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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격분, 작은 나사못에도 쩔쩔…대일무역 克日 아킬레스 해법은?

서로 사고 팔지만 일본 부품이 부가가치 핵심…중국 '홍색물류망' 견제 필요성도 높아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12.28 11:48:07

[프라임경제] 한국과 일본 양국 사이가 매섭게 얼어붙었다. 한파의 원인은 위안부 협상 내막에 대한 조서 보고서가 27일 발표된 것. 단순히 특정 정권의 실책이나 외교력 부재가 아니라 '이면 합의'라는 비정상적인 방식이 동원돼 민감한 문제를 잘못 처리한 부분이 '국민의 감정선'을 건드렸다.

이에 양국이 서로 당장 돌이킬 수 없는 걸음을 대딛는 불상사까지는 가지 않겠지만, 한동안 갈등이 최고조에 달할 것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악재의 '봇물이 터졌다'는 우려와 향후 외교안보 상황에서 양국의 대화 채널까지 얼어붙을 경우의 파장 등 다양하고 복잡한 고난이도 문제가 모두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경제라는 우려가 한켠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미 일본은 위안부 합의에 대한 TFT의 보고서가 공식 발표되기 전부터 재협상 요구 문제 등 최악의 상황을 예상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본 외교 당국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평창동계올림픽에 직접 방문하기 어렵다는 뜻을 우리측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전달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바 있고, 보고서 발표 직후 외교부 담화문을 통해 재협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외교적 언사로는 사실상 최상의 강경한 표현을 사용해 단교 등까지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일부 성급한 해석도 나왔지만, 상황이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서로 더 이상 잃을 게 없고, 그렇다고 북핵 위기 등 외교안보 상황에서 완전히 등을 돌리기는 부담스럽기에 겨울이 길어지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경제 문제는 오히려 당장 경색까지는 아니나,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일본은 중국처럼 경제를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교류를 정부와 공산당 말 한 마디로 끊을 수 있는 '거친 면모'를 걱정하지는 않아도 된다. 반면 의존도 등에서 우리가 '을'인 사정을 중장기적으로 철저히 이용당할 수 있다는 예상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우려가 부담이다.

이번 위안부 논쟁이 수면 위로 부상하기 전이지만 위기 의식이 잠복해 있던 15일 한 토론회에서 나온 발언들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들 일본 경제계 관계자들의 한국과 일본간 교류 분석은 이런 문제를 잘 드러낸다. 

다카하시 가쓰노리 미쓰이스미토모은행 서울지점장은 "위안부나 독도 등 정치적 쟁점이 소비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건 안이한 인식"이라며 "제품과 시장이라는 본질을 제쳐두고 정책 초점을 맞추면 잘못된 해법이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함께 토론자로 참석한 미키 아쓰유키 한국미쓰이물산 대표는 "양국 산업구조가 비슷하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서로 다른 점을 살펴보면 수출이나 투자 기회가 생긴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다만 문제는 우리가 일본과의 교류에서 윈윈 상대가 아니고 일종의 갑을관계를 구성하는 데 있다. 특히 핵심을 일본이 틀어쥐는 상황이 뼈저리다.

가장 심각한 부분은 소재·부품의 대일본 수입 의존도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소재와 부품을 의존하는 것은 일본에 외화 유출이 된다는 적자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고, 다른 나라에 다양한 물품을 많이 팔아도 특히 고부가가치 제품을 수출해도 실속이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소재·부품의 대일본 수입 의존도는 2016년 1분기에 17.1%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지만 좀처럼 일정선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분야의 대일 의존도는 2012년만 하더라도 전체의 1/4에 가까운 23.0%선이었음을 감안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아울러 또다른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 현재 환율 문제 등에서 국내 기업의 대일본 소재·부품 수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송금 등의 부담은 즉각적으로 가중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는 이들은 위와 같은 우려에 의문을 표할 수 있는 것.

결론적으로 말하면, 우리가 일본에서 소재와 부품을 사들이는 의존 심화 상황인 것도 사실이고, 우리 기업들이 일본 시장에 소재와 부품을 대단히 많이 파는 것도 현실이다. 다만, 다음과 같은 부가가치적 측면에서의 고려를 겹쳐볼 필요가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2월 발표한 '동북아 서플라이체인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한·중·일 최종 수요로 인한 우리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0.711이다. 일본(0.825)과 중국(0.808)과 큰 격차를 보인다. 간단히 말해, 한국에서 수요가 1이 발생했을 때 한국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는 71.1%(0.711)에 불과하나 일본에서는 수요 1이 생기면 0.825의 부가가치를 만든다는 뜻이다. 

양국이 서로에게 부품과 소재를 팔지만 우리가 사들이는 물품의 값어치나 의존도 즉 약점이 더 크다는 것으로 맥락 정리를 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 문제가 여기 겹친다. 

중국은 현재 '홍색공급망' 정책을 통해 소재와 부품 등 중간재에서 자국 경쟁력 강화와 경제블록화를 진행한다. 일본에 대한 고급 소재 및 부품 의존을 깨지 못하고 현재의 해당 영역 대일본 및 대중국 수출 외형상 성적표에 만족한다면 장차 일본과의 갈등과 중국의 압박 와중 모두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

중국과의 무역 그림을 그리는 차원에서라도 우리와 일본의 부품 의존도 구도는 숨통을 틔어야 할 필요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번 위안부 합의는 그런 상황에서 내려진 '죽비'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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