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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의 스포츠세상] 애물단지 저수지가 '수상레저스포츠 휴양지' 탈바꿈

정부‧자치체‧시민 '3박자 쿵짝' 맞아떨어지면 전에 없던 수상스포츠 무대 실현

김재현 스포츠칼럼니스트 | agent007@dreamwiz.com | 2013.05.28 19:23:39

[프라임경제]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약 1만2800km에 이르는 길고 아름다운 해안선을 갖고 있다. 이 선을 따라 이어지는 해양 군‧시들을 떠올리면서 '해양스포츠를 즐기기에 천혜의 환경'이란 생각을 늘 가져왔다.  

해양스포츠를 활성화 하자는 움직임은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다. 스포츠의 다양성과 국민여가 증대를 위해 정부가 정책적으로 나선 것이다. 해양 인접 지방자치단체들도 이에 호흡을 맞췄다. 이곳 지자체들은 해양스포츠제전과 보트쇼 등 스포츠대회를 개최하면서 관광인프라 확보에 나섰다. 이때만 하더라도 다들 기대가 컸다. '우리도 선진스포츠 부류에 속하는 해양스포츠가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겠다'고 여겼던 것이다.   
 
하지만 너무 앞서갔던 것일까. 해양스포츠 대중화는 다소 더디게 가는 것 같다. 왜 그런지 조목조목 따져봤더니,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제법 많이 눈에 띄었다. 

해양스포츠를 대표하는 낚시, 요트, 보트, 스쿠버다이빙 등은 우리나라에 스포츠로 뿌리 내린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탓에 특정인들의 스포츠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 또 내륙지방 사람들이 해양스포츠를 즐기려면 해안지역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여건상 녹록치가 않다.

해양스포츠도 일반 생활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자주 할 수 있어야 하지만, 내륙에서 해안으로 수시로 이동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해양스포츠 = 휴가'라는 인식이 아직은 팽배한 탓에 해양스포츠는 큰마음 먹고 가족들과 함께 먼 길 떠나는 여행의 일부로 받아들여지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4계절이 뚜렷해 해양스포츠는 '여름 한 철 스포츠'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도 있다. 이밖에 해양스포츠 장비가 상대적으로 고가인 점, 기본교육을 받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점 등도 해양스포츠 저변 확대의 어려운 점으로 꼽힌다.
 
그렇다 해서, 해양스포츠가 우리 대중 속으로 파고들지 못할 일은 아니다. 단지 시간이 좀 더 걸릴 뿐이라고 본다. 해양스포츠는 국민의 여가 수준과 소득 수준 향상에 따라 발전할 것이라는 게 레저스포츠업계의 일반적 견해다. 그리고 또 중요한 한 가지. 바다만 '물'이 아니란 점이다. 해양스포츠만 쳐다볼 것이 아니라, 강이나 저수지에서 즐길 수 있는 수상스포츠의 저변 확대에 공을 들여볼 필요가 있다.

천혜의 자원 '물'을 활용한 스포츠 발전 방안은 매우 다양하다. 이 방안 하나하나가 수상스포츠 촉진 정책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미 그렇게 실현되고 있기도 하다.

웬만하면 차로 2시간30분 이내에 당도할 수 있는 우리의 바다는, 다른 나라에 비해 확실히 근접성이 좋다. 하지만 우리나라엔 한강, 낙동강, 금강, 섬진강, 영산강 등 수려한 강들 또한 즐비하다. 전국의 65개 국가하천과 55개소의 지방 1급하천 등은 '물 나라' 대한민국의 트레이드마크다. 뿐만 아니라 농어촌공사 소유로 각 지역본부에서 관리하는 약 3000개소 이상의 '농업용 저수지'도 있다. 이중 경기도에만 약 110여개 이상의 저수지가 있으며, 휴면상태인 저수지소 많다.

농업용 저수지에서 무슨 수상스포츠냐는 의문이 제기될 법도 한데, 대중과 인접한 저수지를 중심으로 생태계와 오염상태를 최소화 하는 무동력 수상스포츠의 활성화 방안이 각 스포츠클럽 등을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타진되고 있다 한다.

또 최근엔 경인아라뱃길 개통 1주년 첫 번째 문화축제에서 카누, 요트, 카약, 수상바이크 등 수상스포츠 퍼레이드가 펼쳐졌는데, 일반인 체험까지 곁들여지면서 하천이 새로운 스포츠의 장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사례가 소개되기도 했다.
 
필자는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하갈동, 공세동, 고매동에 위치한 60여만 평의 거대한 호수(일산호수공원 면적 9만1000평)의 '기흥호수공원개발계획'에 깊게 관여한 적이 있었다.

이 호수는 자연호수가 아닌 1964년 홍수 조절 및 주변 일대 농경지에 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조성된 거대한 저수지다. 하지만 이곳은 이런 저런 이유로 농업용 저수지의 기능을 상실하고 말았다. 호수 북쪽에는 3만여 가구주택에 10만명 이상이 사는 영통신도시가 있고, 서쪽엔 삼성전자 본부가 자리 잡고 있다. 또 남쪽으론 4만여 가구주택에 인구 12만명의 동탄신도시 등 공세지구, 보라지구, 흥덕지구 등이 포진해 있다. 이 중간에 기능을 상실한 거대한 저수지가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곳은 지역의 중요한 휴양지로 탈바꿈했다. 저수지 둘레길을 따라 산책로와 자전거전용도로가 놓였고, 저수지는 조정경기장 등 레저스포츠 장으로 쓰이고 있다. 당시 환경부와 용인시, 그리고 지역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힘입어 '애물단지 저수지'가 '없어서는 안 될 수상레저 휴양지'로 변신한 것이다.  
 
천안시도 얼마 전에 직산삼은저수지를 가족형웰빙공원으로 조성하는 수상레저발전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조성된 분당율동공원, 이천설봉호수, 설봉조각공원 등은 저수지를 이용한 수상레저스포츠시설과 수변레저공원으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아직은 예산부족 등으로 개발이 다소 더디고, 계획단계에서부터 일이 꼬이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휴면저수지의 스포츠레저 활용계획은, 필자의 경험으로 비춰볼 때 정부와 자치단체와 시민 '3박자 쿵짝'이 맞아떨어질 때 실현 가능성은 커진다.

  ⓒ 프라임경제    
 
대중스포츠는 참여자가 학습도 하고 즐길 수도 있도록 접근성이 용이한 곳에서 진행돼야 한다. 따라서 참여 체험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수상스포츠를 개발하고 성취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 강과 저수지를 활용한 지역 단위의 수상스포츠가 활성화 된다면 해양스포츠의 발전은 훨씬 빨리 앞당겨질 것이다.  

김재현 스포츠칼럼니스트 / 체육학 박사 / 문화레저스포츠마케터 / 저서 <붉은악마 그 60년의 역사> <프로배구 마케팅> 외 / 서강대·경기대·서울과학기술대 등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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