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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속도 조절에도 '전용 타이어' 경쟁은 계속

한국타이어 영국 에브리싱 일렉트릭 UK 2026 참가…유럽 생태계 접점 강화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6.05.04 11:09:27
[프라임경제] 최근 전기차 시장을 둘러싼 분위기는 예전과 다르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하이브리드 재부상, 보조금 변화, 충전 인프라 격차를 동시에 따져야 하는 시기다. 하지만 차량의 전동화가 가져온 기술 변화까지 멈춘 것은 아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다른 주행 특성을 갖고 있고, 그 차이는 타이어에 요구되는 조건까지 바꾸고 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161390, 이하 한국타이어)가 전기차 전용 타이어 브랜드 '아이온(iON)'을 앞세워 유럽 전기차 전시회와의 접점을 넓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기차 전환 속도가 시장마다 다른 상황에서, 전기차에 맞춘 전용 타이어 기술 경쟁은 이미 별도 영역이 됐다.

한국타이어는 오는 5월부터 9월까지 영국 3개 지역에서 순차 개최되는 전기차 전시회 '에브리싱 일렉트릭 UK 2026(Everything Electric UK 2026)'에 헤드라인 스폰서(Headline Sponsor, 대표 후원사)로 참가한다. 

한국타이어의 참여 방식은 단계적으로 커지고 있다. 2024년 공식 후원사로 이름을 올린 데 이어, 2025년에는 1개 지역 헤드라인 스폰서로 참여했다. 올해는 △노스(North) △웨스트(West) △그레이트 런던(Great London) 3개 지역으로 범위를 넓혔다. 특정 도시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영국 내 권역별 전기차 수요와 산업 관계자를 동시에 만나는 구조다.

한국타이어가 에브리싱 일렉트릭 UK 2026의 헤드라인 스폰서로 참가한다. ⓒ 한국타이어


전시회 운영 방식도 한국타이어가 노리는 접점을 보여준다. 타이어는 완성차처럼 전면에 드러나는 제품은 아니지만, 전기차 사용 경험과 주행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한국타이어가 B2B와 B2C가 함께 움직이는 전시회를 선택한 배경이다.

전기차 전용 타이어가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전기차는 배터리 탑재로 차체 중량이 늘어나고, 모터 특성상 초반부터 강한 토크가 발생한다. 동시에 엔진 소음이 사라지면서 노면과 타이어에서 올라오는 소음이 더 크게 느껴진다. 주행거리 확보를 위해 회전저항도 낮춰야 한다. 전기차 타이어는 하중, 내구성, 소음, 효율, 접지력을 동시에 맞춰야 하는 제품이다.

한국타이어의 아이온은 이런 전기차 특화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된 브랜드다. 고하중 대응, 낮은 회전저항, 저소음 성능을 중심으로 전기차 주행 특성에 맞춘 상품성을 내세우고 있다. 기존 타이어 기술을 전기차에 맞춰 일부 조정하는 수준이 아니라, 전기차 전용 브랜드를 별도로 구축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번 전시회에서 한국타이어는 △아이온 에보(iON evo) △아이온 GT(iON GT) △아이온 플렉스클라이밋(iON FlexClimate) 등을 선보인다. 아이온 에보는 전기차의 고성능 주행에 초점을 맞춘 퍼포먼스 타이어, 아이온 GT는 일상주행과 장거리 효율성을 중시하는 프리미엄 투어링 타이어, 아이온 플렉스클라이밋은 다양한 기후 조건에 대응하는 올웨더 성격을 갖는다.

이 라인업 구성은 전기차 전용 타이어 시장이 일부 고성능 전기차만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초기 전기차 시장에서는 고가 전기차와 퍼포먼스 모델이 주목을 받았지만, 전기차 보급이 확대될수록 일상형 모델, 패밀리카, SUV, 장거리 운행 수요까지 함께 커진다. 타이어 역시 고성능 하나만으로는 시장을 넓히기 어렵다. 주행 성능과 승차감, 효율, 계절 대응력을 나눠 갖춘 풀라인업이 필요한 이유다.

한국타이어 본사 테크노플렉스 외관. ⓒ 한국타이어


한국타이어는 아이온을 16~22인치까지 대부분의 전기차에 장착할 수 있는 300여개 규격으로 운영하고 있다. 전기차 전용 타이어를 하나의 상징 제품으로 내세우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교체용 시장과 신차용 시장을 모두 겨냥할 수 있는 제품군을 갖춰가고 있다는 의미다.

기술 신뢰도 확보에는 모터스포츠도 활용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세계 전기차 레이싱 대회인 ABB FIA 포뮬러 E 월드 챔피언십에 아이온 브랜드 타이어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포뮬러 E는 전기차의 고출력, 제동, 에너지 효율, 노면 대응력을 극한 조건에서 검증하는 무대다. 한국타이어 입장에서는 레이싱 타이어 공급 경험을 양산 전기차 타이어의 기술 이미지로 연결할 수 있다.

유럽 시장에서 이 메시지는 더 중요하다. 유럽은 전기차 전환 속도를 둘러싸고 정책과 소비자 수요가 함께 흔들리는 시장이다. 하지만 친환경 이동수단과 클린테크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다. 전기차를 둘러싼 논의도 완성차 판매에만 머물지 않는다. 충전, 에너지 관리, 소프트웨어, 배터리, 타이어 등 차량 생태계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한국타이어가 헤드라인 스폰서 지위를 확대한 것도 이 지점과 연결된다. 단순히 제품을 전시하는 것보다, 전기차 생태계 안에서 아이온을 '전용 타이어 브랜드'로 각인시키는 효과가 크다. 산업 관계자에게는 기술 파트너 이미지를, 일반 관람객에게는 전기차 타이어도 별도로 선택해야 한다는 인식을 전달할 수 있다.

특히 타이어는 소비자 관심이 상대적으로 늦게 따라오는 분야다. 전기차 구매자는 배터리 용량과 충전속도, 주행거리, 실내공간에는 민감하지만 타이어의 전용성까지 따지는 경우는 아직 제한적이다. 그러나 실제 주행 단계에서는 타이어가 전비와 소음, 제동, 승차감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전기차 보급이 늘어날수록 교체용 전기차 타이어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전기차 전용 고성능 타이어 아이온 에보. ⓒ 한국타이어


한국타이어의 유럽 공략은 바로 이 교체 수요와 브랜드 인식 선점을 겨냥한다. 전기차가 늘어나면 전용 타이어 수요도 뒤따른다. 이때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타이어를 단순 소모품이 아니라 전기차 성능을 유지하는 기술 제품으로 인식하느냐다. 아이온 브랜드를 전시회와 모터스포츠, 풀 라인업으로 반복 노출하는 전략은 이 인식을 앞서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다.

또 하나의 의미는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 포지셔닝이다. 한국타이어는 유럽 주요 전기차 행사와 국제 타이어 전시회, 포뮬러 E 공급 경험을 연결해 아이온의 기술력을 강조하고 있다. 전기차 전용 타이어 시장에서 가격 경쟁만으로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만들기 어렵다. 브랜드가 기술과 경험, 제품군을 함께 보여줘야 하는 이유다.

결국 이번 에브리싱 일렉트릭 UK 2026 참가는 한국타이어의 유럽 전기차 시장 공략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다만 그 공략은 영업망 확대나 전시회 참가에만 머물지 않는다. 전기차가 바꿔놓은 타이어의 조건을 설명하고, 아이온이라는 전용 브랜드를 통해 그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유럽 소비자와 산업 관계자에게 동시에 전달하는 행보다. 

전기차 시장의 속도는 흔들려도, 전기차가 타이어에 요구하는 기준은 이미 달라졌다. 한국타이어는 그 변화를 아이온으로 선점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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