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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한국판 양적완화…성공 조건은?

 

이윤형 기자 | lyh@newsprime.co.kr | 2016.05.13 18:30:19

[프라임경제]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한국형 양적완화의 추진을 다시 언급하면서 총선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논란이 다시 일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판 양적완화 논의가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권력에 기반한 한국은행의 역할론에 비중이 실리고 있는데요.

현재 유일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등 재정과 통화정책의 수장들이 인식을 공유하기 위해 각자 역할론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한국판 양적완화가 본격화될 전망입니다.

양적완화는 기준금리 수준이 낮은 초저금리 상태에서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때, 중앙은행이 다양한 자산을 사들여 시중에 통화 공급을 늘리는 정책을 말하는데요. 

이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조절해 간접적으로 유동성을 조절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국채나 다른 자산을 사들여 시중에 돈을 푸는 직접적인 방법으로 시장에 통화량 자체를 늘리는 통화정책입니다.

양적완화 정책을 쓰고 있는 국가는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인데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위기를 겪은 국가들이 금리를 0% 수준까지 내렸는 데도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각국의 중앙은행이 직접 국채나 회사채 등 채권을 사들여 돈을 풀게 된 것이죠.

대표적으로 미국의 양적완화는 주택담보대출증권(MBS)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2008년, 2010년, 2012년 세 차례에 걸쳐 시행됐는데요. 이 과정에서 시중에 풀린 돈의 규모는 무려 2조7500달러에 달할 정도로 큰 규모였습니다.

1차 양적완화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쓰러져가는 금융회사들의 자본력을 확충시켜주는 게 주목적이었으며, 2차는 디플레이션을 막아보자는 뜻에서 시행됐습니다. 3차는 올라갈 대로 올라간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진행됐습니다.

일본도 장기 경제침체에 빠져 있던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40조엔의 채권을 매입하는 양적완화를 단행했는데요.

중앙은행이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시중에 돈을 풀었다는 점에서 일본의 양적완화는 미국의 방식과 비슷했습니다. 다만 채권을 사들이기 위한 재원을 미국처럼 돈을 찍어내지 않고 '채권매입기금'이라는 별도의 기금을 조성해 활용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이 같은 양적완화는 모두 성공으로 끝나지만은 않았는데요. 미국의 경우 3차를 제외한 1·2차는 모두 실패로 평가되고 있으며 2000년대 초반부터 시행된 일본의 양적완화도 실패로 끝이 났습니다.

성공적인 양적완화에 있어서 채권을 매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채권을 사는 행위로 미래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는데요. 이는 중앙은행이 디플레이션을 막고 경기를 회복시킬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이 시장에 심어져야 한다는 얘깁니다.

이와 관련, 연방준비제도는 경기 회복에 크게 기여한 3차 양적 완화 때 실업률 6.5%와 인플레이션률 2.5%를 양적완화의 지속 조건으로 내걸었고 이러한 조건이 시장에 긍정적인 기대감을 심어줬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중앙은행이 소극적으로 나왔기 때문에 이러한 역할을 하지 못해 결국 실패하게 된 것이죠.

그렇다면 한국의 양적완화는 경기회복의 기대감을 시장에 심을 수 있을까요. 우선 한국판 양적완화는 산업은행 채권과 주택담보대출증권 매입으로 미국과 일본의 양적완화와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매입 채권의 대상이 다른 것은 한국판 양적완화의 목적이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자금 마련과 주택담보대출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같은 유동성 공급이지만 규모나 방향은 미국과 일본에 비해 훨씬 작을 것으로 예상되기도 합니다.

모든 통화정책은 금융시스템을 통해 경제전반을 대상으로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판 양적완화는 금융시장을 통하지 않고 특정 산업을 직접 지원하는 것으로, 이는 사실상 정책금융이라고 지적되고 있죠.

또한 미국과 일본처럼 기준금리를 0%로 낮춘 것과 달리 현재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1.5%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산업은행과 주택금융공사의 채권을 매입해 유동성 공급을 늘리면 시장 금리는 하락압력을 받게 됩니다.

즉 한은은 다른 쪽에서 유동성을 흡수해 금리의 하락을 억제해야 하는데, 이것은 경제 전체로 볼 때 자금 공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부분의 자금이 주택 금융공사와 산업은행으로 재배치되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죠.

이런 식으로 특정 부문에만 자금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뿐더러 형평성 논란이 발생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경기회복을 위한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지 않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한국판 양적완화가 성공하려면 기준금리를 1.5%에서 추가로 인하하고, 특정분야가 아닌 경제 전반에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장기금리를 낮춰 소비와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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