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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習륭제 주변의 와류 下] 美 보호무역보다 더 위험한 '공급 측 구조개혁'

마르크스주의 강조 이상징후 겹쳐…기존에 없던 경제독재 시대 개막 가능성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10.27 14:50:40

[프라임경제] 시진핑 중국 주석이 장기집권 체제 깔기에 성공했다. 중국 공산당 총서기 연임에 이어 당장에 시진핑주의 이름을 넣는 등 위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중국 GDP가 일본의 2배에 달한다는 높은 국가적 위상과 그의 장기집권 이슈가 맞물리면서 60년간 청나라를 통치하며 전성기를 구가한 건륭제를 연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건륭제시대가 잉태한 위기가 뒤이어 터져나오며 청이 하락세를 탄 것처럼, 시진핑의 중국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왜 '습륭제'의 와류(큰 건물이나 교통기관 주변에 생기는 위험한 소용돌이)가 문제인지 살펴본다.

중국 당국이 자신만만하다. 미국과 함께 글로벌경제를 좌우한다는 G2로서의 위상이 세계인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여기에 어떻게 편승, 협력해 수혜를 볼지 관심도 높다. 그러나 여기에는 우려도 존재한다.

우선 소득 불균형이 너무 크고 부동산 불안 등 펀더멘탈에 문제가 있어서 지금까지 누린 번영 기조가 오래 지속될지 확신하기 힘들다는 점이 지적된다. 아울러 중국이 발전을 지속하더라도 주변 국가에 우호적인 동반적 성장에 관심이 없는 국가가 될 가능성이 지적된다. 후자의 경우가 더 심각하다.

노골적 보호무역 트럼프 대안은 중국, 기대감도 있었지만…

일대일로(실크로드에 빗대 중국 중심 경제 및 금융 협력망을 구축하는 구상)가 틀을 갖추는 과정에서 주변 국가들이 이에 어느 정도 발을 담그면서 경제 의존도를 심화하면 중국 중심 생태계가 구축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처럼 싼 중국 물건을 수입하고 저렴한 인건비 조건을 활용해 현지 진출 공장을 짓는 등의 구조는 거래 규모가 크더라도 융합 정도 자체는 높지 않다. 하지만 중국과 경제공동체를 구성한 뒤 타국에 불리한 경제 정책을 중국 당국이 밀고나가면 파급효과가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스트벨트 백인들의 불만을 등에 업고 집권하면서 미국 경제 전반에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됐다. 한국을 상대로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 나서는 등 지속적으로 다른 나라를 괴롭히고 있다.

미국이 중심이라는 점을 노골적으로 강조하는 이런 기류에 염증을 느낀 이들 중에는 중국의 일대일로를 모종의 기대 요소로 보는 시각을 내비치기도 한다. 지난 6월 말 코트라에서 나온 '중국의 일대일로 추진 동향과 시사점'에서도 일대일로 정책이 기본적으로 자유로운 무역을 전제로 내걸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측이 사드 보복 등에 나서더라도 전체적 기조에서 일대일로가 구상하는 지역개발 협력의 참여 장점이 크다는 것이다. 코트라는 "환황해지역, 동북지역 등 인접국가로서 동북아에서 한중이 만들어 갈 일대일로 사업화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하지만 24일 폐막된 중국 공산당대회를 계기 삼아 확연히 드러난 중국식 경제 구상의 윤곽을 보면 미국이 일으키는 문제의 대안으로 중국과 가깝게 다가간다는 구상이 오히려 이리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나는 격이 아닌지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신시대와 마르크스주의 강조, 중국 스타일로 자기 번영에만 매진

시진핑 주석은 24일 연설에서 '신시대'와 '마르크스주의'를 대단히 강조했다.

그는 "신시대 진입은 근대 이후 고난을 겪었던 중화민족이 떨쳐 일어서 부유해지고 강대해지는 비약을 거쳐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란 빛나는 미래를 앞두고 있다는 의미"라고 제언했다. 신시대라는 어휘는 이날 연설에서 36회 거론됐다.

덩샤오핑의 개혁 추진 이래 사문화된 단어였던 마르크스주의도 부활했다. 마르크스주의는 이날 16차례 언급됐다.

자본주의를 접목하긴 했지만, 서구식 개방과 모순 수술을 하지 않고 중국식 공산주의를 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는 일대일로가 유럽연합(EU) 같은 서구 경제관에 의해 움직이는 구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힘을 잃는 요소다.

마르크스주의와 신시대를 강조하는 묘한 결합은 교과서적인 공산주의 정치나 경제 관념과도 거리가 있다. 국제주의 대신 중화주의, 중국의 이익이 강조되는 한편 다시 마르크스주의라는 이름으로 서구식 경제 잣대를 자본주의화라는 이름으로 거부하는 방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중국 경제가 감시와 견제를 거부하고 독주할 가능성은 이미 내부 견제 브레이크가 사라진 점으로 일부 현실화된 바 있다.

중국이 과거 활용해온 집단지도체제가 힘을 잃고 경제 정책 역시 시진핑주의의 일환으로 변질된 데에는 리커창 총리의 정책 결정 참여와 견제 실패가 크게 작용한다. 이미 시진핑 체제 1기에서 리 총리는 과거 총리가 관할하던 중앙재경영도소조를 좌우할 힘을 잃었다. 시 주석이 중앙재경영도소조를 맡아 챙기면서 '총리가 곧 경제'라는 등식이 깨졌다.

후진타오, 시진핑, 장쩌민(왼쪽부터) 등 거물들이 모두 참석한 중국 공산당대회에서 시진핑주의가 당장에 삽입됐다. 그가 구상해온 공급중심주의 등 개혁이 강한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높다. ⓒ AFP-뉴스1

리 총리의 경제 부문 정책 결정에서의 배제 흐름에서 등장했던 바 있는 '공급 측 구조개혁'이 이번 신시대 개념 강조 국면에서 재조명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급 측 구조개혁은 2015년 시 주석이 중앙재경영도소조에서 거론한 바 있다.

이번에 24일 당대회에 이어 25일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1중전회)에서는 새 정치국 상무위원과 정치국원들을 선출했는데 이 발탁 인사들의 면면을 살피면 공급 측 구조개혁이 매서운 개혁 칼날을 당국에 선물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다.

중심 인물은 새로 정치국원이 된 류허 국가발전개혁관리위원회 부주임. 그는 시 주석의 공급측 구조개혁을 그린 인물로 지목된다. 

시장 기반으로 삼지만 국가역할 강조, 매서운 공급중심주의 수술

그는 1991년부터 15년간 경제개발 5개년 정책 수립에 참여하는 과정에는 옛 공산당 계획경제 논리에 충실한 관료들과 반대지점에 섰다. 시장에 기반을 둔 경제 정책이 뿌리내리도록 주도한 인물이다.

다만 그가 보는 시장이 말 그대로 자정 능력과 자율적 균형 능력이 있는 시장인지 이 기능 발휘를 믿고 온전히 기다리는 인내를 발휘할 것인지를 생각하면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그는 특히 시장의 탐욕과 경제 공황 가능성에 대해 크게 우려하는 인물이다. 

2012년 '두 차례의 글로벌 대위기 비교연구'라는 논문을 통해 1929년 대공황과 2008년 서브프라임 금융위기를 집중 분석했다. 이들 위기의 공통점 중 하나로 그는 대중의 심리가 극단적인 투기에 빠진 것을 거론했던 그가 지금의 펀더멘탈 위기를 방치할 가능성은 대단히 적다.

과잉 공급되거나 낙후된 공급 요소들을 수술대에 올리고, 수요자의 기대 수준에 못 미치는 소비재 영역에서의 품질을 제고하는 한편 산업 정책 전반에 올바른 방향성을 갖게 한다는 공급 측 구조개혁의 구상은 결국 마르크스주의가 주인이고 시장자본주의를 도구로 활용한다는 점을 명확히 드러낸다. 

중화의 이익과 영광을 말하는 신시대 실현을 목표로 삼기 때문에, 시장의 기능 발휘에 낙관적으로 대응할 여지도 작다.

사정이 이러므로, 현재 중간재 공급으로 사드 여파에서 비껴나 대중국 수출 효과를 누리고 있는 우리나라 업체의 몫, 향후 고부가가치 소비재로 틈새시장을 개척하려는 노력은 모두 다이어트 대상으로 정조준된 셈이다. 일대일로에 동참한다고 나섰다 기술수탈 등으로 단순한 하청기지와 예속 나락에 떨어지는 부작용만 입을 가능성이 여기서 나온다.

일대일로 뒤에 숨은 공급중심주의의 위험성, 그 와류를 피할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대중국 의존도와 거래 자체를 줄이는 방식이다. 다만 중국 무역의 양적·공간적 확대가 계속되고, 우리 기업 대부분이 중국에 진출해있는 상황에서 이런 발빼기가 쉽지 않다.

일종의 보험을 마련해 두는 '중국+1' 시나리오에 대한 관심이 그래서 높아질 수밖에 없다. 17일 코트라가 내놓은 '무역구조 변화로 본 동아시아 가치사슬(GVC)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는 일본과 동남아 등을 우회시장으로 공략해 중국 효과를 간접 흡수하자고 주장한다. 중국을 상대로 불가근 불가원의 묘수를 구사할 큰 그림을 민·관 협력으로 그릴 여지는 이런 까닭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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