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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심리' 4차 산업 불씨 살리기 위한 '公共 채용비리 전면전'?

일자리 불평등 논란 불가피…논란 빚자 적폐 부각, 전방위 메스 불가피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10.24 11:11:11

[프라임경제] 공공기관 채용비리가 삼엄한 기류의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반기 국정 운영 전반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정권 초마다 반복돼온 공공기관 손보기나 정국 주도권을 쥐려는 사정 분위기 조성과 다른 첨예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공공기관 채용비리를 강도 높게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수조사'가 기본 화두로 부각됐다.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민형사상 책임' '채용 무효화·취소' '재발 시 무거운 책임' 등의 센 표현, 문제를 제기한 것은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채용비리 문제가 국회에서 화두가 되는 듯 싶었으나, 이른바 '청탁 이슈'가 불거져 해묵은 과제에 불과하다는 식상한 반응에 주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칫 청탁이나 부정 등의 배경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야당 때리기'로 변질돼 인식되는 것도 문제라 국회에만 맡겨두기도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 경제가 수출 호조세와 성장률 전망치 상향 조정 등 바람을 타고 있으나 일자리 문제 등에서 불만이 나오는 상황에서, 최악의 심리 요인으로 공공기관 채용비리가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새 정부가 청년실업 해소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고 있으나 체감청년실업률 등은 개선이 되지 않고 있어 당국이 고심에 빠진 상황이다. 이런 터에 공공기관 채용비리가 겹친 점은 곤혹스럽다. 관련 뒷이야기들로 상처를 입었을 국민들을 위로할 필요가 있는 것. 

더 큰 문제가 있다. 앞으로의 경제 추세가 기본적으로는 일자리 감소와 양극화 등 부정적 측면으로 흘러갈 소지가 대단히 크다는 점이다. 이번 정부에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단초를 마련하지 못하면 '그들만의 리그'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공공기관 채용비리가 단순한 양성종양 같은 관행적 적폐에서 당장 해결해야 할 고질적 암으로 지목되는 이유다.

4차 산업혁명 '어두운 구석' 부각 우려 차단 필요

문 대통령이 채용비리 문제를 언급한 날 함께 논의된 이슈와 발언을 보면 정부에서 이번 이슈를 대단히 심각한 악재로 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23일 문 대통령은 관계부처들을 향해 혁신성장 정책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달라고 당부하면서, 연말까지 조성하기로 예정한 벤처펀드에도 신경을 써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듯이 이제부터는 이러한 긍정적 기대감이 경제 화력으로 이어지도록 모든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경제관은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 경제로 요약된다. 이 가운데 혁신성장은 일자리를 늘려 소득 주도로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한 핵심 동력원이라고 할 수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에서 혁신성장론에 대해 "소득주도 성장도 경제 난제를 푸는 중요한 채널이지만, 궁극적인 접근은 혁신성장"이라는 견해를 내놓은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기관 채용비리 엄단 의지를 밝혔다. 공공기관 손보기 이상으로 사회 전반에 파장이 일지 주목된다. ⓒ 청와대 페이스북

그런데 문제가 있다. 혁신성장과 소득주도 성장 양쪽 모두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선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18일 내놓은 일자리 5년 로드맵을 보면 공공일자리 81만개 확충 방안 등이 포함됐는데 이는 소득주도 성장의 중요한 추진 발판이 될 전망이다. 다만 정부가 이에 필요한 재원 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은 공개하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혁신성장 분야는 '소요되는 자금' 이상의 본질적 문제에 봉착해있다. 혁신성장의 기치를 걸어 대기업 및 수출위주 산업 구조에서 탈피, 새 동력을 마련한다는 것은 혁신적이지만 그것이 바로 '그늘 없는 경제'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본격적인 사회적 의제로 부각된 것은 2011년 독일에서 '인더스트리 4.0' 개념이 관심을 모으면서부터다. 제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기존 산업과 정보통신(ICT) 기술의 융합을 기본으로 하는 새로운 산업 모델을 정책적으로 추진한다는 구상이었다. 

이어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3D프린팅과 바이오테크놀로지 등 첨단 기술의 접목이 계속되면서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게 된 것.

이제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듯이, 4차 산업혁명이야말로 앞으로 우리뿐 아니라 세계 경제질서가 나아가야 할 유일한 길이 될 전망이다. 문제는 저성장시대에 새로운 성장의 모델이 돼줄 수는 있을지언정,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속성이 반드시 인간에게 유리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부분이다. 

제조업 혁신을 위해 인공지능이나 로봇을 위시한 새로운 기술을 계속 부각시키다 보니 그 속성상 인간을 배제하거나 효율 강화를 위한 불평등 감수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필연적으로 내재됐다.

자칫 지금까지 인간의 노동이 지속적으로 기계나 기술로 보완되고 대체된 이상의 폭발적 경험을 하게 되고 기존 질서가 모두 흔들릴 가능성이 있는데 이것이 인간에 대한 상처로 치달을 수 있다.

채용비리, 4차 혁명 기본 자산될 '사회적연대' 좀먹는 좌절

고려대학교 미래성장연구소가 17일 연 4차 산업혁명 시대 일자리 전망과 정책 패러다임 세미나에서 김도훈 전 산업연구원장은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일에 대한 정의나 일하는 방식의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제언했다.

여기 더해 "이해당사자 간의 협력 없이는 대처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노·사·정이 모두 마음을 열고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수 있는 장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덕호 고용노동부 청년여성고용정책관도 "청년실업이 심각한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일터가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며 "정부는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낙오하지 않도록 제도를 고쳐 나갈 것"이라고 말을 거들었다.

문 대통령도 11일 4차산업혁명위원회 출범과 관련한 축사에서 "4차산업혁명 역시 사람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짚었다.

4차 산업혁명의 위험 요인으로 사회 불평등이 악화되고 수많은 노동자들이 더 나쁜 상황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통한 정책 마련이 절실하다. 불평등을 감소시키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며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 그런데 오히려 공공기관 문제로 사회 불평등 해소는커녕, 지금까지의 불평등만 해도 최악이라는 좌절이 확산되는 셈이다.

민간의 경제논리나 혁신 등과 다른 잣대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의 존재 필요성이나 이들 자리가 '철밥통'으로 운영될 수 있는 소지는 문제가 아니다. 이들이 모두 해산하고 혁신경제 모델로 참여하라고 강제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철밥통 문제가 불평등을 극대화해 비추는 악재의 모멘텀으로 작용하고 혁신경제에 참여하려는 사회 기류 전반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점은 분명 큰 문제다.   

산드라 폴라스키 전 국제노동기구(ILO) 부총재 같은 이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전제조건으로 '추상적인 미래상을 얘기하기보다는 변화의 혜택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질문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다.

노동자의 발언권과 협상력을 강화하는 정책과 사회적 움직임 등 일명 '사회적 연대' 자산이 마련되지 않으면 붕괴될 수 있는 위태로운 구조물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점을 문 대통령이 심각하게 인식하는 한, 공공기관 채용비리 수술에 관용이 개입할 소지가 없는 것. 

과거의 정치적인 사정 이슈들 같은 공학적 판단이나 정무적 감각에 의한 제어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 현안처리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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