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상간소송에서 상간남 또는 상간녀인 피고가 외도 사실을 곧바로 인정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배우자와 단둘이 만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업무상 만난 것뿐이다", "술자리 후 잠시 같이 이동했을 뿐이다", "부정행위는 없었다"고 다투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직장동료, 거래처 관계자처럼 만남 자체가 자연스럽게 설명될 수 있는 관계에서는 입증이 더 중요해진다. △카카오톡 대화 △통화내역 △카드결제내역 △차량 블랙박스 등이 있더라도 상대방이 끝까지 부인하면 특정 날짜와 장소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이런 경우, 문제 되는 증거가 모텔 또는 호텔 CCTV다. 그러나 숙박업소 CCTV는 상간소송을 제기했다고 해서 당연히 확보되는 자료가 아니다. 숙박업소는 개인정보와 사생활 문제 때문에 임의로 영상을 제공하기 어렵고, CCTV는 보관기간이 짧아 시간이 지나면 삭제될 가능성도 크다.
사례를 보자.
고양시 일산에 거주하는 A씨는 남편의 불륜을 의심하고 있었다. 남편은 파주시 소재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같은 병원 직원인 B씨와 자주 연락을 주고받았다. 남편의 귀가 시간이 늦어지고 주말 연락도 계속되면서 A씨의 의심은 커졌다.
A씨는 남편의 카드 사용내역과 차량 이동정황을 확인하던 중, 남편과 B씨가 김포시의 한 모텔 인근에 함께 있었던 정황을 발견했다. 특정 날짜 밤 같은 시간대에 두 사람이 같은 장소 부근에 있었고, 이후 연락 내용도 평소 직장동료 사이로 보기 어려웠다. A씨는 상간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B씨는 소송에서 부정행위를 부인했다. 남편과 연락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업무상 친하게 지냈을 뿐", "모텔에 간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A씨 입장에서는 특정 날짜의 모텔 출입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이때 원고가 직접 모텔에 찾아가 CCTV를 보여 달라고 요구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직원에게 강하게 요구하거나 몰래 영상을 확보하려고 하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법원을 통한 절차를 검토해야 한다.
대표적인 방법이 '증거보전신청'과 '문서제출명령신청'이다. 증거보전신청은 증거가 사라지거나 사용하기 어려워질 우려가 있을 때 미리 증거조사를 해 달라고 신청하는 절차다. CCTV처럼 보관기간이 짧은 자료는 증거보전 필요성이 문제 될 수 있다.
다만, 이미 상간소송이 진행 중이라면 재판부가 본안소송 안에서 문서제출명령신청으로 진행하도록 정리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실무에서도 모텔 CCTV 확보를 위해 증거보전신청을 했으나, 재판부가 문서제출명령 방식으로 신청하도록 하고 이후 특정 숙박업소를 상대로 문서제출명령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
중요한 것은 신청 내용의 구체성이다. "CCTV를 확보해 달라"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어느 날짜, 어느 시간대, 어느 장소, 어떤 출입구 또는 주차장 영상인지가 특정돼야 한다. 차량번호, 결제시간, 통화내역, 카카오톡 대화, 위치 정황 등이 함께 정리돼 있으면 신청의 필요성을 설명하기 쉽다.
숙박업소 CCTV는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지만 모든 사건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미 카카오톡 대화, 사진, 숙박 결제내역, 자백 녹음, 블랙박스 음성 등으로 부정행위가 충분히 입증되는 경우라면 굳이 CCTV 확보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반대로 피고가 만남 자체나 특정 장소 방문 사실을 부인한다면 CCTV 확보가 사건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이혼전문변호사와 상간소송 상담을 할 때도 단순히 "증거가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각 증거가 무엇을 입증하는지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핵심은 '현재 가진 증거로 소송이 가능한가', '상대방이 부인하면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 '추가 증거를 적법하게 확보할 방법이 있는가'를 차분히 따져보는 것이다.
상간소송에서 상간자가 부정행위를 부인한다고 해서 원고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상대방이 부인할수록 원고는 감정적인 대응보다 증거의 방향과 확보 절차를 더 신중하게 정리해야 한다.
숙박업소 CCTV처럼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수 있는 증거는 신속하게 움직여야 하지만, 그 과정은 반드시 적법해야 한다. 특정 날짜와 장소, 확인하려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법원을 통한 절차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간소송은 의심을 주장하는 소송이 아니라, 입증을 통해 책임을 묻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김광웅 변호사(이혼전문) /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 사법연수원 제37기 수료/ 세무사 / 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