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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탐방 72] 모두가 행복해야 '착한여행'

소수민족 삶 엿보기에 전통문화 체험, 현지와의 커뮤니케이션 중시

나원재 기자 | nwj@newsprime.co.kr | 2014.02.12 17:56:24

[프라임경제] 누군가 '온전한 여행'을 묻는다면 머릿속에 어떤 그림이 떠오를까? 이를 두고 "여행은 현지에서 관계를 맺고, 쉼과 회복의 시간을 갖는 것"이라며 묵묵하지만 자신감 있는 답변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여행사를 만났다. 나효우 '착한여행' 대표는 여행자뿐만이 아닌 여행지도 모두가 행복한 여행을 줄곧 얘기한다. 독특하게도 '착한여행'은 사회적기업으로 소개되고 있기도 하다. 그를 만난 2월 중순경 어느 날, 온전한 여행스토리에 대한 생각을 조금 더 듣게 됐다. 

'착한여행'의 시작은 2009년. 엄밀히 말하면 준비는 2008년 초부터다. 지난 2003년부터 10여년간 국제 NGO 단체 '아시안 브릿지'에서 경험을 쌓은 나효우 대표는 2007년 귀국해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듬해 이주민, 이주여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나효우 대표는 모두가 행복한 것이 참된 여행이라고 말한다. 이는 착한여행의 바탕이 되기도 한다. = 정수지 기자  
나효우 대표는 모두가 행복한 것이 참된 여행이라고 말한다. 이는 착한여행의 바탕이 되기도 한다. = 정수지 기자
그는 "인권 차원이 아닌, 즐겁고 재밌게 참여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던 중 이주여성과 '에코투어 가이드'를 1년간 진행했지만 한국 문화와 역사, 환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고, 이후 취업이 안 된다는 소식만 돌아왔다"고 말한다. 여행사를 직접 설립하겠다는 그의 생각은 점차 무르익어 갔다.

대중을 대상으로 새로운 여행 문화를 만드는 것 역시 쉽지 않았다. 해외자료를 찾아볼 수밖에 없는 상황. 당시 나 대표는 '책임여행' 등을 공부하며 해외사례를 수집했다고 회상한다.

"국내에서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있었죠. 처음에는 실험적으로 국내 거주하는 외국 강사 등과 북촌 투어를 했는데 반응이 좋았습니다. 경험도 됐죠.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2009년 6월 '메콩강 시리즈'부터 모 일간지와 했었죠. 하지만, 프로그램을 하려면 국내법상 회사를 설립해야 했습니다."

◆색다른 프로그램으로 확실한 차별화

당시 문화관광부에서는 사회적기업이 드물어 가능하면 등록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나 대표는 2009년 설립 이후 고민을 거듭해 2010년 예비사회적기업을 거쳐 같은 해 12월 사회적기업을 갖게 됐다.

그는 10개 대형 여행사가 전체 시장을 대부분 차지하는 가운데 그들과의 비교우위가 아닌 '우리가 하고 싶은 것,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작도 3명에 불과했다.

고민 끝에 시작한 첫 프로그램인 '메콩강 시리즈'도 맥락을 같이 한다. 골자는 '왜 우리 여행은 나라 중심일까?'라는 질문이 시발점이었다. 그리고 기존 스타일이 아닌 그 나라가 이뤄지고 만들어진 것, 역사 문화를 이해해야 하는 것에서 해답을 찾았다.

비정부기구(NGO) 활동 등 그간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된 것도 사실이다. 나 대표는 "문화역사 등 강을 중심으로 문화를 이해하는 코드가 기존 시장과는 달랐다"며 "메콩강은 중국과 캄보디아, 태국 등 6개국에 거쳐 강이 흐르는 지역"이라고 부연했다.

   착한여행은 '캄보디아' 여행은 세계 7대 불가사의 앙코르와트를 시작으로, 고대 도시 앙코르톰, 자연과 하나된 따프놈 사원, 밀림 속 수상사원 뱅밀리아 사원 등을 둘러보게 된다. ⓒ 착한여행  
착한여행은 '캄보디아' 여행은 세계 7대 불가사의 앙코르와트를 시작으로 고대 도시 앙코르톰, 자연과 하나된 따프놈 사원, 밀림 속 수상사원 뱅밀리아 사원 등을 둘러본다. ⓒ 착한여행
마을여행이라는 콘텐츠로 마을과 자연을 직접 경험하는 여행 콘셉트는 점차 발전했다. 이후 '섬나라 시리즈'와 '세계문화유산 시리즈' '자원봉사 여행'은 체험과 함께 지역사회에 깊숙이 들어가는 색다른 프로그램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회사 설립 후 여행을 문의하는 전화 한 통 없었다고 나 대표는 웃으며 말한다. 단체 연수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만 처리할 뿐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착한여행' '공정여행'이라는 단어는 익숙하지 않은 현실이었지만 어느덧 이 같은 흐름은 바뀌고 말았다. 지난해 한국관광공사가 통계자료에서 '착한여행'과 '공정여행'이 언급된 것.

나 대표의 말을 빌리면 공사에서 해외여행을 9가지 테마로 조사한 내용 중 '착한여행, 공정여행을 해봤냐'는 질문에 20% 이상이 '그렇다'고 답변을 했다. 게다가 '올해 테마여행을 하겠다면 무엇을 하겠냐'는 질문에 30% 넘는 사람이 '착한여행' '공정여행'을 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그만큼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요즘 지자체도 이런 콘셉트를 트렌드화하는 게 현실이다.

나 대표는 "대중화가 됐다는 차원에서 공정여행 착한 여행 하드코어로 생각하는데, 지금은 소프트하게 생각한다"며 "시장으로 본다면 아웃바운드는 미미하지만, 해외사례를 보면 20%까지 본다"고 말을 보탰다.

이어 "그 지역 마을사람들과 에피소드를 공유하는 것, 가령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고구마가 맛있었다 등 에피소드 등이 여행에서 살아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6명만 모여도 특별한 여행 시작

"2009년 당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여행을 생각한다면 중요한 게 사람과의 공유, 경제적인 면도 생각해야 하는데 말이죠. 근사치는 책임여행이었어요. 공정여행 등도 생각해봤지만, 대중에게 설명하려니 여행과 전혀 상관없이 비춰질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GOOD'이란, 즉 착한 여행을 생각하게 됐죠."

나 대표는 '착한여행'에 현재 총 15개 정도의 프로그램이 있다고 전했다. 현재 그룹이나 단체 연수, 여행 의뢰가 많아지며 매출 70%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착한여행'은 3대 가치로 사람과 지역, 과정의 교육학을 꼽고 있다. 원주민과 소수민족, 여성과 어린이에 우선적 관심을 갖고, 여행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나누는 즐거운 과정이 가치 자체다. 여기에 감동과 재미, 체험과 경험을 나누고 배우는 여행,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여행은 '착한여행'이 앞으로도 걸어갈 길이기도 하다.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에는 장비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침낭과 카고백, 스틱, 아이젠 등이 지원되며 안전과 음식 등을 담당하는 전문 가이드가 동행하게 된다. ⓒ 착한여행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에는 장비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침낭과 카고백, 스틱, 아이젠 등이 지원되며 안전과 음식 등을 담당하는 전문가이드가 동행하게 된다. ⓒ 착한여행
이와 관련, 현재 △라오스 △캄보디아 △인도네이사 발리 △타이완 △네팔 히말라야 등에서는 전통가옥 '힐링스테이'와 소수민족과의 나눔 여행, 유적지와 전통생활 체험 등이 매력적인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히말라야 트레킹의 경우 장비무료 대여와 전문과 동행이 보장되고 있다.

특별한 여행인 만큼 6명만 모여도 '우리만의 여행디자이너'의 아낌없는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홈페이지에서 신청해 여행일정을 받기만 하면 특별한 단체여행을 떠날 수 있다.

이에 대해 나 대표는 "지난해 10월 캄보디아에 회사를 설립했고, 나머지는 현지 파트너사"라며 "착한여행은 현지에 기여하고, 본인은 회복하는 모두가 행복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착한여행'은 사회적기업으로, 지난 2012년까지 인건비 80%를 지원받았다. 매출은 2009년 1억원에서 현재 18억원으로, 여전히 넉넉하지는 않지만 분위기는 즐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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