까지 함께 일어나며 폭락장으로 왜곡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10% 중반대를 기록했던 김프는 23일 현재 2% 안팎까지 떨어지며, 글로벌대비 하락폭은 2배에 달한 원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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