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들. 왼쪽부터 하정우 더불어민주당 후보,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 한동훈 무소속 후보. ⓒ 연합뉴스
[프라[프라임경제] "잃어버린 20년."
무소속 한동훈 후보가 부산 북구갑에서 가장 자주 꺼내는 말이다. 북구는 정체됐고, 자신이 바꾸겠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정작 그의 메시지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과연 부산 발전과 '이재명 정부와의 대립 정치'는 동시에 가능한 이야기일까.
한 후보는 지난 29일 사전투표 직후 "북구 발전, 보수 재건, 이재명 정권 폭주를 박살내는 선거"라고 말했다. 문제는 북구 발전을 위해 그가 제시하는 상당수 청사진은 결국 중앙정부 정책과 예산, 제도 변화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부산은 지금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이재명 정부가 강한 드라이브를 건 해양수산부 이전, HMM 등 해운기업 본사 유치, 해사전문법원 설치, 동남권 투자 확대까지. 실제 부산 정치권에서는 지금을 '골든타임'이라고 부른다.
민주당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 역시 사전투표 직후 "부산에 대단한 기회가 오고 있다"며 "이 기회를 10배, 100배 키우려면 힘 있는 부산시장과 집권 여당 국회의원 한 명 정도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질문은 단순하다. 이제 막 출범 1년 남짓 된 정부를 향해 연일 강한 비판을 쏟아내면서, 동시에 중앙정부 협력을 끌어내 부산 발전을 만들 수 있는가.
더 큰 의문은 정치적 위치다. 한 후보는 스스로 무소속 후보라고 말하지만 동시에 "국민의힘으로 돌아가겠다"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북구갑 출마는 부산 발전을 위한 선택인가. 아니면 정치 복귀를 위한 발판이라는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하정우 후보는 이 지점을 정면으로 파고든다. 그는 "정부와 부산시, 국회가 함께 움직인다면 지난 20년간 아쉬웠던 발전 속도를 극복할 수 있다"며 "이번 선거는 단순히 의원 한 석을 뽑는 차원을 넘어 북구가 과거에서 탈피하고, 미래 먹거리 AI 산업을 장착할 것인지 가르는 분기점"이라고 강조했다.
냉정하게 보자. 거대 양당 구조가 굳어진 현실 정치에서 무소속 의원 한 명이 지역 발전을 이끌겠다는 주장 역시 검증 대상이다. 북구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정치적 상징보다 지역 문제 해결에 대한 구체적 답변일 가능성이 더 크다. 먹고사는 문제, 청년 유출, 일자리, 그리고 멈춰 선 지역 성장이다.
북구갑은 단순한 지역 정치 이벤트가 아니다. 부산이 서울·수도권 중심 구조를 넘어 새로운 해양수도권 전략 속에 들어갈 것인지, 아니면 또다시 정치 공방과 구호에 머물 것인지를 가르는 선택에 가깝다.
'잃어버린 20년'을 말하는 건 어렵지 않다. 더 어려운 건 그 20년을 어떻게 되돌릴 것인지 증명하는 일이다. 유권자가 보고 싶은 것은 분노의 언어가 아니라, 결국 결과를 만들 수 있는 현실 정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