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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중심 경제의 도전①] 규제완화 아전인수? '선택과 집중' 맥락

3대 경제 축 개념 모호 논란에 역공…국감 후 11월 본격 충돌 가능성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10.16 13:16:33

[프라임경제] 정권 초, 새 정부의 경제 정책을 둘러싸고 태풍이 예상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람중심 경제'를 핵심가치로 삼고 △일자리·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이를 위한 3대 축으로 제시했다. 다만 이를 놓고 반응과 전망이 엇갈린다. 개념들이 명확하고 서로 어울리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재계에서는 대체로 기업에 유리하지 않은 정책일 것이라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진보 진영에서는 '경제적 올바름'의 단추를 끼우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런 아전인수 와중에 확실한 것은 골든타임이 길지 않다는 위기징후가 강하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의 실체가 무엇인지에서는 보수·진보 양쪽에서 모두 확실히 윤곽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1일 4차산업혁명위원회 1차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내놓은 '샌드박스' 발언을 놓고 규제완화 개념의 폭과 범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창업과 신산업 창출이 이어지는 혁신생태계를 조성하고 신산업 분야는 일정 기간 규제없이 사업할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샌드박스는 원래 게임용어다. 틀 안에서 유저의 마음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시스템, 혹은 플레이 방식을 뜻한다.

일각에서는 '규제완화 개념이 부각된 그 자체'에 방점을 찍으려는 모양새다. 다만 이 발언이 나온 자리와 상황을 고려할 때 일부 혁신적 산업의 보호 필요성을 주목하겠다는 '선택과 집중'으로 보자는 해석론도 존재한다.

해석이 엇갈리는 대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투자 유치 열등생…규제와 노동 효율성이 국가경쟁력 하락 주범? 

4월14일 한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가 미래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디지털경제 국가전략 초청 포럼에 참석,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뉴스1

대기업 주도 경제 시스템과 수출이 국가 경제 전반을 견인한다는 신뢰, 노동 생산성 향상을 통해 침체를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은 오래 우리 경제를 지배해 왔다. 실제로 효과도 있었다. 그러나 현재 이 같은 패러다임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또 그런 유지가 온당한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존재한다.

복지 확충과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임금 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적용 범위 확대, 임금피크제 없는 정년연장 등 다양한 개념도 소용돌이친다. 그러나 기존 경제 패러다임에서는 이런 시도 전반에 호의적이지 않다.

규제완화라는 개념이 논의되는 상황은 그런 점에서 눈길을 끈다. 자유시장 경제 이론을 신봉하는 쪽에서는 지금의 불안한 상황에서 이번 정권이 나름대로 상식이 통하는 쪽으로 방점을 옮겨찍는 게 아니냐는 희망을 품고 있다. 규제완화의 와중에서 중소기업이나 벤처가 주로 혜택을 보겠지만 그래도 대기업 등의 반사효과도 무시 못할 것이라는 기대섞인 계산도 깔려있다.

이를 계기로 양자가 화해하거나 적당히 이해관계의 교집합을 찾을 수도 있는 셈이다.

규제완화의 대상을 각종 산업적 족쇄 해결에 한정하지 않고 노동생산성 개혁 등으로 확대할 수 있다면 자유주의 시장신봉론자들의 입장에서는 더 바랄 나위가 없다.

15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제연합 무역개발회의(UNCTAD)의 세계투자보고서(WIR)를 기초로 분석한 결과 지난해 한국의 GDP 대비 외국인 직접투자 비율은 0.8%에 머물고 있다. 전 세계 237개국 중 152위이고 OECD 34개 회원국 중에서는 23위에 불과한 '하위권'이다.

국가경쟁력 역시 낮은 성적을 기록한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중 드물게 지난 10년간 국가경쟁력 평가 순위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최근 발표한 '2017년 국가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국가경쟁력 순위는 2007년 역대 최고인 11위에서 꾸준히 하락해 2014년부터 4년 연속으로 26위를 맴돈다.

이러한 하락세는 만성적인 노동시장의 비효율과 금융시장 미성숙 탓인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다른 국가보다 혁신역량 우위도 약화하면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놓고 자유주의 시장경제론에서는 시장 동시장의 비효율과 금융시장 미성숙 탓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실제로 한국의 노동시장 효율성은 올해 73위, 금융시장 성숙도 순위도 74위에 머문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규제완화를 적당한 타협 당근으로 삼아 자유주의 시장경제론과 휴전할 것인가?  

규제완화, '모두를 위한' 혹은 '약자 보호 위한'…의미 '천양지차'

하지만 몰가치적인 그리고 전면적인 규제완화를 이야기 하기에는 현 경제 상황에 관한 대기업이나 수출 주도 경제 패러다임, 자유주의 시장경제론쪽의 '원죄'가 너무도 크다. 

WEF 통계를 다시 보자. 노동개혁과 규제완화를 금과옥조처럼 떠받치는 자료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내용을 뜯어보면 기존에 우리 경제를 떠받쳐 온 대기업, 재벌 및 전문경영진 등의 저력 역시 문제가 있다는 점을 다수 찾아볼 수 있다.  

WEF 통계에서 한국의 전문경영진에 대한 신뢰도는 작년 30위에서 금년 39위로 추락했으며, 혁신역량을 반영하는 '기업혁신' 분야도 성장 동력을 잃었다. 우리나라의 기업혁신 순위는 지난해 20위에서 18위로 두계단 상승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일 뿐 전체적인 추세는 대부분의 아시아권 경쟁국이 약진하는 것과 달리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12년과 2017년 기업혁신 부문 순위는 한국이 16위에서 18위로 내려앉았지만 중국은 33위에서 28위, 인도는 41위에서 29위, 인도네시아는 39위에서 31위로 각각 치고 올라오고 있다.

규제완화가 양자가 화해하거나 적당히 이해관계의 교집합을 찾는 도구가 규제완화가 될 수도 있지만, 지금 그럴 때가 맞느냐는 반문이 그런 점에서 제기된다. 결국 지금 거론된 규제완화는 경제학자 리스트가 후진국의 보호무역 정당화론에서 말하는 '유치산업' 보호처럼 일정한 목적 패턴을 가진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

이를 감안해 살펴보면 그렇잖아도 국정감사, 법인세 인상 이슈 등으로 각종 충돌 전선이 넓은 '가을정국'에 왜 굳이 새삼 규제개혁 발언을 굳이 내놨는지 '맥락 해석'이 쉽게 풀린다. 

규제완화를 개혁의 도구로 활용한다는 구상은 현재 여기저기서 제기되는 문재인 경제 정책의 불명확성 논쟁을 종결짓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이 문제는 혁신성장 이론이 소득주도 성장론과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거나 서로간 접점을 어디서 찾아서 꿸 것인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관심을 모으는 소득주도 성장론은 수요와 정부의 역할을 중요시하는 케인즈학파의 뒤를 이은 신케인즈학파에 근간을 둔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케인즈학파나 신케인즈학파 모두 국가의 일정한 역할론을 강조한다. 그런데 규제완화도 전반적인 정부 역할의 축소를 강조하는 시장경제론 관점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는 점을 현재 문재인 정부 구상에서 엿볼 수 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혁신성장에 마중물이 돼 줄 방편으로 규제완화를 본다면 국가의 경제 개입 필요성 측면에서 하나로 연결할 수 있다.  

결국 지금 거론된 규제완화는 경제학자 리스트가 후진국의 보호무역 정당화론에서 말하는 '유치산업' 보호처럼 일정한 목적 패턴을 가진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

결국 문재인 정부가 꺼내든 규제개혁 카드는 당근이 아닌 채찍으로써 활용될 개념으로 읽힌다. 문재인 정부가 중소기업과 벤처 혁신산업에 확실히 힘을 싣겠다는 신호탄으로 이 발언을 내놓은 점은 기존 대기업 주도 경제에 순응해온 시장 참여자들로서는 오히려 '규제강화'가 되는 셈이다. 국감 이후 정치권이 본격적으로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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