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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100일 농협지주 '제2의 윤병철'을 맞이하다

[CEO리포트] 농협금융 입성 앞둔 신동규 회장 내정자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2.06.19 17:27:18

[프라임경제] 농협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19일 신동규 전 은행연합회 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내정하면서, 향후 농협금융 운영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회추위는 당초 이철휘 전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과 권태신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놓고 최종 판단을 할 것으로 관측됐지만,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온 상황이다.

낙하산 논란 부담스럽지만 MOU 문제 등에 비관료 출신 선택은 어려워

   
 
신 내정자는 경남고, 서울대 출신으로 행정고시 14회를 통해 공직에 입문했다. 재무부 비상계획 담당관을 역임했고 재정경제원 금융정책과 과장, 공보관을 지냈다. 국제금융국과 기획관리실 등의 업무를 두루 거쳤다. 여기까지만 보면 정통 '뱅커'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관료 출신이라는 이력은 이후 일말의 변화 과정을 거치게 된다. 2003년~2006년에는 한국수출입은행장을 지내고 2008년~2011년 제 10대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을 역임했다.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두 인사가 어필했던 점, 즉 여러 난제 속에서 농협금융의 울타리가 돼 줄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었다. 그러나 이들 두 후보의 단점은 역시 일명 낙하산 문제. 즉 정부와 너무 가깝다는 점이었다.

정통 관료 출신에 금융을 안다는 점을 갖춘 인사라면 이런 낙하산 불만을 최소화하면서 이점을 갖고 갈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또 신 내정자의 경우 이번 정권 출범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거쳐 최소한의 정치적 감각과 이번 정부와의 인연은 갖춘 편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출자 문제 등 현안들을 해결해 나갈 추진력과 노조와의 협력을 이끌어 나가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현재 순수한 외부 금융 전문가를 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가장 적당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금융지주사 매트릭스에 부정적…선 굵은 행보 예상 

   
 
문제는 그가 농협의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원만한' 스킨십만 시도할 것으로 볼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런 점은 특히 MOU 문제를 둘러싸고 당국과 긴장을 조성하는 방향보다는, 노조나 중앙회 쪽과의 관계에서 나타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신 내정자는 오랜 관료 생활을 했고 신흥국 환율 문제를 주제로 공부해 박사 학위를 받은 인물. 여기에 초대 금융정보분석원장을 지냈고, 특수은행이지만 실제 금융기관을 이끌어 본 경력(수출입은행장)이 있다.

규제와 관치 마인드가 강한 만큼, 금융의 속성과 흐름을 꿰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춘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은행연합회를 이끌던 시기에는 신입 행원들의 연봉을 위기 이전으로 돌려놓자는 은행원들의 주장에 난색을 표해 공공의 적으로 떠오른 적이 있고, 금융지주사들이 매트릭스를 도입하는 시도를 할 때에도 이 문제가 회장들의 권력 강화를 위해 악용될 여지가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던 이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가 100% 지분을 가진 시스템. 일명 '신경 분리' 이후에도 최원병 중앙회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인데, 신 내정자의 행보에 비춰보면 어떤 형태로든 중앙회쪽의 부당한 압력 시도에는 불편한 반응을 보일 여지가 충분히 있다. 농협 노조의 강경 기류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명분없는 양보로 일관하지 않을 가능성 또한 점칠 수 있다.

우리금융 윤병철 초대 회장처럼 충돌 불사 시스템 정립 가능성

이런 상황에서 하나은행에서 행장을 역임했던 윤병철씨 같은 역할 모델의 짐을 신 내정자가 스스로 짊어지려 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공적자금 투입으로 은행들을 묶은 상황을 기반으로 첫 금융지주 탄생 시험 모델로 탄생했다.

하나은행에서 행장을 지낸 윤병철 초대 회장은 익숙치 않은 상황에서 지주와 주력 은행 간 역할 모델, 당국과의 채널 구축 등을 맡았는데 이 과정과 유사한 길을 걸을 '관료 출신 윤병철'의 역할론에 신 내정자가 흥미를 느끼고 실제로 잘 해낼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제 금융지주 시스템을 본격 가동한지 100일 남짓된 농협금융으로서는 신 내정자가 이러한 개인의 특성을 발휘할 시험대로서 많은 이슈들을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농협금융에 가장 적당한 울타리가 될 수도 있고, 반면 가장 까다로운 성격을 모두 갖춘 외부인일 수도 있다는 고민은 이런 특성에서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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