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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잦은 과음에 무너지는 고관절

 

프라임경제 | webmaster@newsprime.co.kr | 2010.10.08 13:03:46

[프라임경제]영업 부장인 이모씨(남/51)는 일주일에 반수 이상 거래처 사람과 술자리를 가진다. 어느 날 아침, 이씨는 습관대로 신문을 보려고 양반다리로 앉았다가 가랑이 부근에 통증을 느꼈다. 별거 아니겠거니 넘겼는데, 이후 같은 부위에 통증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집에 돌아오면 누울 생각밖에 안 났고, 밖에 나가서도 앉을 곳부터 찾게 되었다. 걸을 때도 절뚝거리게 되면서 일은 물론 일상생활이 힘들어진 이씨가 병원을 찾았을 때는 대퇴골두 무혈성괴사로 이미 고관절까지 손상된 후였다. 그간 거래처 사람들과의 ‘한잔 더’가 넓적다리 뼈로 가는 혈액을 막았던 것이다.

◆ 음주, 대퇴골로 가는 혈액 막는 주범

뼈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산소와 영양공급이 충분해야 한다. 이 공급을 하는 것이 혈액이다. 따라서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해당 부위의 뼈에 구멍이 생기며 괴사하고 만다. 대퇴골두는 골반뼈와 맞닿아 있는 넓적다리 뼈의 위쪽 끝 부분으로, 다른 부위에 비해 혈액순환장애가 쉽게 올 수 있다. 대퇴골두로 가는 혈류가 차단되면 뼈 조직이 죽고, 괴사한 뼈에 압력이 가해지면 괴사 부위가 골절되며 통증이 시작된다. 이렇게 괴사가 진행되면 고관절 자체의 손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대퇴골두무혈성괴사는 빠르면 급성으로 4주 만에 심하게 진행돼 고관절뼈가 주저앉게 되는 경우도 있다.
대퇴골두 무혈성괴사는 우리나라 고관절 질환 환자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이 병의 원인은 뚜렷하게 밝혀져 있지는 않지만 평상시 과도하고 잦은 음주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음주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 혈액이 쉽게 응고되도록 하며 미세혈관들을 막아 괴사를 유발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밖에도 피부약으로 많이 쓰이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제의 남용도 질병 발생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퇴 골절이나 고관절 탈구 등 외상에 의해 대퇴골두로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손상되면서 발생하기도 한다.

◆양반다리가 힘들다면 대퇴골두 괴사 의심

대퇴골두에 혈액 공급이 차단되어 괴사가 일어나더라도 처음에는 아무런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따라서 고관절 부위 통증을 느끼게 됐다면 괴사가 일어난 지 상당한 시간이 경과해 이미 괴사부위에 골절이 발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증상으로 대퇴골두 함몰 변형으로 고관절의 운동범위가 줄어들어 바닥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기가 힘들어지는 것을 들 수 있다. 무거운 물건을 들었을 때 허벅지나 고관절에 통증이 나타난다면 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 통증은 갑자기 시작하고, 발을 디딜 때 심해지기 때문에 걸을 때 보행 시 절뚝거리게 된다. 30~50대 사이에 걸쳐 나타나며 여자보다는 남자에게, 환자의 과반수 이상이 양쪽 고관절에 모두 발병하는 소견을 보인다.
대퇴골두 함몰이 심하면 다리 길이가 짧아진 것을 환자 자신이 느끼게 된다. 통증이 있고 자주 발을 헛딛는다면 대퇴골두 무혈성괴사를 의심해봐야 한다. 질환을 방치하면 관절이 심하게 파괴되어 결국 걷지 못하게 될 수 있다.
특히 음주가 잦은 40~50대 남성들 중 혈액순환장애가 있거나, 피부과 치료 시 스테로이드제제 약물을 사용하고 있다면 평소에도 몸 상태를 잘 살펴야 한다.

◆무너진 엉덩이뼈, 인공관절수술로 세운다

보통 무혈성괴사가 시작됐으나 대퇴골두의 변형이 일어나지 않은 초기 단계에는 약물치료나 감압술 등을 이용한 관절보존술을 시행한다. 감압술은 대퇴골두에 구멍을 뚫어 뼈와 혈관의 재생을 유도하는 것으로, 대퇴골두에 압력을 낮추고 혈관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최근에는 구멍 부위에 사람의 뼈와 비슷한 망상 금속 지지체를 넣어 재생 속도를 높이고 안정적으로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새로운 감압술이 시술된다..
괴사범위가 광범위한 경우에는 인공고관절 치환술이 가장 효과적이다. 양쪽 고관절에 함께 이상이 오는 경우가 많으므로, 상태가 양호할 때는 한번에 수술을 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수술 부위 좌표를 정확히 짚어주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이용해 수술의 정확도와 성공률이 높아졌다.
고관절이 내려앉는 경우라도 인공관절수술로 치료하면 관절 기능을 회복할 수 있으나, 치료가 빠를수록 경과가 좋고 회복이 빠르다. 가랑이와 엉덩이 부근 통증이 1~2주 이상 지속된다면, 약해진 뼈가 골절을 일으키거나 퇴행성 관절염을 동반하기 전에 서둘러 전문의의 진단을 받을 것을 권한다.

   
 

글 : 강서힘찬병원 정덕문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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