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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훈식‧노병우의 카수다] 자동차사와 통상임금…특별한 함수관계

현대차 세칙 '지급제외자' 조항 '고정성 결여' 여부에 촉각

전훈식·노병우 기자 | chs·rbu@newsprime.co.kr | 2014.08.29 09:44:21

[프라임경제] 최근 국산차 브랜드들이 통상임금의 영향으로 좀처럼 임금단체 협상에서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그간 통상임금 판례와 고용노동부 예규(1988년 제정) 사이의 수차례 제시된 해석상의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종합적으로 정리해 제시했지만, 그간 쌓여진 갈등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해 정의된 '통상임금'은 근로계약에서 정한 근로를 제공하면 확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이다. 여기에 복리후생금품과 같은 각종 수당과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에 대해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이라는 충족요건도 명확히 밝혔다. 이와 함께 고용노동부도 지난 1월 이런 판결을 바탕으로 하는 '통상임금 노사 지도지침'을 발표했다.

이처럼 사법부와 노동부가 힘을 합쳐 통상임금에 대한 뚜렷한 정의를 내리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을 비롯한 다수 국내 기업들이 하나둘씩 '통상임금 확대'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에서는 회사가 지급하는 상여금 지급 요건을 두고 이견이 갈리면서 적지 않은 갈등이 오가고 있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지난 25일 윤갑한 현대차 사장이 올해 임단협 최대 화두로 떠오른 통상임금 논란과 관련해 "교섭에서 결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법적인 문제이자 기업 생존이 걸린 비용의 문제이고, 대한민국 산업 전체가 붕괴될 수 있는 사회적 문제"라고 못을 박았다.

통상임금을 둘러싸고 심화되고 있는 자동차 업계의 노사간 갈등을 본지 전훈식(이하 전) 기자와 노병우(이하 노) 기자가 대화 형식으로 비교 분석했다.

◆'통상임금 확대' 분위기…개별 사정 따라 별도 소송 진행해야

노 : 통상임금이 올해 국내 완성차업계의 임금단체 협상에서 최대 이슈로 떠올랐잖아요. 곧 추석연휴도 다가오는데 아직도 협상되지 않은 곳들도 있고, 특근거부다 파업이다 말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전 : 나도 얼마 전 쌍용차와 한국GM을 시작으로 하나둘씩 협상이 체결될 줄 알았는데, 회사마다 해당 사칙이 달라서 그런지 조금씩 지체되는 것 같아.

   현대자동차는 2개월에 한번씩 지급하고 있는 상여금의 '고정성' 여부를 두고 노사간 의견이 나뉘면서 '통상임금 확대' 합의를 좀처럼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는 2개월에 한번씩 지급하고 있는 상여금의 '고정성' 여부를 두고 노사간 의견이 나뉘면서 '통상임금 확대' 합의를 좀처럼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 현대자동차

노 : 사실 통상임금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느냐 안 시키느냐의 문제잖아요. 포함시키기 위해서는 일률성이나 고정성과 같은 충족요건이 필요하기도 하고요.

전 : 그렇지. 그리고 통상임금에 대해 고용노동부에서도 이런 판결을 토대로 비슷한 '통상임금 노사 지도지침'을 발표하기도 했지. 그러면서 삼성전자나 LG전자와 같은 대기업 다수가 '통상임금 확대'를 인정하는 분위기였고.

노 : 선배 말처럼 대다수의 기업들이 통상임금 확대를 인정하는 분위기인데 몇몇 기업들은 노사 간 싸움이 치열하잖아요.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전 : 그건 대법원 판결이나 고용노동부 지침에서 통괄적인 해답을 제시하지 않고, 개별 기업의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별도 재판이나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고 적시했어. 그러다보니 '통상임금 확대'에 대한 노사 간 해석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것 같아.

노 : 하긴 한국GM만 봐도 대법원 판결대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기는 했지만, 노조와 적용시점을 놓고 이견이 갈리기도 했잖아요.

전 : 그렇지. 비슷한 시기에 협상을 체결한 쌍용차도 최근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는 조짐을 보이자, 소모적인 노사 분쟁을 하루빨리 해결하기 위해 상여금의 통상임금을 인정한 케이스지. 다만 현대차의 경우 쌍용차나 한국GM과는 조금 성격이 다르다고 봐야지.

◆현대차 해결은 고정성 여부?

노 : 현대차 노사가 통상임금에 대해서 대립하는 부분이 상여금의 '고정성' 여부죠? 하나의 시행세칙을 두고 노사가 너무 자신들의 입장에서만 해석하고 주장하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전 : 물론 2개월에 한번씩 100%에 해당하는 상여금을 지급하는 현대차는 명분상으로 '통상임금 확대'의 의무를 지녔다고 볼 수 있어. 하지만 반대로 '상여금 지급 시행 세칙'에 명시된 '지급제외자' 조항을 살펴보면 이를 거부할 수 있다고도 판단되는데…

   금속노조 현대·기아 그룹사 전조합원 투쟁 결의대회가 지난 28일 양재동 본사 앞에서 진행됐다. Ⓒ 현대자동차 노조 홈페이지 캡처  
금속노조 현대·기아 그룹사 전조합원 투쟁 결의대회가 지난 28일 양재동 본사 앞에서 진행됐다. Ⓒ 현대자동차 노조 홈페이지 캡처

*현대자동차 '상여금 지급 시행세칙'에 의한 지급제외자(6.4)로는 '기준 기간 내 입사하여 개인별 실 근무 일수가 △유·무결 △미승인결근 △조합활동 무급시간 △파업 △휴업 △사직대기 △휴직 △정직 △노조전임기간(무급) 등으로 15일 미만 근무한 자'라고 명시했다. 
 
노 : 하지만 지급 제외자 조항이 논란의 여지가 될 수는 있지만, '정기상여금의 고정성' 자체를 부정할 순 없지 않아요?

전 : 내 생각은 그렇지 않아. 우선 대법원은 '통상임금의 고정성'이 소정시간을 근무한 직원이 그 다음날에 퇴직한다고 하더라도 근로 대가로 당연하고 확정적으로 지급받게 되는 최소한의 임금이라 판결했어.

하지만 현대차가 지급하는 상여금은 지급 제외자 조항에 의거, 15일 미만근무자에겐 제공하지 않는 '비고정적 성격'을 띄고 있기 때문에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고 봐야지. 또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지도지침'에서도 '고정성 결여 사례'로 현대차 상여금을 대놓고 예를 들었어.

노 : 현실적으로 지급제외자에 해당하는 대상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을 거 같은데요? 현재 현대차가 상여금을 2개월에 한번 지급하고 있는데, 해당기간 중 45일 이상을 미승인결근이나, 조합 활동 무급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어요.

전 : 그럴 수도 있지만, 그건 가능성에 의지한 확대해석에 불과하다고 생각해. 그 외에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없잖아.

◆퇴직자 예외 조항 '일할 계산' 적용 가능?

노 : 있어요. 바로 '퇴직자에 대한 예외' 규정을 근거로 들 수 있어요. 규정상 상여금의 고정성을 인정하고 있고, 실제로도 퇴직자에게 근무일수에 비례해 상여금을 지급하고 있어요. 이처럼 근무일수에 따라 일할 계산돼 지급되는 임금은 고정성이 인정되는 거잖아요. 대법원이 퇴직자에게 일할 계산해 지급하는 금품을 통상임금으로 분류하기도 했고요.

*현대자동차 '상여금 지급 시행세칙' 지급제외자 중 퇴직자에 대한 예외(6.5)로, '기준 기간 중 퇴직한 자에 대해서는 실 근무 일수에 해당하는 지급률로 상여금을 산정하여 퇴직금 지급시에 지급한다'고 명시했다.

전 : 하지만 관련 규정 적용 대상은 퇴직자에 불과하며, 예외 조항에 해당되지 않으면 기본 조항을 적용하는 게 맞는 거라고 생각해.

노 : 그렇게도 볼 수 있겠네요. 사실 저는 현대차가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이는 '지급제외자' 조항 하나로 전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으려는 꼼수를 부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현대자동차 상여금 지급 시행세칙과 고용노동부 통상임금 노사 지도지침. Ⓒ 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 상여금 지급 시행세칙과 고용노동부 통상임금 노사 지도지침. Ⓒ 프라임경제

전 : 응. 네 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어. 결국 내년 1심이 어떠한 판결이 나오느냐에 따라 양측의 행동이 달라지겠지.

노 : 맞아요. 어쨌든 노사 갈등이 심화될수록 발생하는 피해는 결국 자신들의 몫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니까 그전까지 노사가 자신들의 주장만을 너무 고집하지 않고 서로 한발씩 양보하는 자세로 교섭했으면 좋겠어요. 사실 교섭이라는 게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 서로 의논하고 절충하는 자리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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