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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탐방 77] "우리 목소리 이북까지…" 열린북한방송

대북라디오 방송·자체제작 영상 비롯, 남·북 뚫린 소통의 장 운영

정수지 기자 | jsj@newsprime.co.kr | 2014.02.21 14:47:40

[프라임경제] '모든 인간은 의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를 갖는다. 이 권리는 간섭받지 않고 의견을 가질 자유와 모든 미디어를 통해서 국경에 무관하게 정보와 사상을 추구하고 받고 전달할 자유를 포함한다.' - 유엔인권선언문 제19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세상과 등지고 대화의 끈을 모두 끊어 버린 이곳을 우리는 북한이라고 부른다. 자유를 위해 부모·형제 나아가 국가를 등지고 나온 탈북자는 벌써 2만5000명을 넘어섰지만 여전히 소통의 문은 굳게 닫혀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열린북한방송사업단(대표 노영래, 이하 열린방송)'은 사람과 사람, 국가와 국가는 물론 탈북자에겐 고향을 이어주는 '오작교'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을 위해 한 줄기 희망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는 노영래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들만의 또 다른 세상 '단파 라디오월드'
 
2005년 사단법인열린북한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시작한 열린방송은 2011년 사회적기업으로 다시 출발했다. 직원은 총 16명으로 장애인 1명과 탈북자 4명이 함께하고 있으며 탈북직원은 신변을 위해 가명을 쓰고 회사는 주소를 되도록 공개하지 않는 등 최대한 탈북직원 보호에 힘쓰고 있다.
 
궁극적으로 북한의 정보자유화를 돕고 탈북자들의 쉼터를 꿈꾸고 있다는 열린방송은 미디어 사업을 통해 조금씩 활로를 넓히고 있다. 
 
   사무실 내 라디오 부스와 장비가 갖춰져 있다. = 하영인 기자  
사무실 내 갖춰진 라디오 부스와 장비. = 하영인 기자
이와 관련 노 대표는 "북한 내 소식을 전해주는 것만이 아니라 남한에도 북한 소식을 많이 접하게 해 다가올 통일에 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부모님과 나라는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닌데 왜 남한은 이렇게 살고 북한은 그렇게 살고 있을까 생각해 그 속에서 인생의 부조리함을 느꼈다"며 "언젠가는 통일이 될 텐데 제일 우선시되는 건 문명적 격차를 줄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을 보탰다.
 
이를 위해 열린방송은 자체 라디오 방송을 야심차게 진행하고 있다. 한반도와 국제사회에서 화제가 되는 북한 및 세계소식을 전하는 '열린시사2030'을 위시해 탈북자들이 직접 나와 북한주민의 시각으로 남한사회를 들려주는 '동무야, 어떻게 살고 있니?' 등 여러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다. 
 
현재 이곳은 FM과 AM에 비해 음질은 떨어지지만 먼 곳까지 주파수가 닿는 단파를 쓰고 있는데 춘천 MBC의 주파수를 빌려 북한 남포까지 남한의 소리를 전달하고 있다. 방송 후 청취증언도 들어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보람차면서도 한편으론 짠하다고. 여기서 노 대표의 설명이 보태졌다. 
 
"북한 성인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라디오를 듣는다고 합니다. 그 중 1~2%가 우리 라디오를 듣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큰 성과죠. 특히 단파라디오는 공·해상에서 잘 터져 배 타는 분들이나 시장에서 장사하는 분들이 많이 듣는다고 해요. 이분들에겐 라디오가 또 다른 세상인거죠." 
 
◆탈북자들, 정보자유화 열망 가득…인기프로그램은 '정은아? 뭐하니!'
 
열린방송은 방송영상 제작에도 주력하고 있다. 방송은 우리 삶 속에서 꾸밈없는 모습으로 살고 있는 탈북자의 현실적인 모습과 북한 사회 이슈를 주로 담고 있다.
 
   열린북한방송 직원이 영상을 편집하고 있다. = 하영인 기자  
열린북한방송 직원이 영상을 편집하고 있다. = 하영인 기자
여러 프로그램 중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정은아? 뭐하니!'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현재 북한 지도자인 김정은 또래 다섯 남녀가 나와 친구에게 물어보듯 김정은과 직접 대화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북한 화두를 좀 더 가볍고 재미있게 접근하자는 일환으로 계획됐다.
 
이렇게 만든 영상은 유튜브나 공식 홈페이지에서 만날 수 있다. 노 대표는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조회 수가 10만 건이나 된다"며 "아직 열린방송의 인지도는 미미하지만 프로그램의 인기도는 점점 높아지는 추세"라는 부연도 곁들였다.
 
   노영래 열린북한방송 대표는 남·북의 '문명적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하영인 기자  
노영래 열린북한방송 대표는 남북의 '문명적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하영인 기자
이러한 열린방송의 움직임은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지만 회사 운영에는 늘 어려움이 뒤따른다. 4억원 정도의 연매출에 더해지는 국가 지원과 수익금으로는 회사 운영이 힘들어 미국에서 펀드를 따오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미국이 이란프로젝트, 동아시아프로젝트 등 프로젝트 기금을 내놓으면 대북 관련 프로젝트를 공모해 일정 펀드 기금을 조달받는 식이다. 
 
이를 두고 노 대표는 북한 문제만이 아닌 우리나라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대북 문제에 대한 지원이 미약한 정부 입장 탓에 열린방송을 포함한 대북방송사들은 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
 
북한 주민에겐 재미와 정보를, 남쪽 사람들에겐 새로운 소식을, 탈북자들에겐 고향을 선물한다는 소기의 목적을 이루고 있지만 아직도 이들에게 정보자유화의 벽은 아직 높기만 하다는 노 대표의 걱정은 생각보다 깊었다. 
 
"아직 방송을 할 수 있는 판로가 좁아 걱정이지만 향후 10년, 15년 내에 케이블TV 채널을 하나 확보하고 싶습니다. 이를 통해 한국 사람들이 북한을 좀 더 가깝게 느끼게 하고 싶은 거죠. 그래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지지 않을까요?"
 
끝으로 노 대표는 "소소하게라도 사회에 보탬에 되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며 "언제나 탈북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방송을 만들겠다"고 맺음말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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