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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의 책보기] 정상호의 ‘아주 史적인 고백’

 

프라임경제 | webmaster@newsprime.co.kr | 2011.04.08 19:27:17

[프라임경제]참 아쉬움이 많은 책이다. 책을 집필한 저자가 현재 공직에 몸담고 있는, 공무원이 쓴 책이라는 선입견의 역차별(?)을 볼 만하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구성도 조금은 아마추어 냄새가 짙다. 뒤집으면 그만큼 상업성을 고려하면서 독자들의 입맛에 맞게 꾸민 뻔한 책이 아니라는 뜻이다.

   
 

공무원이기 전에 수필가인 저자가 30여 년 동안 일 때문에, 또는 아주 드물게 여행 삼아 들르게 된 국내외 여러 곳 중에 의미가 있는 곳에 대한 잔잔한 고백들이다. 물론 럭비공 튀듯이 아무렇게나 이어지는 고백이 아니라 강대국들 사이에서 2천년 넘게 가녀린 호흡을 이어온 한반도의 과거를 살펴보고 미래를 염려하는 ‘역사인식’이 첨부터 끝까지 중심을 잃지 않고 도도하게 흐르는 ‘역사적 관찰’이다. 선입견을 접고 책을 찬찬히 읽어보면 언론사에서 출판하고 제목 역시 ‘아주 史적인 고백’이라고 세련되게 붙인 이유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저자는 책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한결로 걱정한다. 그리고 그 운명은 세 가지 열쇠에 달렸다고 걱정한다. 로마와 터키, 천년 로마제국과 오스만투르크 제국을 뜯어보면서 반도라는 지정학적 특성을 살려 대륙과 해양의 균형감각을 갖추는 것이 첫 번 째 열쇠란다. 두 번 째 열쇠는 우리 민족이 속해있는 몽골리안의 DNA를 활성화 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드넓은 몽고, 위대한 징기즈 칸의 발자취를 더듬으면서 우리가 왜 몽골리안 벨트인지를 상당히 깊은 역사적 지식을 바탕으로 닫힌 자물쇠를 열어준다. 세 번 째 열쇠는 늘 깨어 있으면서 세계사의 흐름을 깊고 넓게 보는 지혜를 갖추라는 것이다. 그래야 약육강식의 냉혹한 세계에서 후손들에게 자랑스런 선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상당한 역사의식을 갖춘 수필가가 쓴 책이어서 그런지 글읽기가 생각보다 무척 편하다. 간결한 필체와 주장하는 바를 웅변하는 사진, 부정기적으로 묻어나는 아마추어적 감상이 흐르는 문체의 진솔함, 거기에 사실 우리가 언젠가는 꼭 가봐야 할 그런 곳들에 대한 간접 여행의 체험이되 우리와 관련된 역사공부까지 쏠쏠하게 할 수 있는 인문/지리/역사탐방이 섞여있기 때문이다. 오지 여행가에서 국제봉사단원으로 맹활약하는 한비야 님의 책과는 또 다른 맛이 상당한데도 다만 현직 공무원이 썼다는 편견, 비상업적으로 출판했다는 점 때문에 세칭 ‘베스트셀러’가 되지는 못할 것 같은 책이다.

그냥 훌쩍 어디로 여행이나 떠나고 싶은데 일에 묶여 팍팍한 일상을 사는 사람이라면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볼 만 하다. ‘19금(禁)’과는 전혀 무관 할뿐더러 역사 전문가가 쓴 어렵고 지루한 역사서가 아니어서 내용마저 쉬우므로 학생인 자녀들에게 ‘세계 속에서의 대한민국에 대한 긴 안목과 자신이 나아가야 할 바’를 깨우쳐 주기 위해서도 한 번 쯤 읽어보라 할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저자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공직에서 은퇴한 후 온전히 ‘역사여행 수필가’의 신분이 되면 ‘동서양을 관통하는 일관된 동선과 레벨’을 견지한 ‘아주 史적인 고백’의 리모델링 판을 꼭 한 번 봤으면 하는 것이다. 일본인 작가 시오노나나미의 ‘로마인이야기’처럼.

   
 

 

자유기고가 최보기 thebex@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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