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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 체감 SDV 첫 결과물, 현대차그룹 '플레오스 커넥트'

'직관성·안전성·개방성' 개발철학…5월 출시 '더 뉴 그랜저'에 첫 적용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6.04.30 14:38:22
[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그룹이 공개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Pleos Connect)'는 신기술 소개 이상의 무게를 갖는다. 화면이 커지고 음성 인식이 정교해졌다는 변화만으로는 이번 공개를 설명하기 어렵다. 현대차그룹이 수년간 준비해온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전환이 소비자가 직접 만지는 화면 위에서 처음 구체적인 형태를 갖췄기 때문이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이 말해온 SDV는 전기·전자(E&E) 아키텍처, 중앙집중형 제어 구조,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처럼 기술 언어 안에서 움직였다. 방향은 분명했지만 운전자가 체감할 접점은 멀었다. 

플레오스 커넥트는 그 거리를 좁힌다. 연구개발 단계에서 준비해온 구조 변화가 실제 사용자 경험으로 이어지는 첫 접점이고,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가 운전자의 손과 시선 위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첫 양산형 인터페이스다.

핵심은 화면 크기가 아니다. 차량 안 기능이 어떤 순서로 호출되고, 어떤 서비스가 어떤 흐름으로 연결되며, 운전자가 어떤 방식으로 차와 상호작용하게 될지를 다시 설계했다는 점에 무게가 실린다. 플레오스 커넥트는 내비게이션과 공조, 미디어 기능을 한 화면에 묶은 새 인포테인먼트가 아니라 차량 안 기능과 서비스 흐름 전체를 다시 엮는 소프트웨어 구조다.

Pleos Connect의 내비게이션과 블루투스 오디오가 앱 화면에서 동시에 실행되는 모습. ⓒ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방향은 직관성과 안전성, 개방성으로 압축된다. 중요한 건 기능이 늘어났다는 사실보다 사용 질서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운전자는 중앙 디스플레이에서 차량 상태를 확인하고, 전방 슬림 디스플레이에서 주행 정보를 읽고, 글레오 AI(Gleo AI)를 통해 기능을 호출하고, 앱 마켓으로 외부 서비스를 불러온다. 기능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차량 안에서 기능을 쓰는 순서와 흐름이 다시 정리되기 시작했다.

이 사용자 경험은 현대차식 SDV의 성격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대화면 구성을 전면에 세웠지만 모든 조작을 화면 안으로 밀어 넣지는 않았다. 

운전석 앞에는 핵심 주행 정보를 읽는 슬림 디스플레이를 따로 두고, 중앙 화면은 주행 정보와 앱 기능을 나눠 배치했다. 공조와 시트처럼 주행 중 반복적으로 쓰는 기능은 물리 버튼을 남겼다. 세 손가락 제스처로 앱 위치를 바꾸거나 종료할 수 있게 했지만, 조작 흐름의 중심에는 운전 중 시선 분산을 줄이겠다는 기준이 놓여 있다. 화면은 커졌지만 조작 철학은 주행 안전 쪽에 더 가깝게 남아 있다.

차량에서 Pleos Connect의 Gleo AI 앱이 실행된 모습. 운전자는 차량용 AI 에이전트인 Gleo AI을 실행해 음성으로 목적지를 검색하고, 경로를 설정할 수 있다. ⓒ 현대자동차그룹


최근 자동차 실내는 대형 디스플레이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 흐름을 받아들이면서도 조작 부담까지 화면 안으로 몰아넣지는 않았다. 터치 중심 조작계를 넓히면서도 물리 조작계를 병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프트웨어 전환 속도보다 운전 중 사용성을 더 앞에 둔 구성이다.

플레오스 커넥트가 보여주는 변화는 화면보다 상품 구조에서 더 크게 읽힌다. 자동차는 출고 시점 완성도가 상품 경쟁력을 결정해온 산업이다. 하드웨어가 완성되면 상품 구조도 함께 굳어졌다. 플레오스 커넥트는 이 순서를 바꾼다. 차량은 출고 이후에도 기능이 추가되고, 인터페이스가 바뀌고, 서비스가 확장되는 업데이트형 상품으로 이동한다.

차량 기능의 완성 시점이 출고 이후로 밀리기 시작하면 자동차를 판매하는 방식도 함께 달라진다. 제조사는 차량을 한 번 출고하고 관계를 끝내는 구조에서 벗어나게 된다. 출고 이후에도 기능과 서비스 흐름을 계속 관리해야 한다. 플레오스 커넥트가 바꾸는 건 인포테인먼트 화면이 아니라 자동차 상품 구조 자체다.

내비게이션도 같은 흐름이다. 지도 화면을 다듬는 수준의 변화가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제네시스 차량에서 수집되는 실시간 운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경로를 안내하고, 필요한 구간만 실시간 갱신하는 온라인 내비게이션 구조를 적용했다. 

차량의 Pleos Connect 대화면 디스플레이를 풀스크린으로 설정해 미디어 콘텐츠를 감상하는 모습. ⓒ 현대자동차그룹


여기에 AI 에이전트를 연결해 목적지 입력, 주차 정보, 주변 상권, 전기차 주행 가능 거리 예측까지 하나의 이동 흐름 안에서 묶었다. 길 안내 기능의 정교함보다 차량 이동 경험의 중심축을 현대차가 직접 쥐기 시작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글레오 AI도 음성 명령 기능 확장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대규모 언어 모델(LLM) 기반 AI 에이전트로 구성된 글레오 AI는 발화 의도와 대화 맥락, 주행 상황을 함께 읽고 차량 기능과 검색, 정보 탐색을 연결한다. 버튼을 눌러 기능을 찾던 흐름은 점차 말로 요청하고 응답받는 흐름으로 바뀌게 된다. 차량 안 인터페이스의 중심축도 터치에서 대화형 AI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글레오 AI의 역할은 음성 인식에 머물지 않는다. 앱 마켓, 외부 개발자 플랫폼 플레오스 플레이그라운드(Pleos Playground), 차량 API와 연결되면서 차량 안 서비스 구조를 넓히는 축으로 움직인다. 음악과 영상, 지도와 검색은 물론 향후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차량 관리 기능까지 외부 서비스가 차량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관심도 기능 추가보다 차량 안 서비스 흐름을 누가 설계하고 관리하느냐 쪽으로 이동한다.

앱 마켓과 플레오스 플레이그라운드의 무게도 이 지점에서 커진다. 현대차그룹은 차량 안에서 음악과 영상, 지도와 검색 서비스를 직접 유통하는 구조를 열었고, 외부 개발사가 차량 API를 활용해 차량용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환경도 함께 마련했다. 

현대차 아이오닉 3에 적용된 Pleos Connect. ⓒ 현대자동차그룹


어떤 서비스가 차량 안으로 들어오고, 어떤 콘텐츠가 소비되며, 어떤 기능이 결제와 연결될지까지 제조사가 직접 설계하게 된다. 자동차 제조사의 역할도 차량 판매 이후 서비스 유통과 경험 설계까지 넓어진다.

플레오스 커넥트가 가져오는 변화는 인포테인먼트 고도화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현대차그룹이 차량 안 운영체제를 직접 설계하고, 그 안에서 작동하는 서비스 질서까지 함께 가져오기 시작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검색과 콘텐츠, 앱 유통, 사용자 경험 흐름을 누가 설계하느냐에 따라 차량 안 주도권도 달라진다. 플레오스 커넥트는 그 주도권을 현대차 내부로 옮기는 출발점이다.

이 흐름에서 가장 중요한 차는 '더 뉴 그랜저'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5월 출시 예정인 더 뉴 그랜저에 플레오스 커넥트를 처음 적용한다. 더 뉴 그랜저는 부분변경 모델이면서 동시에 현대차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질서를 대중 시장에 올려놓는 첫 기준점이 된다. 디자인보다 상품 구조 변화가 먼저 읽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플레오스 커넥트를 국내를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 확대하고, 2030년까지 약 2000만대 차량에 적용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플레오스 커넥트는 일부 차종의 신규 기능이 아니라 현대차·기아·제네시스 전반에 공통으로 깔리는 그룹 표준 운영체제로 자리 잡게 된다. 브랜드가 달라도 차량 안 사용자 경험의 기준은 같은 소프트웨어 체계 위에서 움직이게 된다.

플레오스 커넥트는 신형 디스플레이가 아니다. 현대차그룹이 차를 정의하는 방식을 다시 쓰기 시작한 첫 화면이다. 자동차가 하드웨어 완성품에서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전환점이 운전석 화면 위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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