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셀트리온(068270)이 114년 전통의 프랑스 헬스케어 기업 지프레(Gifrer)를 인수하며 유럽 시장 공략 전략에 변화를 주고 있다. 기존 바이오시밀러 중심의 병원 영업 구조를 넘어 현지 약국 유통망까지 직접 확보하면서, 유럽 소비자 헬스케어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셀트리온은 12일 프랑스 법인을 통해 지프레 지분 100%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인수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으며, 양사는 이달 내 행정 절차와 조직 정비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번 인수에서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단순한 제품 확보보다 '약국 네트워크' 자체다.
지프레는 프랑스 전역에 9000개 이상의 약국 영업망과 800여개 병원 공급망을 보유한 현지 로컬 헬스케어 기업이다. 생리식염수·치아미백제·영유아 제품 등 140여종의 OTC(일반의약품)·드럭스토어 의약품(DM)·건강기능식품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일부 품목은 프랑스 시장 내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인수 이후에도 지프레를 독립 법인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현지 브랜드 인지도와 기존 영업 체계를 유지하면서 셀트리온의 직판 전략과 결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지프레 임직원 70여명도 전원 고용 승계된다.
특히 이번 인수는 프랑스 정부의 '대체조제(Substitution)' 확대 흐름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대체조제는 의사가 특정 의약품을 처방하더라도 약사가 동일 성분 제품 가운데 다른 제품을 선택해 판매할 수 있는 제도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는 결국 약국 채널 장악력이 판매 경쟁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프랑스는 2022년 일부 품목을 대상으로 대체조제를 허용한 이후, 지난해 글로벌 블록버스터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아달리무맙)'까지 대상 품목을 확대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골다공증 치료제 '프롤리아·엑스지바(데노수맙)' 계열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셀트리온은 데노수맙 바이오시밀러인 '스토보클로·오센벨트'의 현지 판매 과정에서 지프레의 약국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기존 병원 중심 바이오시밀러 영업 구조에 약국 채널이 더해질 경우 유럽 내 판매 확대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를 셀트리온의 '유럽 유통 플랫폼 전략'의 시작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단순히 바이오시밀러를 판매하는 수준을 넘어, 현지 약국망을 기반으로 OTC·제네릭·건강기능식품·화장품까지 공급 가능한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셀트리온은 향후 5년간 지프레 제품군을 통해 약 2500억원 규모의 추가 매출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 시장 점유율 42%를 기록 중인 생리식염수와 점유율 28% 수준의 치아미백제는 안정적인 현금창출원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셀트리온은 지프레 제품군을 프랑스 외 유럽 국가로 확대 판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독일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현지 법인을 통한 약국 영업 체계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기존 바이오시밀러 판매망에 OTC 제품군까지 더해질 경우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 효과도 기대된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추가 인수합병(M&A) 가능성이다. 셀트리온은 이번 지프레 인수를 시작으로 유럽 내 로컬 유통·헬스케어 기업 인수를 지속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유럽 주요 국가에서 대체조제 도입이 확산되는 흐름 속에서, 결국 현지 약국 네트워크 확보 경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프랑스에서 대체조제 승인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현지 브랜드 인지도와 약국 영업 경쟁력을 갖춘 지프레 인수를 통해 제도 변화 대응력과 신규 사업 확대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확보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국가별 의료 정책과 시장 특성에 맞춰 직판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기업에 대한 M&A를 지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