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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의 책보기] ‘좌우파사전’

 

프라임경제 | webmaster@newsprime.co.kr | 2011.02.21 13:37:04

[프라임경제]일본의 오른손잡이 사무라이들은 칼을 왼쪽에 차고 길의 왼편을 걸었다고 한다. 오른편 길을 걷다 맞은편 적을 불쑥 만나면 칼을 빼서 적의 칼을 막거나 공격하는데 간발의 시간차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서부영화의 총잡이들은 당연히 오른쪽에 권총을 찼으되 길의 좌우편을 구분하지는 않았다. 먼저 빼서 정확히 쏘는 자가 임자므로.

   
 

가끔 우리는 삼정승 중에 영의정이 제일 높은 줄은 알겠는데 그 다음 높은 사람이 좌의정인지 우의정인지 궁금할 때가 있다. 알아보니 여러 이치로 좌의정이 먼저다. 무심코 걷는 사람들이 두 갈래 길에서 아무 길이나 선택해도 상관없는 상황에서 어느 쪽을 선택하는 경향이 더 높은 지, 왜 그런지가 마케팅 분야에서는 심심찮게 연구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연구대상이라면 어느 쪽 길을 택할 것인가 궁금하면 두 갈래 길이 있는 산책길에서 아무 생각 없이 걸어보면 좌편향인지 우편향인지 금방 답이 나올 것이다.

프랑스는 세 사람이 모이면 와인을 이야기하고, 네덜란드 사람 셋은 꽃을 이야기 하고 미국 사람은 셋이 모이면 아메리칸 풋볼을 이야기 하고, 한국 사람은 셋이 모이면 정치논쟁으로 피 튀기는데도 정치 수준은 가장 뒤떨어진 나라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을 만큼 우리들 서민이 최고로 잘 씹는 술안주는 갈치도 꽁치도 아닌 정치다. 진보/보수, 좌/우파, 중도좌/우파, 수구꼴통/빨갱이가 수시로 붙고 엉킨다. 내일 영업계약이 실패할 지라도, 가벼운 지갑으로 심야 택시비가 걱정이라도 오늘 이 술자리 말싸움에서 밀리면 끝이다. 설득적인 지식과 논리에서 발현된 뚜렷한 소신과 주관보다는 대개 목소리 큰 사람이나 ‘신문에서 봤다’는 사람이 우세승을 거둔다.

미국과의 FTA, 영어로는 ‘Free Trade Agreement’고 우리말로는 ‘자유무역협정’인 이 단어 때문에 아주 오랫동안 나라가 찬성과 반대로 시끄러웠다. 대체로 찬성은 우파고, 반대는 좌파인 분위기다. 그런데 그 문제에 대해 어떤 결정할 위치나, 그걸 밥 삼아 연구해야 할 입장도 아닌, 무지한 민초이자 백성일 뿐인 필자는 이쪽 이야기 들으면 그런가보다 찬성이고 저쪽 이야기 들으면 그런가 보다 반대다. 스스로가 어느 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사는지 정확한 좌표도 없는 정도로 어줍잖게 술자리서 붙었다가 깨지기 일쑤다.

그래서 필자는 ‘좌우파사전’이라는 책을 구했다. 배워서 굳이 남까진 안주더라도 배운 만큼 내 것이다. 어젯밤 술자리에서 패하고선 아직도 분을 못 삭힌 말싸움 승부사, 한 수 위의 지식과 논리로 자신의 입장을 명확하게 정리해서 다음 술자리 때 멋지게 그 친구를 깨줘야겠다는 뒤끝 있는 ‘민초’들에게 딱 필요한 책이 바로 ‘좌우파사전’이다.

14 명의 가방 끈 길만큼 긴 교수와 학자들이 좌파와 우파의 개념부터 국회제도, 법치, 애국과 태극기, 남북문제, 한미동맹, 시장논리와 신자유주의, 노동문제부터 사형제도, 영어공용화와 고교평준화까지 22개의 핵심적인 이슈를 알기 쉽게 정리했다. 책도 만만치 않게 두껍다. 사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꺼번에 독파할 그런 책이 아니라 잠자는 머리맡에 꽂아두고 어젯밤 술자리서 ‘삼식’이에게 깨졌던 분야부터 읽으면 된다. 한 두 분야를 읽다 보면 다른 분야까지 조금씩 정리가 되면서 자신이 세상을 보는 씨줄과 날줄의 범위가 점점 선명해진다.

그리고 우리의 일상 생활을 싸고 도는 이슈가 겨우 22가지 뿐이겠는가. 당장 의료민영화와 구제역 보상, 뉴타운 개발, 종토세 등등 이슈는 차고도 넘친다. ‘좌우파사전’은 그래서 시리즈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 책의 기획자들이 말하는 대로 ‘하늘의 새는 좌우 양날개의 균형으로 날아간다. 시대를 통찰하는 안목을 위해서’까지는 아니더라도 밑에서 높은 산 쳐다보면서 ‘산만 높다’고 질리기 전에 보다 지혜로운 세계관을 위해, 시리즈로 산만큼 쌓이기 전에 남몰래 야금야금 공부하기 딱 좋은 책이다.

최보기 thebex@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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