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서울 광진구 한 주택에서 주사기를 손에 쥔 채 숨진 간호조무사의 사망 사건이 의료용 마약류 관리 부실 문제로 이어졌다. 수사 결과 병원에서 빼돌린 프로포폴과 미다졸람을 장기간 자택에서 투약해온 정황이 드러나면서, 의료기관 내부 통제 시스템의 허점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9일 해당 사건과 관련해 의료용 마약류를 상습 투약한 간호조무사 A씨(사망)와 투약 내역을 허위 보고한 내과의사 B씨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서울 광진구 소재 내과의원에서 의료용 마약류 투약 보고 기록을 조작한 사례를 적발했다고 29일 밝혔다. © 식품의약품안전처
이번 사건은 A씨의 사망을 수사하던 경찰이 주거지에서 프로포폴과 주사기 등을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이 수사에 착수했고, 해당 마약류가 A씨가 근무하던 의원에서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 중순까지 약 4개월간 근무지에서 프로포폴 98개, 미다졸람 64개를 빼돌린 것으로 파악됐다. 내시경 검사에 사용되는 약물의 투약량을 실제보다 부풀려 보고하는 방식이었다. 빼돌린 약물은 자택에서 주사기로 상습 투약됐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역시 과다 투약에 따른 사망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현장에서 발견된 약물량은 매일 프로포폴 1개, 미다졸람 0.5개 수준을 투약할 수 있는 분량으로, 안전사용 기준을 크게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스테로이드제, 항생제 등 전문의약품 주사제도 다수 보관하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타인에게 판매하거나 투약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문제는 관리 책임이 있는 의료기관의 대응이었다. 의사 B씨는 마약류 취급자로서 약물 유출과 허위 보고를 방지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관련 업무를 사실상 A씨에게 일임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A씨 사망 이후 부족해진 재고를 맞추기 위해 일부 약물이 다른 환자에게 투약된 것처럼 허위 보고한 정황도 확인됐다.
프로포폴과 미다졸람은 수면마취나 진정 목적으로 사용되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과다 투여 시 호흡억제와 혈압 저하 등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엄격한 관리가 요구된다.
식약처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료용 마약류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진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장은 "병원 종사자가 마약류를 빼돌린 사례라는 점에서 관리 체계 전반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허위 보고나 불법 반출 행위에 대해 수사를 강화하고 관계기관과 공조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단순 일탈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마약류 관리 업무가 특정 인력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가 적지 않다"며 "이중 점검이나 전산 기반 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유사 사례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NIMS(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가 도입됐지만 입력값 자체가 왜곡되면 사후 적발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실시간 검증 체계와 내부 감시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