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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 재구성] 현대모비스, 전기차 구동계 내재화…단품→시스템 전환

부품사로는 이례적으로 PE시스템 설계부터 양산까지 가능…상반기 3종 라인업 구축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6.05.07 15:37:17
[프라임경제] 전기차 부품 경쟁의 무게중심이 단품 공급에서 시스템 제안으로 이동하고 있다. 모터와 인버터, 감속기 같은 개별 부품의 완성도만으로는 차별화를 만들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들을 하나의 구동시스템으로 묶어 완성차 업체가 원하는 차급과 성능, 가격대에 맞춰 제안하는 능력이 전동화 부품사의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모비스(012330)가 PE(Power Electric)시스템 내재화에 속도를 내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현대모비스는 고성능 전기차에 대응하는 250㎾급 PE시스템에 이어 범용 모델용 160㎾급 PE시스템을 독자 개발했다. 여기에 상반기 중 소형 모빌리티에 특화한 120㎾급 제품 개발까지 마치면 소형차부터 고성능 전기차까지 아우르는 구동시스템 라인업을 갖추게 된다.

PE시스템은 전기차에서 내연기관의 파워트레인에 해당하는 핵심 부품이다. 구동모터와 인버터, 감속기 등이 하나의 시스템을 구성한다. 전기차의 출력과 효율, 공간 활용성, 주행 감각에 직접 영향을 주는 만큼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도 핵심 경쟁력과 맞닿아 있는 영역이다.

현대모비스의 이번 개발은 새로운 부품을 하나 더 확보했다는 의미에 머물지 않는다. 그동안 고객사 수주를 바탕으로 PE시스템 양산을 담당해 왔다면, 이제는 주요 부품의 설계기술까지 확보해 독자 구동모델을 제안할 수 있는 단계로 올라섰다는 점이 핵심이다. 생산 중심의 역할에서 설계와 양산을 모두 아우르는 전동화 시스템 공급사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범용 모델용 160㎾급 PE시스템. ⓒ 현대모비스

이번에 개발한 160㎾급 PE시스템은 현대모비스 전동화 전략에서 중심축에 해당한다. 최대출력 160㎾는 내연기관 기준 215마력 수준으로, 현재 양산되는 다수 전기차에 적용 가능한 범용 출력대다. 고성능 특화 제품이라기보다 대중형 전기차와 볼륨 모델을 겨냥한 제품에 가깝다. 전륜과 후륜에 각각 PE시스템을 적용하는 듀얼 모터 구성으로 확장하면 출력 대응 범위도 넓어진다.

현대모비스가 범용 모델 개발 과정에서 공용화와 모듈화에 집중한 점도 주목된다. 구동모터용 고정자와 인버터, 전력반도체 묶음인 파워모듈 등을 표준화하면 여러 차종에 적용하기 쉽다. 완성차 업체가 차급별로 다른 구동계를 매번 새로 개발하는 것보다 개발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부품사 입장에서도 대량 양산 대응력이 높아진다.

성능 개선도 병행됐다. 현대모비스는 160㎾급 PE시스템의 중량 대비 출력, 즉 비출력을 기존 자사 제품보다 약 16% 개선했고 부피는 20% 가까이 줄였다. 전기차에서 구동시스템의 크기와 무게는 주행거리와 실내공간, 차량 설계 자유도에 영향을 준다. 부피를 줄이면서 출력을 높였다는 것은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 패키징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냉각기술과 전력반도체 기반 파워모듈 개선도 핵심이다. 전기차 구동계는 높은 출력만큼 열관리와 에너지효율이 성능을 좌우한다. 모터 구조를 개선하고 효율을 높인 파워모듈을 적용했다는 점은 현대모비스가 단순 조립형 시스템이 아니라 핵심 요소기술을 직접 설계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라인업 측면에서 보면 전략은 더 뚜렷해진다. 250㎾급 PE시스템은 고효율·고출력 전기차를 겨냥한다. 160㎾급은 대중형·범용 전기차에 대응한다. 상반기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한 120㎾급은 소형차와 신흥시장 수요를 고려한 제품으로 볼 수 있다. 세 제품이 모두 갖춰지면 현대모비스는 고성능, 볼륨, 가격경쟁력이라는 세 축을 바탕으로 고객사별 요구에 맞춘 구동시스템 제안이 가능해진다.

이 점은 현대모비스의 전동화 포트폴리오 변화와도 연결된다. 현대모비스는 이미 배터리시스템 분야에서 글로벌 고객사를 대상으로 수주 경험을 쌓아왔다. 여기에 PE시스템까지 독자 개발해 공급할 수 있게 되면 전동화 부품 사업의 범위는 배터리에서 구동계로 넓어진다. 전기차의 에너지 저장과 동력 전달 양쪽을 모두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되는 것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전략이 속도 조절 국면에 들어선 점도 변수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가격 경쟁 심화로 완성차 업체들은 투자 효율성을 더 따지게 됐다. 이럴수록 검증된 전동화 시스템을 외부에서 공급받아 개발 부담을 낮추려는 수요가 커질 수 있다. 반대로 부품사 입장에서는 가격경쟁력과 기술 신뢰성을 동시에 입증해야 한다.

이번 현대모비스의 PE시스템 내재화는 전기차 부품사로서의 역할을 다시 정의하는 작업이다. 250㎾, 160㎾, 120㎾로 이어지는 라인업은 출력 숫자의 나열이 아니라 글로벌 수주 시장에서 고객사 선택지를 넓히기 위한 전략적 기반이다. 전기차의 심장을 내재화했다는 표현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대모비스가 그 심장을 글로벌 고객사에 맞춰 설계하고 제안할 수 있는 위치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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