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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중심 경제의 도전③] 文, 노동개혁 마크롱과 '반대편 닮은꼴'

프랑스와 노동개혁 외면의 방향 달라도 필요 따른 과단성 '세계적 주목 대상'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10.17 13:59:45
[프라임경제] 정권 초, 새 정부의 경제 정책을 둘러싸고 태풍이 예상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람중심 경제'를 핵심가치로 삼고 △일자리·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이를 위한 3대 축으로 제시했다. 다만 이를 놓고 반응과 전망이 엇갈린다. 개념들이 명확하고 서로 어울리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재계에서는 대체로 기업에 유리하지 않은 정책일 것이라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진보 진영에서는 '경제적 올바름'의 단추를 끼우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런 아전인수 와중에 확실한 것은 골든타임이 길지 않다는 위기징후가 강하다는 것이다.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은 월급을 올려 소비를 진작하고 경제를 견인한다는 개념이다. 그러나 이는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우선 이 개념의 실제적인 효과 발생 가능성 자체에 회의적인 입장이 있다. 장기화된 글로벌 침체를 겪는 상황에서 문재인정부가 구상하는 소득주도 경제를 실현할 경제 펀더멘탈을 가졌는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아울러 또 다른 개념인 공정경제와의 조화 문제라는 지점에서 공격하는 이들도 있다.

과로사 근절 및 장시간 노동철폐를 위한 결의대회에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장시간노동 철폐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스1

세 번째 문제는 자칫 경제정책 전반의 모순을 노출해 정당성 붕괴 원인으로까지 작용할 수 있다. 요컨대 '소득을 정당한 값어치 이상으로 올려주는 방식으로까지 불확실한 경제 성장 효과를 추진해야겠느냐'는 문제다. 

대기업·수출 주도 산업 중심에 초점을 두고 일명 '낙수효과'를 통해 경제 전반을 돌리는 것을 기본 삼았던 만큼, 이윤을 뺏어 소득을 올려준다는 식으로 보이는 정책은 거부감 이상의 본말전도 논란을 산다.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와 우리를 함께 거론하는 의견이 나오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프랑스의 노동개혁, 영·미식 시장경제로의 초점 이동?

엠마뉴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추진하는 노동개혁이 과감한 것은 확실하다. 겉보기에는 '노동생산성'을 중시하고 '노동시장 유연화'를 강조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오랫동안 골치를 앓아온 프랑스가 드디어 노동시장 개혁에 손을 댔다는 점은 분명하다. 일단 여기까지만 놓고 비교한다면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는 대척점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7월 독일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일정 중에 엠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했다. ⓒ 청와대

다만 이것이 반드시 자유주의 시장경제론 신봉자들이 주장하는 그림에 정확히 부합하는 것인지는 아직 논의의 여지가 있다. 오랫동안 노동 문제로 골치를 앓아온 프랑스가 사회당 정권도 손을 못 대던 문제를 과단성 있게 밀어붙이기 시작했다는 식으로 요약할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로 프랑스는 2000년 임금삭감 없는 주 35시간제를 도입했으나 2015년 실업률 및 청년실업률이 최고치를 기록하자 근로시간 연장 및 초과근로할증률 축소를 골자 삼은 노동법 개정을 추진한 바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은 해고배상금의 상한선 제약 및 부당 해고 제소 기간 축소 등 노동시장의 유연성 즉 해고 자유 확대로 받아들여지는 면이 두드러진다.

아울러 마크롱 대통령이 노조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처럼 보이는 이면에는 프랑스 산업 구조의 문제가 깔려있다. 마크롱 정부는 노조가 중소기업 및 영세기업을 충분히 대표하지 못해 프랑스 경제 운영에 노동개혁이 필요하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프랑스 기업 대부분은 직원이 50명 이하인 중소기업인데 노조 가입자들은 대기업에 몰린 것으로 지적된다.

따라서 수술 방법을 노동개혁, 즉 노동유연성과 노조 힘빼기로 우선 잡은 점은 문재인정부와 다르지만, 기저에 작용하는 논리가 반드시 프랑스가 영국이나 미국식 시장경제 논리에 맞춰 기우는 쪽을 택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대-중소기업, 불합리한 격차 커…'성장성 둔화는 임금 탓' 주장 근거 약해

가계소득이 늘어나면 소비가 증가하면서 경제가 성장하는 선순환을 이룰 것이라는 문재인정부의 구상인 소득주도 성장론은 국내 경제학계의 혹독한 비판에 직면해있다. 아직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바닥권이고, 임금을 인상하는 것이 생산성 강화에 꼭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 전가의 보도처럼 거론된다. 

그러나 노동생산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근로자 1명이 창출하는 시간당 실질 부가가치'라는 점, 현재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의 문제 등을 고려해보면 다른 해석을 제기할 여지가 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3월22일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완화 및 생산성 향상 방안 세미나'에서 국내 중소기업 종사자들의 임금 수준은 1997년 대기업의 77.3%였던 데서 지난해 62.9%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소개했다.

노 연구위원의 말을 빌리면 이 같은 불균형은 미국과 일본, 독일(평균 73.9%·500인), 캐나다(71∼78%) 등 선진국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일본의 경우 100인 미만 기업에 다니는 노동자 급여와 100인 이상 기업 임금 비율은 77.9% 수준에 달한다.

더욱이 임금 인상이 꼭 노동생산성 악화의 주요 원인인지에도 이견이 있다. 2015년 연말 한국은행이 발표한 '주요국 노동생산성의 회복지연 배경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 증가율 하락폭은 시간당 기준으로는 34개 OECD 회원국 중 18번째로 크다. 

그런데 이 보고서는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둔화된 원인은 IT 자본의 증가세가 둔화됐기 때문이다. 자본이 많이 축적되면 같은 시간 일해도 더 높은 생산성을 나타낼 수 있는데, 자본 축적이 더디다 보니 생산성 증가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로 한 전세계 주요국의 명목임금 상승률 변화다. 미국, 유로존이나 한국 모두 최근 임금 상승률이 금융위기 전보다 큰 폭 하락했지만 한국의 경우가 특히 두드러진다. ⓒ 한국은행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 9월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해외경제 포커스'에서 우리나라 임금 상승률이 다른 나라보다 나쁜 것이 주목받는다. 그간 우리가 좋은 해법이 아니라 자칫 단기적인 대증요법에 매달려 있었던 게 아니냐는 반성이 제기된다.

다시 이야기하면 프랑스와 우리는 전혀 다른 문제를 푸는 셈이다. 일만 많이 하고 소득 분배가 문제가 되는, 프랑스가 이전에 해결한 단계를 이제 푸는 만큼 겉으로 드러나는 수단은 당연히 반대일 수밖에 없다.

이달 10일 한국노동연구원의 '일과 행복(Ⅱ)' 자료를 보면 총근로시간 기준으로 주당 48시간을 넘어서면 행복도는 급락한다. 

11일 알리안츠금융그룹의 '글로벌 자산 보고서'는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GDP 대비 가계 부채의 비율은 95.8%라는 조사 내용이 담겼다. 조사 대상국인 아시아 10개국 가운데 최악이다. 정부는 일을 많이 하고 소득 불균형으로 힘든 한국인에게 새 해법을 제시할 필요성에 주목한다. 

과감한 혁신 요구에 직면해있으나 골든타임이 길지 않다는 유사점, 이 부분이 프랑스와 한국 지도자 간 방법론적 측면에서 반대로 가고 있다는 다른 점보다 더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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