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세종시장 후보자 토론회가 정책 비전 경쟁보다 공약 재원과 지방재정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공방전으로 전개되며 세종시 재정 구조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6·3 지방선거 세종시장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조상호 후보(왼쪽), 국민의힘 소속 최민호 후보(오른쪽)가 후보자 토론회를 개최했다. =오영태 기자
이번 토론은 누가 더 많은 공약을 제시했느냐보다, 공약 실현에 필요한 재원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설명했느냐가 사실상 승부처로 떠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조상호 후보와 최민호 후보 간 충돌은 단순 정책 대결을 넘어 재정 책임 구조와 시정 운영 능력을 둘러싼 정면 대립 양상으로 이어졌다.
토론의 핵심 장면은 조상호 후보가 언급한 '통합재정안정화기금 1억2500만원' 발언이었다. 조 후보는 이를 근거로 최민호 시정의 재정 운영을 사실상 위기 상황으로 규정하며 "세종시 곳간이 비어가고 있다"는 취지의 공세를 폈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조 후보의 재정 프레임이 자신이 속한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정부의 기본소득 정책 구조와 일정 부분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 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 중인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은 국비 40%, 지방비 60% 분담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지자체는 재정안정화기금을 활용해 지방비를 충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 청양군의 경우 약 38억원 규모의 재정안정화기금을 활용한 사례가 거론된다. 재정안정화기금은 일반적으로 세수 감소나 재난 등 비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지방재정의 안전판 성격을 가진다. 이 때문에 조 후보가 세종시 재정안정화기금 감소를 최민호 시정의 실정으로 규정하면서도, 중앙정부 기본소득 확대 정책이 지방재정에 미치는 구조적 부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치적 일관성 논란이 뒤따르고 있다.
조 후보는 토론 과정에서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 세종시가 삼각편대를 이루겠다"고 강조했지만, 지방정부가 상당한 재정 부담을 떠안는 현 구조에 대한 대안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재정 확충 방안으로는 제주식 보통교부세 정률제 도입, LH 개발부담금 활용, 세종도시개발공사 설립 등을 언급했지만, 예상 세수 규모나 법 개정 가능성, 추진 일정 등 핵심 재정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특히, 제주형 보통교부세 정률제는 제주특별자치도 특수 법체계에 기반한 제도인 만큼, 세종시에 그대로 적용하기 위한 제도적 전제와 중앙정부 협의 구조 설명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키자니아 유치 공약 역시 실무 협의 여부에 대한 질문에 "직접 논의한 바 없다"고 답하면서 실행 가능성 논란이 이어졌다. 또 조 후보는 과거 "세종시가 특구 하나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가 교육발전특구와 기회발전특구 지정 사실이 확인된 뒤 유감을 표명했고, "읍면지역 개발사업이 단 한 건도 없다"는 발언도 이후 "직접 기획 사업 기준"이라고 범위를 조정했다.
정치권에서는 "포괄적 단정 이후 사후적으로 개념 범위를 축소하는 방식은 토론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민호 후보 역시 현직 시장으로서 정책 성과를 수치로 설득력 있게 입증하는 데는 한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최 후보는 "2020~2021년 조상호 부시장 재임 시절 연간 2000억원 규모 지방채가 조성됐다"며 재정 악화 책임을 전임 시정으로 돌렸다. 이에 대해 조 후보는 토론 과정에서 명확한 반박 자료를 제시하지 못했다. 다만, 최 후보 역시 자신이 내세운 성과의 구체적 근거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최 후보는 기업유치 성과로 3조4000억원 규모를 제시했지만 실제 착공 기업 수와 투자 집행률, 고용 창출 규모 등 핵심 지표는 공개하지 않았다. 실제 투자와 업무협약(MOU)을 구분하지 않은 채 총액 중심 성과만 강조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세종시 상가 공실 문제 역시 전국 평균 대비 두 배 수준인 약 27% 안팎으로 거론됐지만, 최 후보는 "점차 개선되고 있다"는 설명만 내놓았을 뿐 구체적 개선 수치나 추세 자료는 제시하지 않았다.
대중교통 무료화 공약을 이응패스로 전환한 과정도 "용역 결과 효율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공약 변경에 따른 재정 절감 효과와 시민 편익 비교 자료는 공개되지 않았다. 조치원역 KTX 정차 공약이 CTX 추진으로 변경된 부분 역시 "발전적 진화"라는 표현에 머물렀고, 세종 구간 반영 여부나 국비 확보 규모 등 핵심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하헌희 후보 역시 양당 비판 프레임을 유지했지만 세종보 운영, 금강 르네상스, 대중교통 개선 공약 등에 필요한 재원 구조와 구체 예산 규모는 제시하지 못했다. 결국 이번 토론은 정책 슬로건 경쟁보다 지방재정의 지속 가능성과 공약 재원 검증 필요성을 드러낸 자리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조상호 후보는 재정안정화기금 고갈 문제를 정치 공세의 핵심 논리로 활용했지만, 해당 논리가 자신이 지지하는 기본소득 정책 구조와 일정 부분 충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일관성 문제를 남겼다.
반면 최민호 후보 역시 현직 프리미엄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뒷받침할 구체적 수치와 데이터 제시에 한계를 드러내며 '재원 검증'이라는 공통 과제를 남겼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