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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국민은행 강릉지점의 '산전수전 영업'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2.06.11 20:48:37

[프라임경제] "아니, 이걸 누가 본다고 여기다 걸었나 그래. 뭐 저 아랫동네에 지점도 없으면서…효과도 없을 것 같은데?"

강원도 오대산 산길을 따라 걷던 관광객 A씨. 도심은 어느덧 더운 기운이 감도는 6월이지만, 이 곳 산 속 공기는 제법 걸을 만 하다고 느끼며 걷는 중입니다. 뉘엿뉘엿 해가 지고, 마음이 슬슬 초조해진 A씨는 길을 재촉합니다. 그나마 마음에 위안이 되는 것은 상원사 부근은 줄곧 흙길이던 것이 그래도 아래쪽이라고 월정사 가까워서는 포장도로도 나타나고 한결 인간 세상에 가까워졌다는 티가 났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플랭카드도 나붙고 해서 발걸음에 한층 속도가 붙었는데요.

플랭카드를 심상히 흘려보며 걷던 A씨의 눈에 어디서 많이 보던 로고가 눈에 띄었다고 합니다.

   
 

바로 회색 바탕에 노란색 별이 빛나는 KB(105560) 로고였는데요. 석가탄신일을 기념해 국민은행 강릉지점에서 내건 축하 메시지였던 것입니다. 대여섯개 현수막 중에 제법 상업적인 플랭카드로도 국민은행 것이 유일한 셈이었을 뿐더러, 강릉지점이란 부분이 눈에 또 탁 박혔습니다.  

동서울에서 진부의 버스터미널로 와 상원사 올라가는 버스를 탔던 A씨. 아까 버스로 올라온 길을 되짚어 오던 A씨는 진부 못 가서 민박마을에서 잠을 잘 요량이었는데요. 간단히 말하면, 이 플랭카드를 본 길은 강릉으로 넘어가는 산길도 아니고, 진부에서 오대산을 오가는 길에 내걸린 셈입니다.

돈을 찾는 문제로 아까 진부에서 잠시 은행들 지점 개설 상황을 수소문해 본 A씨. 동네에 지점도 없으면서 이게 웬 건가 싶습니다. 하다못해 하나은행(086790)은 진부버스터미널 바로 앞에 ATM을 떡하니 설치한 것과 비교된다 생각도 잠깐 해 봅니다. 그냥 오지랖도 넓은 지점인가 보다 치부하면 그만일 일이지만, 강릉지점이 더 나아가 국민은행이 과연 진부(즉 평창군)까지 영업망을 펼칠 계제인지가 A씨는 궁금해졌습니다.

   
 

기자가 국민은행 공식홈페이지를 검색해 본 바에 따르면, 이 은행이 강원도 평창 내에 자동화코너를 갖고 있는 곳은 알펜시아가 유일한 모양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산 속에 누구를 타켓으로 해서 내건 것인지가 오히려 궁금해진다는 A씨 생각이 유효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자가 지역 교통편을 좀 검토해 보니, 진부에서는 강릉으로 차를 타고 나서는 게 그렇게 멀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동서울에서 강릉가는 차편이 진부를 통해 간다고 하니까요. '광역 생활권'이라면 굳이 틀리다고까지 하지는 않을 정도랄까요?

   
 

당장 A씨 같은 서울 깍쟁이야 차부(터미널)에서 하나은행 ATM이 눈에 띄니 당장 쓰기 좋다고 영업 잘 한다고 느낄지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실제 진부에서 오대산의 절들을 오르내리는 불자들을 잠재 고객군으로 상정해 본다면, 산 속 곳곳에까지 기념일을 챙기는 광고를 펼치며 광역 생활권 민심 잡기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이처럼 산등성이를 타는 영업 패턴을 펼치는 것은 강원도의 은행원이라면 숙명이기도 할 텐데요.

이 같은 격한 쟁탈전을 벌이는 영업은 국민은행 강릉지점엔 별로 낯설지 않아 보입니다. 국민은행 강릉지점은 관동대에 발전기금을 전달했다고 해 잠깐 지역언론에 기념 사진이 오르내린 적이 있는데요. 관동대 구내에는 하나은행(의 이야기가 다시 나오는 미묘한 상황)이 먼저 자리를 잡았습니다.

하나은행 관동대출장소가 들어온 것은 학교법인 명지학원(서울 명지대도 운영 중)과 하나은행의 협상으로 좀 쉽게 얻은 것이 아니냐는 풀이도 가능합니다. 명지대, 명지전문대 모두 하나은행이 출장소를 보내 놨거든요.

   
 
그런데 락스타존으로 대학가에 뒤늦게 파고들고 있는 국민은행으로서는 발전기금이라는 보리밥알로 이미지 제고라는 잉어를 낚을, 즉 앞길을 닦을 필요가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국민은행 강릉지점이 적진 한 복판에 뛰어든 셈입니다.

이런 산과 물이 다 가까운 강릉을 기반으로 산전수전을 다 치르고 있는 국민은행 강릉지점. 연초 정보에 따르면, 국민은행 강릉지점은 지난해인 2011년의 업무평정을 해 올해 신년에 주는 전국 종합 업적 평가 최우수 점포상에서 은상을 차지했다고도 합니다.

같은 강릉에 이 은행의 강릉지점만 있는 게 아니고 강릉중앙지점도 있는데, 역시 산골까지 오지랖을 떨친 덕분일까요.

독일어 단어 중에 Jäger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허브향이 나는 술 예거마이스터에 붙은 예거가 이 예거인데요. 사냥꾼인 동시에 추격자를 가리키며, 용맹한 부대에 예거를 붙이기도 합니다(나치가 공수부대를 팔슈름예거라고 불렀음).우리 말로는 산쟁이 내지 산척(山尺)이 가장 뜻이 가까울 겁니다.

오늘도 산쟁이처럼 산을 타며 실적거리를 추격하고 있을 국민은행 강릉지점. 올해에도 업무평정 때 좋은 고과를 받았으면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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