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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구형, 위축된 재벌기업? '허탈과 참담'

 

최성미 기자 | webmaster@newsprime.co.kr | 2017.12.27 18:09:37

특검, 이재용 2심도 징역 12년 구형…"위법한 승계에 경종"
이재용 구형 왜? "재벌특권 통용되지 않아야…사회공헌에 대한 모독"
이재용 또 12년 구형…'충격·당혹' 재계 "경제기여 기회달라"
삼성 "유구무언", 침통한 재계 "사상초유 총수부재 악영향 우려"
경제계 "항소심 재판부 2심 선고때 경제영향 고려해달라"

[프라임경제] 이재용 구형 소식에 재계가 그야말로 충격에 빠졌다. 허탈함과 참담함이 교차하고 있는 분위기다.
 
박근혜 전 대통령(65)과 최순실씨(61)에게 수백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에게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이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 심리로 27일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에 대한 결심공판에 직접 참석한 박영수 특별검사(65·사법연수원 10기)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66·부회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63·사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64)에겐 징역 각각 10년을 구형했다. 황성수 전 전무(55)도 징역 7년을 구형받았다.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 등에게 재산국외도피 혐의 금액에 해당하는 78억 9430만원의 추징금도 명령해달라고 밝혔다.

박 특검은 이재용 구형과 관련 "이번 재판은 재벌의 위법한 경영권 승계에 경종을 울리고 검은 거래를 뇌물죄로 판시하기 위한 자리"라며 "승계의 대가로 뇌물을 제공한 정경유착의 전형이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피고인들은 수사단계부터 항소심까지 줄곧 진실을 외면했고, 이 부회장은 총수로서 계열사 인사 및 주요 경영업무에 관여한 적이 없다고까지 항변했다"며 "이들이 재판 절차를 존중하고 진실 발견에 겸허하게 협조하길 바랐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특검은 "최씨에게 고가의 말을 사주던 해에 삼성이 한 시민단체의 후원금을 모질게 중단한 점을 보면 뇌물이 사회공헌활동이라 주장하는 이들의 인식수준을 알 수 있다"며 "거액을 불법 지원한 행위를 사회공헌활동이라 하는 건 진정한 사회공헌에 대한 모독"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피고인들은 삼성의 앞날을 걱정한다고 하지만 정작 걱정하는 건 이 부회장 개인의 지배력·경제력 손실"이라며 "합병을 성사시켜 얻게 된 이 부회장의 지배력과 이익은 뇌물의 대가로, 국내 최대의 초일류 기업인 삼성의 오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특검은 "삼성은 이재용 개인의 기업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대표기업이자 국민의 기업"이라며 "이재용 부회장 등은 국가와 국민을 생각해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벌의 특권이 더 이상 이 나라에서 통용되지 않길 바란다"며 이번 재판이 건강한 시장경제의 정착과 민주주의 발전의 첫 발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12년형을 구형 받은 이재용 부회장은 박 대통령·최씨 일가를 위해 △미르재단 125억원 △K스포츠재단 79억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16억2800만원 △코어스포츠 77억9735만원(약속금액 213억원) 등 총 433억2800만원의 뇌물을 주거나 약속한 혐의(뇌물공여) 등으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회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와 승마 지원을 위해 해외계좌에 불법 송금한 혐의(특경법상 재산국외도피), 마필계약서 등 서류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범죄수익은닉 규제 및 처벌법 위반)와 국회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위증)도 있다.

최 전 부회장 등 4명의 전직 삼성 임원들은 이재용 부회장의 위증을 제외한 나머지 4개 혐의의 공범으로 기소됐다. 박 전 사장과 황 전 전무는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횡령 혐의 중 정씨에 대한 승마 지원과 관련한 공범이다.

이재용 구형을 접한 재계는 이에 따라 충격과 당혹감에 휩싸였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삼성 측 관계자는 "유구무언(有口無言)"이라면서도 "이재용 부회장의 최후 진술에 모든 것이 녹아 있다"고 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결심 공판에서 "(특검 주장처럼) 승계 작업 등의 사익 추구를 생각하고 (박 대통령의) 요구에 응한 것은 절대 아니다"고 특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재용 부회장 재판과 선고 과정에서 도입된 '묵시적 청탁'이란 모호한 개념이 향후 기업 활동을 옥죌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구형 이후 "법은 획일적이고 객관적인 잣대로 적용해야 하는데 '묵시적 청탁'이란 말 자체가 모호하다"며 "앞으론 정부 정책 방향에 화답하기 위한 적극적인 투자나 기부활동도 고민해야 할 판"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의 투자·기부 활동에 '묵시적 청탁' 개념을 적용할 경우 '이현령 비현령(耳懸鈴鼻懸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처럼 입맛에 맞게 해석될 여지가 크다는 얘기다.

5대 그룹을 포함한 유력 대기업들도 이재용 구형을 접한 뒤 당혹감을 감추지 못 했다. 특검의 중형 구형은 가혹하다는 게 일관된 반응이었다. 1심 선고 후 3개월간 이어진 치열한 법리 공방에도 특검이 엄혹한 경제계의 현실과 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감안하지 않았다는 섭섭함도 토로했다.

이재용 부회장 공판 결과가 경제계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는 반응도 이어졌다. 새 정부 들어 반(反) 대기업 정서가 심화하고 기업 총수들이 줄줄이 검찰 포토라인에 서면서 경제 주체인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1심 선고 이후 기업들이 경제 활동을 하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됐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구형 이미지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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