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부산 해운대 재건축 시장에서 사업 추진 방식 자체가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과거 정비사업의 표준처럼 여겨졌던 '조합방식'이 내부 갈등과 사업 지연, 시공사 충돌 문제를 반복적으로 노출하면서, 최근에는 전문기관이 사업을 관리하는 '신탁방식'이 대안으로 급부상하는 분위기다.
실제 부산지역 다수 정비사업장에서 △총회 효력 소송 △조합장 해임 갈등 △시공사 교체 논란 △공사비 증액 충돌 △유인물·SNS 여론전 등이 이어지며 사업이 수년째 표류하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특히 해운대 우동1구역 재건축사업이 시공사 선정 취소와 조합 내 갈등으로 파행 양상을 보이면서, 업계에서는 "전통적 조합방식의 구조적 한계가 다시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 우동1구역 갈등 확산…"수백억 vs 수억원" 조합원 혼란
우동1구역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2021년 DL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했지만, 지난해 11월 총회에서 시공사 선정 취소를 의결했다. 이후 올해 2월 2차 입찰까지 유찰되면서 현재는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환됐고, 대우건설이 시공 참여 의향서를 제출한 상태다.
문제는 시공사 해지 이후 내부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사업장 일대에서는 손해배상 규모와 입찰보증금 이자를 둘러싼 유인물이 잇따라 배포되며 조합원 여론전 양상까지 번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시공사 해지 시 수백억원대 손해배상과 세대당 수천만원 부담 가능성을 주장하는 반면, 다른 측에서는 실제 이자 규모는 수억원 수준이라며 허위·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같은 사안을 두고 극단적으로 다른 수치가 제시되면서 조합원 혼란도 커지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이를 조합방식 재건축의 구조적 리스크 사례로 보고 있다. 조합방식은 주민 자율성이 강점이지만 사업이 장기화될수록 조합 집행부, 비대위, 시공사 간 충돌과 소송전, 공사비 갈등 등이 반복되며 사업 전체가 흔들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 "속도·투명성 중요"…해운대2구역, 주민 76% 신탁방식 선호
반면 최근 해운대 재건축 시장에서는 신탁방식 선호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해운대2구역이다. 최근 주민투표에서 총 2661세대 중 2042세대(76.73%)가 신탁을 선택하며 사실상 사업 방향이 결정됐다. 기존 조합방식과 공공방식을 압도적으로 앞선 결과다.

해운대2구역 주민대표단에서 지난달 30일에 자체 제작 후 배포한 소식지. ⓒ 해운대2구역 주민대표단
해운대 대우마리나1·2차 역시 신탁방식 재건축 추진 이후 시장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사업 규모만 약 4조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며 해운대 재건축 시장의 핵심 사업지 가운데 하나로 평가하고 있다.
신탁방식은 한국토지신탁·한국자산신탁 등 전문기관이 사업 시행을 맡아 자금 관리와 행정 절차를 통합 운영하는 구조다. 조합 내부 갈등과 사업 지연 가능성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사업 속도와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최근 건설경기 악화와 공사비 급등으로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누가 사업을 맡느냐보다 얼마나 안정적으로 끌고 가느냐가 중요해졌다"는 인식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지역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조합 중심 재건축이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사업 안정성과 리스크 관리 능력이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며 "우동1구역 사례처럼 갈등이 장기화될수록 신탁방식 선호는 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해운대 재건축 시장은 이제 단순히 집을 새로 짓는 단계를 넘어 사업 구조 자체가 바뀌는 전환점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