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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규 KT 회장의 '과거사 정리' 날 세운 행보의 끝은?

[신년기획] '변화의 물결' 미리 본 그룹사 갑오년…⑭ KT

최민지 기자 | cmj@newsprime.co.kr | 2014.01.29 12:22:49

[프라임경제] 갑오년(甲午年)을 맞아 모든 기업이 말하는 대로 다 이뤄지는 한해를 기원하지만, 그룹사들의 체감온도는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주머니에 숨은 손은 올해 성패를 결정지을 회심의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만큼이나 여전히 조심스럽다. 이런 상황은 그룹사별 오너십이 더욱 강화될 것이란 전망과 이하 계열사들의 움직임 하나까지 놓칠 수 없는 이유다.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변화의 바람을 극복해야만 두둑한 곳간을 바탕으로 보다 안정적인 지속경영도 전개할 수 있다. 주요 그룹사들의 갑오년을 미리 좇았다.

지난해 몰아친 대내외 악재로 위기에 봉착한 KT(030200)는 올해 경영정상화에 주력할 전망이다. 지난 27일 공식 선임된 신임 황창규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KT는 기업 재정비에 돌입했다.

황 회장은 하루 후 열린 첫 임원회의에서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필사의 각오로 위기를 극복할 것을 주문했다. 황 회장은 KT 수장으로의 첫 행보로 대대적 조직개편과 임원인사 단행을 선택했다.

이는 이석채 전 회장의 색깔을 없앤, 황 회장식의 '새판짜기'의 서막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대대적 조직개편부터 시작, 효율성 극대화

황 회장은 새로운 KT 조직체계를 구성하기 위해 대대적 조직개편부터 실시했다. 황 회장은 우선, 이 전 회장의 색채를 뺀 조직 슬림화를 추진했다. 이 같은 조직개편은 KT 내 불필요한 조직을 과감히 정리,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황 회장의 복안이다.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은 27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신임 회장으로 공식 선임됐다. ⓒ 프라임경제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은 27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신임 회장으로 공식 선임됐다. ⓒ 프라임경제
20여개에 달하던 사업부문은 △8개 부문 △3개실 △융합기술원 △경제경영연구소로 통폐합됐다. 8개 부문·3개실은 △커스터머 △마케팅 △글로벌&엔터프라이즈(G&E) △네트워크 △IT △경영기획 △경영지원 △CR 부문 △홍보실 △윤리경영실 △비서실로 구성됐다.

기존 △혁신추진단 △그룹윤리경영부문 △그룹 코퍼레이트센터(CC) △관련기능을 경영지원 부문으로 이관시킨 그룹셰어서비스(GSS) 부문 △GPDC(Global Partnership Development & Consulting Business) 등은 폐지됐다. 없어진 대부분 부서들은 이 전 회장 시절, 신설 또는 확대된 곳들이다.

그룹윤리경영부문은 지난해 2월 그룹윤리경영실을 확대 개편한 곳이며, 혁신추진단은 지난해 4월 신설됐었다. GPDC는 LTE 르완다 구축 프로젝트 등 해외합작 파트너와의 전략 컨설팅 강화를 위해 지난해 9월 신설됐다.

당시, LG유플러스와 부당영입 논란이 있었던 김철수 전 KT 부사장이 GPDC 부문장에 임명됐었다.

특히, 이 전 회장 시절 KT의 싱크탱크 역할을 맡았던 그룹 CC가 폐지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 그룹 CC는 지난해 2월 시너지경영실과 CC부문을 통합, 이 전 회장 대표 라인인 김일영 부사장이 코퍼레이트센터장을 맡았었다.

황 회장은 그룹 CC를 폐지하는 대신 새로운 KT의 콘트롤타워가 될 미래융합전략실을 신설했다. 미래융합전략실은 각 부문·실과 그룹사별 핵심역량을 진단하고 융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로 미래 성장엔진을 발굴하는 곳이며, 삼성그룹 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래전략실과 같은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KT맨' 전진배치에 주목

황 회장은 이 전 회장의 외부영입 인사방식에서 탈피해 KT출신 인사들을 대거 등용했다. 이는 KT의 낙하산 인사에 대한 불만을 잠재워 내부 직원들을 다독임과 동시에 통신전문가를 전진 배치하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지난 27일 발표된 임원인사 9명 대부분도 보란 듯이 전·현직 KT맨을 내세웠다. 커스터머부문장으로 영입예정인 임헌문씨는 KT 연구원 출신으로 1년 전 퇴임한 인물이며 △남규택 마케팅부문장 △오성목 네트워크부문장 △전인성 CR부문장 △한동훈 경영지원부문장 모두 'KT맨'이다.

  황창규 회장의 첫 행보는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시작됐다. 이는 이석채 전 회장의 색채를 빼고 KT를 새롭게 정비하기 위한 것으로, 추후 계열사 재정비까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 KT  
황창규 회장의 첫 행보는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시작됐다. 이는 이석채 전 회장의 색채를 빼고 KT를 새롭게 정비하기 위한 것으로, 추후 계열사 재정비까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 KT
반면 이 전 회장의 라인으로 꼽히는 주요임원들은 이번 임원인사에서 제외돼 좌천되거나 KT를 떠날 예정이다. KT에 따르면 지원조직 임원급 직책 규모는 50% 이상 축소되고, 전체 임원 수는 27% 대폭 감축됐다. 기존 130여명에 달하는 임원수를 100여명으로 줄이겠다는 것으로, 30여명의 임원들은 이달 31일 사퇴를 앞두고 있다.

이 중 T&C부문장이자 대표이사 직무대행까지 역임했던 표현명 사장은 자회사로 좌천될 가능성이 높다. 김홍진 G&E 부문장과 김일영 코퍼레이트센터장도 회사를 떠난다. 이 둘은 이 전 회장의 측근으로 잘 알려져 있다. 또, 영입 때부터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었던 김은혜 커뮤니케이션실 전무도 사실상 퇴직이 예상된다.

이는 KT 경영위기에 대해 경영진의 책임을 묻겠다는 황 회장의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황 회장은 사내방송을 통한 취임사에서 "회사가 맞은 현재 위기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은 경영진에게 있다"며 "경영진 모두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석채 전 회장의 그림자 떨쳐내기, 시작은?

황 회장의 '새판짜기' 구조조정은 계열사까지 영향이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4분기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한 KT는 황 회장 취임과 함께 모든 투자와 비용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계열사를 포함해 불요·불급·부진한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 전 회장이 문어발식으로 확장시킨 계열사들도 정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전 회장 취임 전 KT 계열사는 2008년 11월 기준 30개였으나, 현재 52개(2013년 9월 기준)로 늘었다. 이 가운데 KT 주력사업인 통신사업과 전혀 연관 없는 사업을 전개하는 곳이 상당수다.

KT 비통신계열사는 △부동산 △스포츠 △금융 △광고대행사 등 무차별적으로 늘어났다. 여기서 KT 스포츠는 KT가 수원에 프로야구에 구단을 창단하면서 신설된 계열사며, KT렌탈 중 차량정비서비스업체인 KT렌탈 오토케어도 계열사에 들어있다.

몇몇 계열사는 이 전 회장의 검찰수사와도 연관돼 있다. 이 전 회장 시절 KT는 2010년 부동산 개발회사 KT에스테이트와 부동산자산관리 회사 KT AMC를 설립했다. 이 전 회장이 참여연대로부터 고발당했을 때 참여연대 측은 이 전 회장이 2011년 20개 사옥·지난해 8개 사옥을 KT AMC가 모집한 펀드에 매각하며 회사에 최대 869억원의 손실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전 회장 수사 당시 KT 에스테이트 임원들은 여러 차례 불러내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KT OIC와 KT 이노에듀(사이버MBA)는 KT 계열사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적정 가격보다 비싼 값에 인수해 이 회장 배임 혐의와도 얽혀 있다.

이 전 회장이 벌여놓은 계열사들 중 절반가량은 적자에 허덕이거나 자본잠식 상태에 놓이는 등 심각한 경영난을 보이고 있다.

공시를 보면 동영상 스트리밍업체인 유스트림코리아는 작년 약 27억원의 당기순손실, KT 클라우드웨어는 약 55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미디어 클라우드 사업 추진을 위해 2012년에 계열사에 편입된 엔써즈는 지난해 단기순손실 30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놓일 위기에 있다.

이런 가운데 황 회장은 "통신 대표기업 1등 KT를 만들겠다"며 통신사업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강력한 구조조정을 펼치고 있어, 이들 계열사 미래에 대한 새 수장의 선택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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