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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리포트] NH-CA자산운용 이종환·필립 페르슈롱 대표

토종 뚝심과 창의적 금융의 조화…‘1.5배 레버리지 펀드’로 승부수

이수영 기자 | lsy@newsprime.co.kr | 2012.06.14 10:52:01

[프라임경제] 토종 브랜드 농협(NH)의 우직함과 창의적인 프랑스 금융 전문가가 뭉쳤다. 2009년 국내 최초로 ‘1.5배 레버리지 인덱스 펀드’라는 공격적인, 그러나 합리적인 구조의 상품을 시장에 선보였고 출시 3년 만에 8500억원이 굴러가는 인기 상품으로 키워냈다. 자산운용 업계의 극심한 불황에도 꾸준히 성장 가도를 달리는 NH-CA자산운용의 선두에는 ‘양대 사령탑’ 이종환·필립 페르슈롱(Philippe Percheron) 대표이사가 있다.

   
NH-CA자산운용 이종환, 필립 페르슈롱 공동대표.(왼쪽부터)
12일 여의도에서 만난 두 CEO의 첫 인상은 그들이 걸어온 길 만큼이나 판이하게 달랐다. 김천농고와 서울대 농업교육과 출신으로 1980년부터 농협중앙회에 몸담은 이종환 대표는 대한민국 아버지의 전형이다.

반면 파리 제2대학에서 경제측정학, 통계공학, 재무 3개 분야를 전공하고 1990년대 초부터 프랑스 시가총액 3위 은행인 크레디아그리콜에서 자산관리 전문가로 활약한 필립 대표는 전형적인 유럽 펀드매니저다.

◆안 어울릴 것 같은 두 남자 ‘최대실적’ 합작

NH-CA자산운용은 2003년 농협금융지주와 프랑스 아문디자산운용이 각각 60%, 40%의 지분을 출자해 세웠다. 내년이면 벌써 설립 10주년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2월 마케팅 총괄 부사장에서 올해 3월 대표이사로 승진했고 필립 대표는 앞서 2011년 8월 대표로 취임해 회사를 이끌었다. 안 어울릴 것 같았던 그들의 조합은 1년 사이 상당한 시너지를 냈다.

펀드 수요 침체와 영업 부진으로 지난해 국내 80여개 자산운용사 중 절반 가까운 30여개 운용사가 적자에 시달렸다. 반면 NH-CA자산운용은 당기순이익 71억원, 시장점유율 3.27%를 기록하며 설립 이래 최대 실적을 거뒀다.

이 대표는 “지난해 80여개 자산운용사 중 30여 곳이 적자를 내는 등 자산운용업계가 어려웠다”며 “그럼에도 설립 이후 최고 흑자를 거둔 것은 프랑스 파트너사인 아문디와 신규 사업을 추진하고 부산을 거점으로 한 지역 마케팅이 성공적으로 정착한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두 사람은 철저히 역할을 분담해 움직인다. 이 대표가 조직 관리와 영업, 마케팅을 진두지휘하고 필립 대표는 상품설계와 리스크 관리 등 금융서비스에 전념한다. 특히 이 대표는 특유의 ‘펀(fun) 경영’으로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는 것으로 유명하다. 단순히 좋은 회사를 넘어 ‘일하고 싶은 회사’로 만드는 것이 그의 희망이다.

이 대표는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를 높이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이것이 토대가 돼야 설립 10주년을 맞는 내년 새로운 도약을 위한 앞으로의 10년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로존 사태 해결 키플레이어는 독일”

이날 현장에서 필립 대표는 최근 유로존 재정위기 상황에 대한 분석과 전망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유로존 사태를 풀 수 있는 결정적 해법은 ‘정치적 합의’로 매우 간단한 문제라면서도 단기간에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문제 해결에 나설 ‘키플레이어(핵심선수)’로 독일을 꼽았다.

그는 “유럽 위기의 해결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며 “독일이 유로본드 발행을 받아들이고 재정통합을 위해 노력하면 된다”고 말했다. 유로존 사태의 핵심은 경제적 위기가 아니라 정치적 불협화음이며 유럽중앙은행(ECB)의 강력한 역할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필립 대표는 “ECB가 강력한 역할로 각국 재정을 통제하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1999년 유로존 출범 이후보다 지난 6개월 사이 더 많은 사건이 벌어진 만큼 최근 유럽 각국의 불협화음도 정치적 통합을 이루기 위한 일련의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유로존 위기가 지속될수록 유동성은 물론 원자재, 상품 시장도 ‘쿨 다운(침체)’될 수밖에 없는데 독일 역시 이를 두고만 보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치적 합의를 이루는 과정이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어렵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방향성이 잡혔다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펀드를 거꾸로 하면? “the Fun!”

전문성과 ‘Fun 경영’을 모토로 하는 NH-CA자산운용의 대표 상품은 2009년 출시한 ‘1.5배 레버리지 인덱스펀드’다. 출시 3년째를 맞은 펀드는 이달 12일 현재 수탁고 8500억원을 기록하며 ‘1조 펀드’ 입성을 눈앞에 뒀다. 국내 운용 중인 펀드 가운데 1조원 이상의 수탁고를 기록한 것은 7개 운용사의 10개 상품뿐이다.

   
지난 달 16일 NH-CA자산운용은 부산은행과 자산관리부문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이는 부산을 중심으로한 지역 마케팅 강화 차원에서 이뤄졌다. 이종환 대표, 성세환 부산은행장, 필립 페르슈롱 대표(왼쪽부터)가 MOU 체결 후 기념 촬영에 임하고 있다.
1.5배 레버리지 인덱스펀드는 코스피 지수와 연동해 1.5배의 차익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코스피 지수가 10% 상승하면 펀드는 15%의 이익을 얻는 식이다. 다른 펀드 상품에 비해 운용보수가 저렴하고 상품 종류에 따라 단기 환매하더라도 환매수수료가 붙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 5월 한 달 동안 국내 주식형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1조1000억원 규모다. 이 중 10%인 1100억원이 NH-CA의 1.5배 레버리지 인덱스펀드로 몰렸다. 펀드의 인기는 이미 뜨겁지만 이 대표의 인기상품을 넘어 레버리지 펀드를 회사 ‘대표상품’으로 키우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그가 구상한 상품 마케팅 키워드는 ‘더 펀(the Fun)’이다. 펀드(fund)를 거꾸로 읽은 것과 비슷한 발음으로 이 대표의 경영 철학을 담은 셈이다.

고객들에게 쉽고 재밌게 다가가기 위해 치타를 모티브로 한 애니메이션 캐릭터 ‘레버’를 고안한 것이 대표적이다. 치타인 레버는 상품의 특징인 빠른 투자, 쉬운 결과 분석을 상징한다. 회사는 레버가 등장하는 웹툰과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국내 최초로 단일 상품만 소개하는 공식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좋은 기업을 먼저 고르고 그 안에서 좋은 주식을 찾는다’는 게 회사의 운용 슬로건이다. 이 대표는 이 같은 운용 슬로건 아래 단순히 운용규모를 높고 벌이는 경쟁은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규모보다 상품으로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것.

이 대표는 “내년 출범 10주년을 맞아 더 이상 중형사로 머물지 않고 대형사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며 “전체 운용규모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것 보다 자산운용사로서 ‘대표펀드’로 투자자들에게 인정받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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