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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칼럼⑥] 박찬선의 이론조론(理論造論)

한국 IT기업의 비즈니스 생태계 전략 Ⅱ

박찬선 부사장 | press@newsprime.co.kr | 2011.06.07 19:01:27

[프라임경제] 지면(紙面)을 통해 심심찮게 접할 수 있는 말 중에 상생경영(相生經營)이라는 말이 있다. 소위 윈-윈 관계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또는 협력기업 간에 만들자는 의미이다.

이 말은 다수의 기업들로 구성되는 비즈니스 생태계(Eco System)의 기본이 되는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상생(윈-윈)이라는 말을 접할 때, 특히 국내 대기업들이 얘기하는 말을 들을 때, 왠지 공허한 얘기만 같고 한편으로는 믿음이 가지 않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2009년 국내 굴지의 모 IT 대기업의 회장이 상생경영을 선언하면서, “‘우리 회사와 함께 사업을 하는 협력회사는 망하거나 흡수되어 사라진다… 리베이트 없인 협력회사가 될 수 없다.’라는 외부의 이야기를 듣고 뼈저린 각성을 하였으며, 이를 근절시키기 위한 대한 혁신적인 개선안을 발표하겠다”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물론 이와 같이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한 반성의 선언만이 아닌, 최근 들어 대기업들, 특히 IT 분야의 대기업의 최고경영자들로부터 비즈니스 생태계(Eco-System)의 구축을 통한 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상호 윈-윈’의 길로 나아가자는 선언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이제는 하나의 시대적 트렌드인 것처럼 되어버려 업종을 불문하고 상생경영과 비즈니스 생태계를 외치지 않는 기업이 없을 정도이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에는 대기업과 관련된 부정적인 관행이 많이 개선되고 투명해 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는 선언적 의미에만 그치고 있을 뿐이라는 비판적 견해가 긍정적인 평가보다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일례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대기업의 계열사를 통한 MRO사업의 독점 문제를 보아도 얼마나 공허한 선언에 그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진정으로 대기업들이 상생경영과 성공적인 비즈니스 생태계를 원한다면, 유일한 선택이 일방의 생존(Survival) 전략만이 아니며 함께 협력하여 상생할 수 있다는 서로의 믿음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과거 대기업들이 구축해 오던 방식인 일방적인 1차, 2차 하청기업의 계층구조나 Distributor(배급 업자), Reseller(재판매업자)등과 같은 유통채널 조직의 논리로 새로운 시대의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할 수 없다. 참여기업이 함께 공감하고 감동받을 수 있는 비전(Vision)과 믿음 없이, 대기업 자신들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브랜드나 영업망 속에 협력기업을 묶어 보려는 생각을 버리지 않고 외치는 상생경영은 되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에 불과할 뿐이다.

그렇다고 외국의 거대 IT 대기업이나 Open Source 진영의 기업들의 방식을 표면적으로만 흉내 내어 업계를 선도하는 기술 표준과 영향력 등을 무조건 나누고 공유함으로써 수많은 협력 업체와 독립 개발자 등의 지지 세력을 만들어 내겠다는 발상 또한 옳은 방법은 아닐 것이다. 이는 고도의 사전 전략 수립과 막대한 자본력 투입 또는 롱 테일(Long Tail) 전략과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수립이 선행되지 않는 한 따라 하기 조차 쉽지 않은 방법이다. Apple의 생태계 구축 사례를 보면 얼마나 치밀한 전략과 탁월함이 숨어 있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가?

   
넥서스 커뮤니티 박찬선 부사장
대기업들이 추구해야 할 새로운 시대의 비즈니스 생태계 전략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서로에 대한 비전과 믿음을 기본으로 하는 참여와 철저한 전략과 투자를 바탕으로 하는 나눔이라는 두 가지 접근법이 상호 보완되면서도 완전히 차별화된 전략이 되어야 할 것이다. 지면 관계로 구체적인 방법론을 논하기는 어렵지만, 무엇보다도 대기업들이 비즈니스 생태계 구축의 성공을 원하고 선언이 상징적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선, 진심으로 협력기업의 발전과 성공을 기원하는 마음이 선행되어야 하고 이를 위한 노력이 뒤 따라야 할 것이다.

Google의 기업모토 중에 ‘악해지지 않는다(Don’t be evil)!’ 라는 말이 있다. 사실 ‘악하다(Be evil.)’라는 정의에 대한 모호한 해석과 Google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이 말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없는 바는 아니지만, 악해지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이를 위한 의도적 노력을 하지 않는 한, 우연한 ‘선(善)한 경영’조차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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