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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성공적 출발, 정착까지는 아직…

현장방문 심사인원 5명 불과·정부 부처별 조율도 미흡

이정하 기자 | ljh@newsprime.co.kr | 2013.07.19 16:19:58

[프라임경제] "맘 맞는 사람 다섯 명 있으세요?"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과 구조조정에 따른 명예퇴직이 일상이 돼 버린 사회현실을 감안하면 솔깃한 수밖에 없는 협동조합 홍보카피. 협동조합은 일자리창출이라는 난제에 신음하는 정부가 지난해 말 야심차게 꺼내든 카드다.

정부는 협동조합을 통해 기존 시장경제를 보완하고 취약계층을 보호, 지원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단 시작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달 초 기준 협동조합 수는 1400여개로 작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이후 봇물 터지듯 늘어나고 있다. 다만 급조된 정책이라는 지적도 여전한 만큼 협동조합이 정착권에 들어서기 위해 넘어야할 부분을 짚어봤다.

◆협동조합, 글로벌 금융위기 맞서 견고한 고용창출 가능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후 경기는 장기침체의 늪에 빠지게 됐고 기업 구조조정에 실업자가 넘쳐나게 됐다. 일례로 금융위기 직후 유로존 실업자 수는 1174만명. 그러나 유럽발 재정위기로 올해 3월 실업자 수는 1921만명까지 증가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거리에 내몰리게 된 사람들과 함께 경기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그리스에서 시작된 구제금융은 아일랜드, 포르투갈로 이어지며 유로존이 해체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기됐다. 이 가운데서도 견고한 고용창출로 주목을 받은 곳이 있다. 스페인의 '몬드라곤'과 이탈리아 '트렌토'가 바로 그곳이다.

경쟁력을 갖춘 협동조합을 갖춘 이들 지역은 대내외적 경제위기에도 꾸준히 신규고용을 창출하며 국가 경제가 원활히 돌아갈 수 있게 한 밑바탕이 됐다. 지난 7일 열린 '제1회 협동조합의 날' 기업식에 참석한 현오석 경제부총리도 이들 지역을 언급하며 "협동조합은 시장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대내외 불확실성이 클 때는 경제안정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협동조합은 최근 들어 새롭게 주목받고 있지만 사실 우리에게 제법 친숙한 존재다. 농협과 수협 등이 대표적인 한국의 협동조합으로 과거 8개 분야에 한정된 개별법과 설립을 위한 최소 기준들이 이번에 대폭 완화되면서 급증하게 된 것이다.

◆금융·보험 제한 "사회적 파장 고려, 부득이한 조치"

업종 및 분야 제한 없이 설립될 수 있으나 금융, 보헙업의 경우는 다르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하 진흥원) 관계자는 "금융업의 경우 대규모 자본이 필요할 뿐 아니라 전문성일 갖춰야 하는 분야로, 현 단계에서는 아직 무리라고 판단한 것 같다"며 "추후 상황을 봐야 전 분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조심스럽다는 의견을 내비췄다.

금융업의 경우 타 업종에 비해 사회 전체에 미칠 파장이 크다는 점에서 충분히 공감가는 대목이다. 그러나 빈곤층에 대한 무담보·소액 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과 같은 협동조합은 꿈꿀 수 없다는 점에서 다소 아쉽다는 의견도 있다.

치타공대학 소속 경제학과 교수였던 무하마드 유누스가 1973년 고리대금업자의 횡포에 시달리던 빈민을 위해 자신의 돈을 빌려주는 것에서 출발한 '그라민은행 프로젝트'는 절대빈곤층을 위한 대출에 힘을 쏟았다. 이 결과 대출받은 600만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58%가 빈곤에서 벗어났다.

◆국가적 차원 이익분배 화룡점정은 사회적협동조합

협동조합의 꽃은 사회적협동조합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일반협동조합과 달리 사회적협동조합은 공익사업에 40% 이상 치중하며, 조합원과 사회기여 양쪽에 고루 무게를 두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은 임여금의 30% 이상을 법정적립금으로 적립해야 하고, 남은 잉여금을 모두 임의 적립금으로 적립하게 해 조합원의 배당을 금지하고 있다. ⓒ 네이버 블로그 화면캡처  
사회적협동조합은 임여금의 30% 이상을 법정적립금으로 적립해야 하고, 남은 잉여금을 모두 임의 적립금으로 적립하게 해 조합원의 배당을 금지하고 있다. ⓒ 네이버 블로그 캡처
이러한 점을 염두, 정부에서도 사회적협동조합에서 생산된 재화나 서비스를 공공기관이 우선 구매토록 하는 조례안 등을 마련 중이다. 이르면 9월 국회에 제출돼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는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처음부터 충분한 준비 없이 무턱대고 시작한 사회적협동조합은 출발부터 난항이었다. 한 사회적협동조합 소속 관계자는 사회적협동조합에 대한 깊은 이해와 준비 없이 일단 시작하고 그 이후에 미비한 점을 준비해 가는 정부 태도에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관련 부처에서 도움을 주긴 했지만 처음 사회적기업을 설립코자 했을 때 아무것도 마련돼 있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며 "예를 들어 주사업인증 서류를 내야 하는데 정해진 서식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고, 공익사업에 대한 제도적 배려가 없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사회적협동조합은 기재부가 전체를 총괄하고는 있지만 세부조율은 각 부처별로 나눠져 있다는 점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또 형식심사와 함께 현장심사가 이뤄지고 있으나 인력 부족이 문제다.

지금까지 수리된 사회적협동조합 수는 50여개, 신고 수는 89개. 현장방문을 통한 심사는 진흥원에서 맡고 있으며, 관련 인원은 고작 5명이다. 전국적으로 설립되는 사회적협동조합의 현황과 추세를 고려했을 때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회적협동조합을 포함 협동조합 취지는 좋으나 얼마나 우리 사회에 정착해 뿌리내릴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며 "보여주기식 정책이 아닌 실질적인 지원책이 조속히 나와야 한다"고 쓴 소리를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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