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토교통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 임대 중인 주택을 거래할 경우 임대차계약 종료일까지 매수자 입주를 유예하는 대상을 비거주 1주택을 포함한 '세입자 있는 주택 전체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세입자가 있는 주택에 대한 실거주 유예 대상이 확대된다. 기존 일부 주택에 한정된 적용 범위를 현재(12일 기준) 임대 중인 주택 전체로 넓혀 매도자 간 형평성 문제를 보완하고, 무주택 실수요자 매수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국토교통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 임대 중이거나 전세권이 설정된 주택을 거래할 경우 임대차계약 종료일까지 매수자 입주를 유예하는 대상을 비거주 1주택을 포함한 '세입자 있는 주택 전체'로 확대한다고 12일 발표했다.
현행 토지거래허가제에 따르면 허가구역 내 주택을 매수한 사람은 허가 이후 4개월 안에 입주해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다만 세입자가 거주 중인 주택은 매수자가 즉시 입주하기 어려워 거래 과정에서 제약이 발생했다.
이번 조치는 기존 실거주 유예가 일부 다주택자 매도 주택에만 적용되면서 제기된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고, 임대 중인 주택의 매도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후속 대책이다.
국토부는 관련 내용을 담은 '부동산거래신고법 시행령' 개정안을 13일부터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시행 시점은 시행령 개정·공포 이후다. 국토부는 입법예고와 시행령 개정 절차를 거쳐 이르면 5월 말부터 이번 조치에 따른 실거주 유예 신청과 허가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적용 대상은 12일 기준 현재 임대 중인 주택이다. 해당 주택을 매수하는 사람은 올해 12월31일까지 관할관청에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후 허가일로부터 4개월 안에 주택을 취득하고 등기해야 한다. 매수자 요건은 무주택 실수요자로 제한된다.
국토부는 갈아타기 목적 실거주 유예를 방지하기 위해 '발표일부터 계속 무주택을 유지한 자'만 유예 대상에 포함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발표일 이후 기존 주택을 처분해 무주택자가 된 경우는 이번 실거주 유예를 적용받을 수 없다.
실거주 유예 기간은 12일 현재 체결된 임대차계약의 최초 계약종료일까지다. 다만 임대차계약 기간이 길더라도 늦어도 2028년 5월11일까진 실거주를 위해 입주해야 한다.
이번 조치가 양도세 중과 유예 연장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지난 2월12일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에 따른 보완조치 대상 다주택자도 이번 실거주 유예 대상에는 포함된다. 다만 양도세 중과 유예는 지난 5월9일까지 토지거래허가 신청분으로 한정된다. 즉 10일부턴 토지거래허가를 받더라도 양도세 중과가 적용된다.
정부는 토지거래허가 대상 주택 매입 과정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실행하는 경우 전입신고 의무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토지거래허가 대상 주택 매수자에게 이미 실거주 의무가 발생하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국토부는 이번 제도가 갭투자를 새롭게 허용하는 조치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현재 이미 임대 중인 주택에 한해 한시적으로 입주 시점을 미뤄주는 것일 뿐, 유예 기간 종료 후에는 매수자가 직접 입주해 2년간 실거주해야 하는 의무가 유지된다.
최근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은 거래량 증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올해 △1월 5900건 △2월 5600건 △3월 6400건으로, 5년 평균 4100건을 웃돌았다. 다주택자가 매도한 서울 아파트를 무주택자가 매수한 비율 역시 지난해 평균 56%에서 올해 3월 73%로 높아졌다.
정부는 이번 실거주 유예 확대가 세입자가 있는 주택의 매도 부담을 낮추고, 무주택 실수요자 선택지를 넓히는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실거주 의무 원칙은 유지하되, 기존 임대차계약이 있는 주택 거래의 현실적 제약을 일부 완화하는 방식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매물 폭증보단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거래 유동성 회복에 무게를 둔 정책이라는 평가다. 신규 공급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기존 재고 주택 순환을 유도하고,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급등 리스크를 관리하려는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세입자가 있는 주택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실거주 유예 확대는 본격 신규 공급이 이뤄지기 전까지 기존 재고 주택 순환을 촉진하려는 조치로 볼 수 있다"라며 "거래 절벽을 완화하고,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급등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라고 분석했다.
물론 실제 매물 증가 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양지영 전문위원은 "비거주 1주택자는 대출 규제와 실거주 요건으로 상급지 갈아타기 부담이 여전하고, 다주택자는 양도세 중과 부담이 다시 커진 상황"이라며 "실제 시장에서는 현금 여력이 있는 무주택자 중심으로 선별적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조치가 매물 폭증으로 이어지기보단 갈아타기 자금이 충분한 일부 계층 내에서 매도와 매수가 일어나는 '자산의 선별적 이동'으로 봐야 한다"라며 "매수자가 유예 기간 종료 후 2년간 실거주해야 하는 만큼 기존 전세 물량이 향후 줄어 전월세 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첨언했다.
한편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번 실거주 유예 확대는 갭투자 불허 원칙을 유지하면서 시행되는 것"이라며 "매도자 간 형평성 문제가 해소되는 건 물론 세입자가 있어 매도를 고민하던 매도자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매도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도 투기수요는 차단하고 실수요 거래 중심으로 주택시장을 개선하는 한편,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서울·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도 차질 없이 이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