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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윤정의 인간지능] ⑨ 뛰는 VOC 위에 나는 상담력

 

지윤정 윌토피아 대표 | press@newsprime.co.kr | 2026.05.26 12:54:18
[프라임경제] 최근 에스컬레이션 콜을 처리하는 VOC 담당자들을 만나면 이구동성으로 토로하는 고충이 있다. 현장의 최종 해결사 역할을 해야 하는 이들 앞에 나타나는 고객들의 정보력과 논리가 무서울 정도로 정교해졌다는 것이다. 이제 불만을 품은 고난도 VOC 고객들은 대책 없이 화를 내며 찾아오지 않는다. 

그들은 이미 AI를 활용해 해당 기업의 약관은 기본이고 관련 소비자법, 금융소비자법의 조항이나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 정보통신망법 등 관련 부처의 법안과 생생한 분쟁 선례까지 완벽하게 조사하고 들어온다.

한 화장품 기업의 VOC 담당자의 하소연을 들어보자. "고객이 제품 사용 후 피부 트러블을 주장하며 식약처 고시 번호와 성분별 유해성 연구 논문까지 검색했더라구요" 상담 중에 당황해 "화장품 피부 트러블 보상 기준"이라고 AI에게 물었지만 화면에 뜬 정형화된 답변은 이미 고객이 다 찾아보고 온 정보였다. 결국 고객 논리에 휘말려 회사 입장을 설명하지도 못한 채 고객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질문의 질이 답의 질을 좌우한다. AI의 답변은 VOC 담당자가 던지는 프롬프트에 따라 그 격차가 천양지차로 벌어진다. 악기나 운동기구도 단순한 기능만 겨우 다루는 사람과 그 도구의 특성을 입체적으로 쓸 줄 아는 사람이 만들어내는 효과가 완전히 다르듯, AI 역시 마찬가지다. 

AI를 단순 답변 검색용으로만 활용해서는 안 된다. 나의 생각을 확장하고 시야를 넓혀줄 영리한 '전략 참모'로 부릴 줄 알아야 한다. 한 번에 정답을 구하려 하지 말고 단계별로 상담 설계도를 짜는 전략 구상 도구로 사용해야 한다  

그 첫 단추는 현재의 '상황 해석'을 AI와 함께 협업해야 한다. 예를 들어 화장품 사용 후 피부 트러블이 발생했다며 거액의 보상을 요구하는 고난도 VOC를 이관받았을 때, 마음이 급해 응대법부터 묻는 단순 지시형 질문으로는 안 된다. 대신 베테랑 VOC 전략가의 관점에서 고객의 상담 내용을 토대로 이 감정이 제품 자체에 대한 단순 불안형인지, 아니면 보상을 염두에 둔 의도적 압박형인지 그 속내와 브랜드 리스크를 AI에게 묻고 구체화해야 한다

두번째로는 '쟁점 분석'을 해야 한다. 화장품법과 식약처의 최신 안전 기준 고시를 바탕으로 고객의 주장 중 객관적인 사실과 주관적인 감정 요소를 분리하고,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한다. 

프롬프트는 "화장품법 제8조와 식약처의 최신 안전 기준 고시를 기반으로, 고객 주장 중 객관적 사실로 다툴 수 있는 부분과 주관적 감정에 불과한 부분을 분리해줘. 그리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 내가 고객에게 역으로 확인해야 할 정보 목록을 뽑아줘."와 같다. 한 번에 답을 구하지 않고 단계를 밟아가야 모호했던 해결의 실마리가 선명해진다. 이 과정에서 VOC 담당자 스스로 흔들리지 않는 논리적 중심을 잡을 수 있게 된다.

사고의 뼈대가 세워졌다면 이제 비로소 '답변 준비'와 '반론 대응'을 설계한다. 고객이 우리의 제안을 수긍할 수도 있지만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다른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 준비 없이 마주하는 변수는 당혹스러운 위기가 되지만, 미리 시뮬레이션해 둔 반발은 담담하게 대화를 리드할 수 있는 동력이 된다. 

예를 들면 이렇다 "고객에게 제시할 수 있는 해결 방안을 세 가지 시나리오로 설계해줘. 첫째는 고객이 우리 제안을 수긍하는 경우, 둘째는 거부하고 법적 대응을 언급하는 경우, 셋째는 예상치 못한 추가 요구를 하는 경우야. 각 시나리오별로 내가 어떤 논리와 어조로 대화를 리드해야 하는지 알려줘."

마지막으로, 기계가 제시한 해법을 그대로 복사해 쓰면 안된다. 환각(Hallucination) 오류는 없는지 팩트의 유효성을 검증하고 현장의 결에 맞춰 판별해야 한다. 기계의 차가운 지능에 인간의 현장 감각을 결합해 고객의 목소리 뒤에 숨은 진짜 감정을 읽어내고, 조직의 입장을 지키면서도 관계를 훼손하지 않는 균형 감각을 발휘한다. 

이것이 AI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지능의 진짜 영역이다. 뛰어오르는 VOC 위에 AI참모를 활용해 날아오르는 상담력을 갖추자. 

지윤정 (윌토피아 대표/ 성신여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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