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005380)와 기아(000270)가 인도 전동화 전략의 무게중심을 연구개발 영역으로 넓히고 있다. 인도 최고 공과대학들과 배터리·전동화 핵심기술을 공동 개발하며, 현지 시장에 맞는 기술 대응력을 키우는 구상이다.
인도는 현대차·기아에게 중요한 성장 시장이다. 다만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는 기후와 도로 환경, 충전 인프라, 가격 민감도 등 지역 특성을 세밀하게 반영해야 한다. 전기차를 현지에 맞게 개발하려면 배터리 설계와 열관리, 전력전자, 충전 기술 등에서 현지 연구 기반이 필요하다.
현대차·기아가 인도 전역의 공과대학들과 공동 연구체계를 넓히는 이유다. 전동화 경쟁이 심화될수록 시장별 조건을 반영한 연구개발 역량이 제품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15일 인도 공과대학교(IIT) 하이데라바드·칸푸르, 비스베스바라야 국립 공과대학교(VNIT) 나그푸르, 테즈푸르대학교 등 4개 대학이 '현대 미래 모빌리티 혁신센터(Hyundai Center of Excellence for future mobility technology, 현대 혁신센터)' 공동 연구체계에 참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4월 IIT 마드라스·델리·봄베이와 함께 현대 혁신센터를 출범했다. 이번에 4개 대학이 추가되면서 참여 대학은 7곳으로 늘었다. 현대 혁신센터를 중심으로 이들 대학의 연구진은 배터리·전동화 분야를 포함해 신소재 연구, AI 기반 V2G 플랫폼 개발 등 총 39건의 산학 연구 과제를 수행한다.

현대차·기아가 인도 최상위 공과대학들과 손잡고 전기차 배터리·전동화 분야의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한 공동 연구체계 확장에 나섰다. ⓒ 현대자동차
이번 협력은 대학 수를 늘린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IIT는 인도 최고 수준의 공학 교육기관으로 꼽히며, VNIT 나그푸르는 EV 시스템·열관리·전력전자·충전 인프라 등 응용연구에 강점을 갖고 있다. 테즈푸르대는 북동부 인도의 지역 특화 연구 허브 역할을 맡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이들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현지 특화 배터리 설계와 전동화 성능 개발을 추진한다. 인도는 고온 환경과 다양한 도로 조건, 충전 인프라 격차가 공존하는 시장이다. 현지 연구 기반을 활용해야 전동화 제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산학 협력은 장기적인 기술 네트워크 구축과도 연결된다. 현대차·기아는 오는 6월 현대 혁신센터에 참여하는 7개 대학의 학장과 교수진을 한국으로 초청해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현대차·기아의 전략과 기술 비전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대차·기아가 인도 연구망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빠르게 커지는 인도 시장이 있다. 현대차·기아는 1분기 인도 시장에서 역대 최다 판매를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인도 시장 맞춤형 3륜 전기차(E3W)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해 현지 업체 TVS 모터컴퍼니와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판매 규모가 커질수록 현지화의 깊이도 중요해진다. 전기차 시대에는 배터리 성능과 충전 경험, 에너지 관리 기술이 제품 경쟁력을 좌우한다. 특히 인도처럼 시장 조건이 뚜렷한 지역에서는 현지 연구진과 함께 기술을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현대차·기아는 글로벌 석학과 산업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e-컨퍼런스', 인도 정부 및 산하 연구기관 관계자들과 함께하는 기술정책 간담회 등을 통해 민·관·학 협력 기반도 넓힐 계획이다. 전동화 기술 연구가 제품 개발과 산업 표준 논의로 이어질 수 있도록 협력 구조를 고도화하겠다는 취지다.
김창환 현대차·기아 전동화에너지솔루션담당 부사장은 "오늘 우리가 함께 체결하는 마스터 계약은 미래를 향한 공동의 약속이다"라며 "현대차그룹과 인도 학계는 지속 가능하고 혁신적이고 더욱 밝은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계약은 현대차·기아의 인도 전동화 전략이 판매와 생산을 넘어 연구개발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도 시장에 맞는 전기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현지 조건을 반영한 공동 연구체계가 필요하다. 현대차·기아가 인도 전역으로 전동화 연구망을 넓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