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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차 넘어 도시 인프라로…현대차그룹의 홍콩 밸류체인

W2H 모델 도입해 생산·충전·모빌리티 연계…아태 수소 시장 확장 포석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6.05.19 10:21:01
[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그룹이 홍콩에서 도시형 수소 생태계 구축에 나선다. 수소차 공급에 머물지 않고, 수소 생산과 충전, 실제 모빌리티 운행까지 연결하는 수소 밸류체인을 현지에 구축하는 구상이다.

그 중심에는 자원순환형 수소 생산 모델인 'W2H(Waste-to-Hydrogen)'가 있다. 홍콩 내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액화수소충전소와 수소 모빌리티로 잇는 구조다. 현대차그룹의 수소 전략이 차량 기술에서 도시 인프라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8일 '국제 수소 개발 심포지엄 2026(International Hydrogen Development Symposium 2026)'이 열리는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현대자동차와 현대건설이 참여하는 '홍콩 수소 생태계 조성을 위한 다자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주요 관계자들이 업무협약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 현대자동차그룹


업무협약에는 한국 기업 3개사(현대차·현대건설·제아이엔지)를 비롯해 홍콩중화가스, 비올리아, 중국검험인증그룹, 궈푸수소에너지, 템플워터, 춘워건설, 춘워버스 총 10개 기업이 참여했다.

협약의 목표는 홍콩 내 매립지 가스를 활용한 W2H 시설 구축, 액화수소충전소 건립, 수소 모빌리티 도입 등이다. 국토교통부와 홍콩 전자기계안전감독청(EMSD)이 체결한 '수소 정책 및 비즈니스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의 연장선에서 추진되는 프로젝트다. 양측은 수소 인프라 구축을 위한 기술 공유와 인증 제도, 프로젝트 추진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차량 공급 넘어 생태계 구축

이번 협약의 의미는 수소 모빌리티 공급보다 생산부터 활용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도시 단위로 설계한다는 점에 있다. 수소버스나 셔틀을 들여오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연료가 되는 수소를 현지에서 만들고 저장·충전해 실제 운행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프로젝트에서 현대차는 수소 생산 및 활용, 수소충전소 건립 등 홍콩 수소 생태계 사업 전반을 총괄하고 수소 모빌리티 보급을 맡는다. 현대건설은 홍콩 현지 여건에 맞춘 W2H 시설 설계와 구축을 담당한다. 고온다습한 기후로 매립지 가스가 많이 발생하는 홍콩의 특성을 고려한 역할이다.

 '국제 수소 개발 심포지엄 2026' 현대차그룹 전시관 전경. ⓒ 현대자동차그룹


제아이엔지는 수소충전소 설계와 구축을 맡는다. 현지 기업들은 수소 생산·유통, 매립지 가스 공급, 인증, 충전소 공사, 운수 분야에서 역할을 나눈다. 홍콩중화가스와 비올리아, 중국검험인증그룹, 춘워건설, 춘워버스 등이 각 영역에서 협력하고, 템플워터는 아태 시장 확장과 신기술 분석을 위한 컨설팅을 담당한다.

완성차 기업이 차량만 공급하는 방식과는 결이 다르다. 현대차, 현대건설, 수소 인프라 기업, 현지 에너지·건설·운수사가 함께 들어가 수소 생산부터 모빌리티 활용까지 하나의 체계를 짠다. 현대차그룹이 수소 사업을 모빌리티 일부가 아닌 에너지 인프라 사업으로 넓히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폐기물에서 수소를 만드는 구조

홍콩 프로젝트가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이유는 수소 생산 방식이다. 현대차그룹은 홍콩에 매립지 가스를 활용해 저탄소 수소를 생산하는 W2H 모델을 도입한다. 도시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기반 가스를 다시 에너지 자원으로 바꾸는 자원순환형 구조다.

홍콩은 산지가 많고 가용 부지가 제한적이다. 친환경 에너지를 대규모로 자체 생산하기 쉽지 않고, 에너지 대부분을 해외 수입에 의존해왔다. 지난해 홍콩 인구조사통계처(C&SD)의 '홍콩 에너지 통계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홍콩의 1차 에너지 해외 의존도는 98.7%에 달한다.

매립지 가스를 활용한 수소 생산은 이런 조건에서 에너지 자립과 연결된다. 외부에서 에너지를 들여오는 구조를 줄이고, 도시 내부에서 발생하는 자원을 교통 에너지로 다시 쓰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국제 수소 개발 심포지엄 2026'에 전시된 현대차그룹의 수소연료전지시스템. ⓒ 현대자동차그룹


액화수소충전소도 홍콩의 도시 조건을 반영한 선택이다. 액화수소는 기체수소보다 단위 부피당 저장 가능한 양이 많다. 가용 용지가 제한적인 홍콩에서는 같은 공간에서 더 많은 수소를 저장·공급할 수 있는 액화 방식이 유리하다.

활용처도 비교적 분명하다. 홍콩은 공항 셔틀과 투어버스 등 단체 이동 수요가 많고, 홍콩항을 중심으로 물류 이동도 활발하다. 장시간 운행과 빠른 충전이 중요한 버스·셔틀·물류 영역에서는 수소 모빌리티의 활용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홍콩 프로젝트는 폐기물 기반 가스, 제한된 도시 공간, 높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 관광·물류 수요라는 도시 조건을 수소 밸류체인 안으로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아태 시장 겨냥한 확장 모델

현대차그룹이 홍콩을 주목하는 배경에는 아시아·태평양 수소 시장 확장 전략이 있다. 홍콩은 하나의 시장이면서, 도시형 수소 생태계 모델을 검증할 수 있는 거점이다. 생산·충전·활용이 연결되는 구조가 홍콩에서 자리 잡으면,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고 도시 공간이 제한적인 다른 아시아 지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도 생긴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국내외에서 W2H 관련 경험을 쌓아왔다. 충청북도 청주와 경기도 파주에서 바이오가스 기반 청정 수소 생산 시설을 구축했고, 지난해 4월부터는 인도네시아 W2H 수소 생태계 조성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중화권 시장을 향한 기반도 마련해왔다. 현대차그룹은 2023년 중국 광저우시에 첫 해외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생산기지인 'HTWO 광저우'를 설립하고 현지 기업과 협력해왔다. 홍콩 프로젝트는 이런 흐름 위에서 아태 지역 수소 사업을 넓히는 거점 역할을 맡을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국제 수소 개발 심포지엄 2026에서 그룹의 수소 브랜드이자 비즈니스 플랫폼인 'HTWO'를 소개한다. W2H 기반 국내외 사업 현황과 홍콩 수소 생태계 구축 방안을 알리고, 다양한 적용 사례로 확장성을 갖춘 수소연료전지시스템도 전시한다.

신승규 현대차그룹 에너지&수소정책담당 부사장은 "최근 지정학적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각국은 에너지 공급망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수소를 중심으로 회복탄력적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정책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업무협약은 홍콩의 적극적인 수소 정책에 발맞춰 현대차그룹의 수소 사업 역량과 경험을 바탕으로 현지 수소 생태계 조성을 추진하기 위해 체결됐다"며 "앞으로도 글로벌 수소 기업들과 협력해 홍콩을 시작으로 아시아·태평양 수소 시장 전반으로 협력과 사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과거 수소 전략의 중심이 수소전기차와 연료전지 기술이었다면, 이제는 수소 생산과 인프라, 모빌리티 활용을 묶은 생태계 단위로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홍콩 W2H 프로젝트는 그 확장의 한 장면이다. 매립지 가스에서 수소를 만들고, 충전 인프라를 세우며, 이를 버스·셔틀·물류 모빌리티로 연결하는 구조다. 

현대차그룹이 수소 사업의 무게중심을 차량에서 도시 인프라로 옮기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협약은 단순한 MOU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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