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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월마다 '환율개입 공개' 치욕 임박…靑·정부 대책 아직 깜깜이?

미국 vs 중국 무역전쟁에 딱히 인접국 대책도 마땅찮아…중기 대책 등 골든타임 잡을 때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4.05 08:48:45

[프라임경제] 환율 문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조만간 환율 보고서를 발표하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를 난타하려는 미국의 속내가 점차 분명해지고 있기 때문.

미국은 지난 2015년 교역촉진법을 제정한 바 있다. 환율조작을 통한 불공정 무역 불공정을 막자는 것인데, 환율관찰대상국 혹은 환율조작국에 대한 견제를 이전 법 시스템보다 강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환율조작국이란 수출을 늘리기 위해, 즉 자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인위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해 다른 나라 통화와 자국통화 간 환율을 조작하는 국가를 지칭한다. 관찰대상국은 조작국 지정의 직전 단계다.

미국이 이번 보고서에서 우리를 환율조작국으로 점찍을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다. 대만과 우리 등 몇개 나라가 관찰대상국 단골 거론국가인데다, 무역전쟁 와중에 보여주기식으로 펀더멘탈이 튼튼하고 대미 수출에서 재미를 오래 봐온 나라들을 난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무역전쟁 희생양 될까 우려? 그렇다고 1개월 자료 공개라니!

미국 무역대표부가 중국산 1333개 품목에 25% 고율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자 중국은 바로 반격 조치를 단행하는 등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산 대두(콩)과 자동차 등 106개 세부상품에 25% 관세 보복을 천명한 것.

이처럼 최근 무역전쟁 불씨가 재차 살아나는 상황에서 미국은 환율 이슈를 가지고 중국을 압박하려 들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중국을 막바로 지정하는 상황에 일본과 한국이 덩달아 끌려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보다 가능성은 적으나, 혹은 시범 케이스로 우리 등만 지목당해 중국에 보여주기식 규제를 받을 여지도 일각에서는 논의한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을 피할 방법이 마땅찮다는 점이다.

 

환율 개입 상황을 미국 정부에 알려주는 문제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지나친 정보 공개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외환시장에서 우리를 겨냥한 투기 발생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진은 KEB하나은행 명동점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살피는 모습. ⓒ 뉴스1

한국 당국이 미국에 환율조작 우려를 확실히 제거해 주는 방법이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뿐. 공개로 방향을 트며 협조를 구하는 게 명분이 없지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우리 당국이 1개월 단위로 개입(조작) 문제를 개입해 줄 것을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매년 1·4·7·10월에 전분기 개입 내역을 공개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지나친 공개 압박이라는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물론, 일본·영국·캐나다 등 선진국들은 월 단위로 1개월 후에 개입 내용을 공개하기도 한다. 실시간(리얼타임)으로 공개하지 않고 이후에 내놓더라도 1개월 정보를 제시하는 게 뭐가 어렵냐는 지적이 나올 수는 있는 것.

하지만 우리는 사정이 다르다. 나라별로 떼어놓고 보자. 영국의 경우 파운드화가 세계 전역에서 통용되는 기축통화 지위를 누려온 전통이 있다. 경제적 규모나 수출 의존도 면에서도 우리와 일본을 막바로 비교할 수 있는지 의문도 있다. 안전자산으로 글로벌 통화로 취급되는 스위스 프랑화의 경우도 1년 정보가 제공된다. 경제 규모가 워낙 작아서, 작은 변수에도 환율이 크게 출렁거릴 수 있는 특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무역대표부가 지난 7월 NAFTA 재협상에서 사실상 멕시코를 겨냥한 환율 조항을 삽입했듯, 한국 FTA 재협상 과정에서도 경쟁적 통화절하 방지와 외환정책 수립시의 투명성 제고를 요구하며 통화절상 용인 압박을 표면화했다"고 짚었다.

미국이 환율 문제를 집요하게 카드로 활용해 왔고 우리도 이미 사정권 안에 들어 있다는 얘기다. 결국 정보를 공개하든, 공개하지 않고 각을 세우든 어느 쪽도 크게 실익이 없는 상황이라면 공개를 통해 경제주권 침해 논란이 일더라도 보복으로 인한 수출 타격을 피하자는 쪽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역시 뚜렷한 방법 제시나 생각 정리에 아직 조심스러운 것으로 보인다. "환율조작 상황을 1개월 단위로 공개하는 방안이 미국과 논의 중이라는데, 내부 보고 상황이나 청와대쪽 견해 말씀이 있는지?"라는 질문에 5일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환율보고서가 곧 나올 텐데…그런 내용 담길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환율보고서를 미국 당국이 정리하는 것 그 자체를 지칭한다기 보다는, 환율 이슈에 대한 압박이 계속되는 상황인데 그런 내용이 교차적으로 우리를 압박하는 기류 전체를 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어떤 내용이 (보고서에) 담길지 모르는 상황으로, 대책이나 희생양이 될 수 있는 환율개입 정보의 한국과 미국 당국간 교류 문제에 대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중으로 여겨지는 대목이다.

어느 쪽이든 미국 희망대로 일단 변동? 연말엔 그래도 1030원선

조작국 지정 가능성을 철저히 외면한 채 경제주권만을 고집하기에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FTA 문제 등과 맞물린 미국의 종합적 압력이 있어 가능성이 약하다. 결국 청와대나 정부의 아직 모호한 스탠스에도 내심은 고심 끝에 조작국 피하기 실리 택하기로 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환율 흐름은 어떻게 될까? 이 메리츠 애널리스트가 "미국 보호무역의 직접 영향권에 있는 중국과 한국, 멕시코의 통화절상 용인으로 보드 달러 인덱스는 올 2·4 분기부터 완만히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망하는 등 환율 변동에 대한 가능성 논의가 여기저기서 이뤄지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환율이 10원 하락하 때 국내 자동차 연간 수출액이 4000억원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환율이 10% 하락하게 될 경우 운송 ·장비 쪽 타격이 특히 크다.

밝은 전망도 없지는 않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5일 보고서를 통해 "2분기에 1030원선 내외 하락이 가능하다"고 봤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당초 2분기 원·달러 환율 저점 전망을 1050원으로 잡은 바 있으나 이를 다시 하향 조정한 것이다. 다만 그는 장기적 관점은 그대로 고수했다.

"연말 1100원선 복귀 전망을 유지한다"고 그는 확인했다. 그 이유로 "장기적으로는 미 달러 지수의 상승 즉 미국 연방준비제도 긴축 강화 및 경제성장세 둔화에 원·달러 환율이 동조화될 가능성이 유효하다"고 제언했다. 

하지만, 그때까지 우리 경제를 구성하는 주체들 중에 중소기업은 이미 수출 임계점을 넘어 고사 상황에 빠진 뒤이지 않겠느냐는 한탄이 나온다. 청와대와 정부가 고심을 접고 빨리 가닥을 잡아 시장에 명확한 신호를 주고, 대책을 마련해 줘야 하는 취약점인 셈이다. 정책적 설명을 통해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것에 지금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쓸 필요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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