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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상승과 취약계층上] 대출종합관리로는 부족, 임금 개편 더 절실

핀셋증세와 저소득층 혜택 몰아주기 함께 사용할 필요 높아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11.02 18:56:14
[프라임경제]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가계와 기업 등 국가 경제 전체가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동안 우리나라는 금리 인하 기조에서 살아왔다. 한국은행이 마지막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2011년 6월. 무려 6년여만에 경험하는 금리의 인상이 된다. '사람중심 경제'라는 실험에 돌입한 터라 이런 정책 충격과 정서적 불안이 더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람중심 경제의 기본은 일자리·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의 3대 축으로 구성된다. 국정감사를 끝마친 국회는 11월부터 예산전쟁으로 태세를 전환, 치열한 혈투를 치를 것으로 전망된다. 소득주도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재원 마련 즉 부자증세(핀셋증세)와 고용 개선 정책을 둘러싸고 보수정당과의 치열한 격돌이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오를 것을 기정사실로 감안해야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금리 인상 고통 대비, 가계대출 종합대책에서 맞춤형 지원 내놨지만… 

지난 10월23일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계가구'가 직면할 부담이 대단히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가계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55.0%에 육박한다. 번 돈을 모두 빚 갚는 데 써도 모자란다는 것. 

순금융자산이 마이너스인 동시에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이 40%를 초과하는 가구를 뜻하는 '한계가구' 문제도 심각하다. 부실위험가구는 가구의 소득·금융·실물자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가계부실위험지수(HDR)가 100을 넘는 케이스다. 

2014년 3월 130만가구였던 한계가구는 지난해 말 150만 가구로 증가했다. 부실위험가구는 지난해 3월 기준으로 126만3000가구로, 이는 재작년 3월 대비 16만6000가구나 늘어난 규모다. 

정부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 '가계대출 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 이 같은 취약 요소에 대해 맞춤형 관리 방안을 고려한 이유다. 정부는 취약차주 지원을 위해 현재 6~9% 수준인 연체 가산 금리를 3~5% 수준으로 낮춰주고, 주택담보대출 연체자 주거 안정을 위해 담보권 실행도 1년간 유예하는 등 다양한 방침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근원적인 해결이 되지는 않는다. 빚을 갚고 소비를 늘릴 방편을 찾아야 한다는 주문도 강해질 수밖에 없다. 소득주도 성장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 기조에서 미국의 움직임에 따른 부득이한 금리 인상 해결책으로도 주목을 받게 된 셈이다. 

3분기 수출이 큰 역할을 하면서, 금년도 경제는 연 3% 성장률을 무난히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수출의 고용유발 효과가 낮고 소비 등이 개선 바람을 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3분기 민간소비는 0.7% 증가하는 데 그치며 0%대로 주저 앉았다. 고용도 여전히 부진하다. 통계청 고용동향을 보면 8월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1만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상황에서 소비를 진작하고 빚을 갚을 여력을 길러줄 방안은 어떻게 전개되어야 할까? 

저소득층의 평균소비성향은 고소득층의 평균소비성향보다 높다는 게 상식이다. 빌 게이츠에게 소득이 100만원이 늘어난다고 해서 소비가 확실히 증대되지는 않겠지만, 가난한 급여 생활자가 100만원의 소득 증대시에 소비를 늘리는 효과는 상당히 크다는 것. 

소득분배 상태가 개선될수록 소비가 증대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조세 등으로 소득재분배 효과가 강화될수록 저소득층의 높은 한계소비성향으로 인하여 소비가 증대할 것이라는 주장이 현 정부의 정책 뼈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부자에게 돈을 걷어 저소득층에게 사용해 경제 효과를 보자는 주장에 의문을 품거나 반대하는 보수층의 견해도 있다. 

다만 '보편 증세-보편 복지' 방식보다는 '선별 증세-선별 복지', 즉 부자에게 세금을 더 많이 거둬 저소득층의 복지를 확대하는 것이 소비 진작 측면에서 효과가 가장 크다는 연구 결과가 존재한다. 

위기의 소비 위축, 부자증세와 저소득층 몰아주기 필요한 때  

정세은 충남대 교수가 7월 내놓은 '소득 재분배 정책의 소비 확대 효과와 정책적 함의' 보고서는 정부의 소득 재분배 정책이 최근 하락하고 있는 가계의 소비성향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시사한다. 

이 보고서에서 정 교수는 "동일한 증세 규모라면 '선별 증세-선별 복지' 방식이 '보편 증세-보편 복지' 방식 보다 소비진작 효과와 분배 개선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보편 증세-보편 복지 방식으로 동일한 소비 진작 효과를 보려면 증세액을 2배 이상 올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10월 발표된 현대경제연구원의 연구도 소득 수준과 지출의 심리적 관계를 방증한다. 이 보고서는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소비성향 하락으로 인한 소비지출 감소 효과가 매우 컸다"고 지적했다. 

저소득가구(소득을 5개 분위로 나누었을 때 가장 낮은 1분위)의 소비지출 상승률 중 소비성향변동 기여도는 과거 5년간인 2005~2010년 –1.0%포인트에서 2011~2016년 –2.7%포인트로 확대됐다. 중간소득 가구(소득 2~4분위)의 2011~2016년 소비성향변동 기여도는 –2.3%포인트였으며 고소득 가구(소득 5분위)는 같은 기간 –0.9%포인트로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보유하고 있는 자산이 적은 저소득층들이 주거비 부담, 소득불확실성, 고령화 심화 등 요인이 발생했을 때 대응이 어려워 소비를 더 많이 줄인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 같은 심리적 문제를 풀고 선순환에 마중물을 부어주기 위해서라도 소득주도 성장론을 들여다 볼 필요가 제기된다. 

다만 여기에는 이번 정부 예산안에 반영돼 있는 또다른 이슈, 즉 최저임금 인상과 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소상공인 지원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LG경제연구원이 7월4일 발간한 '한국의 소득주도 성장 여건과 정책효과 제고 방안' 보고서는 새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구상에 대해 민간 경제연구소가 보고서 형식으로 의견을 개진한 첫 사례이자, 이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케이스로도 주목된다. 

이 보고서는 "수출에 의존하는 성장방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내수를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할 필요성이 높다"면서 "소득주도 성장을 시도해볼 만하다"고 제언했다. 고령화 등 구조적 소비부진 요인이 내수 침체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노동소득 증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다만 "한계기업과 자영업이 많아 임금 상승이 고용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해법이 소상공인에 대한 최저임금 부담분 지원이다. 

조만간 닥쳐올 인구절벽에 대비, 앞으로 2~3년간은 청년 고용 문제 해결에 주력하고 이후 고령 빈곤 해소로 정책 초점을 옮기지 않으면 사람중심 경제의 기틀을 닦는 것은 사실상 물 건너 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준금리 상승의 시대는 이 같은 상황에 정부에 부담을 더욱 키우고 있다. 다만 내년도 예산안 등이 잘 뒷받침돼 준다면, 그 위험을 역이용해 임금을 올리고 이것으로 소비를 견인한다는 정책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기대 역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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