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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의 스포츠세상] 국민 절반이상 "레저스포츠에 관심없다"는데…

한시적 이벤트 참여형 아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여가콘텐츠 개발 아쉬워

김재현 칼럼니스트 | agent007@dreamwiz.com | 2013.02.12 14:29:59

[프라임경제] 언제부터인가 국민 스포츠 '등산'에 돈이 엄청 들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산에는 아웃도어 모델들 천지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전 세계 아웃도어 시장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기이한 현상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동네 뒷산을 오르더라도 전문가형 등산장비와 등산복을 챙기지 않으면 뭔가 부족하기라도 한듯 너도 나도 죄다 최고급으로 치장한 채 산행에 나선다. 히말라야 같은 산악지대가 아님에도 우리나라 산은 가히 전세계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향연장이라 불릴만 하다.

이런 현상만 보자면, 등산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등산을 하고 싶어도 마땅한 등산 장비가 없다는 이유로 산을 꺼려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레저스포츠의 묘미는 한껏 즐기면서 건강까지 챙기는 데 있는 것이지 '보여주기식 행사'는 아니란 생각이다. 등산 한 번 폼 나게 즐기려면 놀랍게도 수십, 수백만원 들기 십상이다. 그 돈 들여서 레저스포츠 할 바엔 아예 포기하겠다는 사람도 많으리라.   

필자는 얼마 전 복합문화레저시설 개발을 위해 서울 및 수도권(성남시, 용인시, 안양시, 군포시, 의왕시) 전체표본 2240명, 전연령대를 대상으로 '경기인근 지역 복합문화스포츠레저시설 입지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 한 바 있다. 이 설문조사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레저스포츠 및 문화생활에 취미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55%가 '없다'고 답했다. 또 복합문화레저 시설 개발과 관련한 '레저복합시설의 연간 회원권이 생긴다면 이용하겠는가'엔 '할인율에 따라 이용하겠다'란 응답이 52%, '시설 및 콘텐츠(시설 내용)에 따라 이용하겠다'의 응답은 32.5%였다. 또 워터파크 및 레포츠시설의 이용률은 '연간 1~3회' 정도에 머무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득 수준 향상 △주5일제 근무 확산 △레저스포츠 인구가 다양화 △여가 인구 증가 등의 현상을 감안할 때, 실로 의외의 결과였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아직 레저문화에 대해 별 관심이 없고, 특별히 할인이 되는 정도에 따라 레저문화를 즐기겠다는 국민이 더 많다는 현실이 놀라웠다. 레저스포츠를 즐기는 데 있어 경제적인 문제가 큰 부담인 게 현실이란 얘기다.

한번은 짚고 가야 문제 아닐까. 국민 절반 이상이 실제로는 즐기지 않고 있음에도 레저스포츠 시설은 증가하고 있고, 또 엄청나게 고급화 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레저스포츠 이용률은 아직 성장단계인데 해당 시설과 부대산업은 날로 커져가는 희한한 비대칭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우선, 레저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물리적 근접성의 한계' 문제가 있다. 흔히 레저문화라고 하면, 큰 짐 가방을 차에 싣고 온 가족이 휴가를 떠나는 문화에 익숙하기 때문에 연례행사 같은 단발적인 이벤트 성격이 짙다. 때문에 가족 단위 레저스포츠를 즐기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노력(?)이 따르게 마련이다. 일반인들에겐 부담스러운 행사가 아닐 수 없다.   
 
또 우리나라의 계절성과도 연관이 있는 것 같다. 사계절이 뚜렷하다보니 겨울은 스키, 여름에는 물놀이라는 '레저 등식'이 뚜렷하다. 레저 잘 즐기는 가족이라 하더라도 겨울철에 겨울스포츠 한 번, 여름에 여름스포츠 한 번 정도로 '연례 가족 행사'를 매듭짓는 가정이 의외로 많다. 이런 문화 때문에 최상의 인도어 레저 시설이 마련돼 있다 하더라도 '계절 장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고, 해당 레저산업시장은 크게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레저스포츠에 대한 소비자 접근 양식이 이렇다 보니 레저스포츠 시설은 도심에서 더 멀리 떨어져 있게 되고, 휴양 리조트의 부대산업으로 돼 간다. 1년에 한두 번 찾는 레저 시설이라 기왕이면 '거하게' 대규모 테마파크 쪽을 찾는 경우가 많다. 값비싼 이용요금이 뒤따를 수밖에 없지만 소비자들도 이쯤은 감내하는 데 익숙하다. '가족을 위해 1년에 한번 돈 쓰는 건데…'라는 인식이 팽배한 탓이다. 

헬스, 휘트니스, 요가, 골프 등 생활체육 시설이 도심 곳곳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누구든 여유만 있으면 집 앞에서도 얼마든지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이런 기반 확충에 따라 스포츠 참여 인구도 빠르고 늘고 있다. 국민 건강 차원에서 보자면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눈에 가까우면 더 친숙해지는 법이다. 물놀이를 포함한 다양한 레저시설이 △찾아가기 쉬운 데 위치하고 있다면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마련돼 있다면 △부담 없는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면 레저스포츠 이용인구는 더 늘어날 것이다.

터무니없이 비싼 이용요금을 받아가면서 고객들로 하여금 '연중행사'를 치르도록 유도할 것이 아니라 쉽게 접근하고 값싸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그래야 레저의 본질을 즐길 수 있는 진정한 레저 인구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돈으로 레저스포츠를 즐기는 것이 아닌 개인 취향과 건강을 위해 레저스포츠를 즐기는 시절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재현 스포츠칼럼니스트 / 체육학 박사 / 문화레저스포츠마케터 / 저서 <붉은악마 그 60년의 역사> <프로배구 마케팅> 외 / 서강대·경기대·서울과학기술대 등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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