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혼다코리아가 2026년 말 국내 자동차 판매 사업을 종료하기로 했습니다. 꽤 갑작스러운 소식이긴 한데, 어느 정도 낯선 결정은 아닙니다.
일단 그들의 포장에 따르면 사업구조 최적화와 경영 자원의 선택과 집중. 판매는 멈추지만 유지관리 서비스와 부품 공급, 보증 대응은 이어가기. 앞으로는 모터사이클 사업을 핵심 축으로 키우기.
혼다코리아의 이번 결정, 그렇게 복잡하게 볼 필요가 없습니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결국 버티지 못한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혼다코리아의 자동차 사업 부진은 오래 쌓여 있었습니다. 한때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1만대 클럽'을 가장 먼저 달성한 브랜드였는데 말이죠.
실제 실적을 살펴볼까요. 올해 1분기 혼다코리아의 신규 등록 대수는 211대. 점유율은 0.26%. 같은 기간 전체 수입 승용차 신규 등록 대수가 전년 동기 대비 35.4% 커진 8만2120대인 흐름과 비교하면, 시장이 축소돼서가 아니라 혼다의 존재감이 급격히 옅어진 겁니다. 부진이 아니라, 이탈에 가깝습니다.
이번 혼다코리아의 철수는 한 브랜드의 실패담으로만 정리되지 않습니다. 한국 수입차 시장 안에서 혼다가 서 있던 자리가 더는 수익을 만들기 어려운 구간으로 밀려난 건데요.
독일 브랜드들처럼 프리미엄으로 가격을 방어하는 것도 아니고, 대중 브랜드처럼 뚜렷한 가격 우위를 앞세우는 것도 못했습니다. 혼다는 오랫동안 '합리적 수입차'라는 성격을 유지해 왔는데, 그 자리가 가장 먼저 흔들렸습니다. 위는 더 강해졌고, 아래는 더 공격적으로 내려왔고. 중간에 있는 브랜드는 선택지가 아니라 비교 대상이 됐습니다. 그리고 혼다는 비교에서 밀린 거고요.
혼다는 한국 시장에서 △어코드 △CR-V △파일럿처럼 안정성과 내구성, 실용성을 앞세워 고정 수요를 유지해 왔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수입차 시장의 소비 기준이 이전보다 훨씬 가팔라졌는데, 소비자가 굳이 혼다를 선택해야 할 이유를 만들지 못했던 거죠. 쉽게 말해 '나쁘지 않은 선택지'로는 남았지만, 적극적으로 지갑을 열게 만드는 절박한 이유가 없었습니다.
전동화 전환도 부담이었습니다. 하이브리드는 혼다가 비교적 강점을 보여온 영역이지만, 국내 수입차 시장은 이미 하이브리드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기 때문입니다. 전기차 존재감이 약한 상태가 길어지면서 브랜드의 미래 이미지도 함께 희미해졌고요.
소비자들은 생각보다 훨씬 까다롭습니다. 지금 팔리는 차만 보지 않죠. 앞으로 어떤 라인업이 들어오고, 브랜드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를 함께 봅니다. 그런 점에서 혼다는 한국 시장에서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설득하는 데 실패한 셈입니다.
혼다코리아가 이번 철수 결정의 배경으로 환율과 사업 환경 변화를 꼽았습니다. 수입차 사업은 △환율 △물류 △인증 △재고 운영 △딜러망 유지비용 등이 겹쳐 움직이는데요. 판매량이 충분히 받쳐주지 못하면 비용 압박은 훨씬 빠르게 커지고, 판매가 줄어든 상태에서 할인이나 프로모션으로 물량을 밀어내면 수익성은 더 악화되죠.
결국 문제는 '한국 시장에서 팔리느냐'를 넘어 '한국 시장에서 계속 팔 가치가 있느냐'로 옮겨갑니다. 혼다가 이번에 내린 결론은 후자였다고 보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래서 이번 결정에서 더 눈에 들어오는 대목은 자동차 판매 종료보다 모터사이클 사업 강화인데요. 이쪽에서는 혼다코리아가 전혀 다르게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죠. 2001년 모터사이클 사업이 한국에 들어왔고, 2026년 3월까지 누적 42만600대를 판매하며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시장 지배력도 있고 수익도 나오는 상황이죠. 혼다코리아 입장에서는 감정적으로 시장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남길 사업과 접을 사업을 냉정하게 가른 결정이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6세대 올 뉴 CR-V 하이브리드. ⓒ 혼다코리아
혼다코리아 철수는 국내 수입차 시장의 구조 변화를 더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앞으로 살아남는 브랜드는 둘 중 하나일 가능성이 큽니다. 압도적인 프리미엄으로 가격 저항을 견디는 쪽, 혹은 분명한 가격 경쟁력과 상품성으로 대체 불가능한 자리를 확보하는 쪽.
그 사이에 놓인 브랜드는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가장 먼저 압박을 받겠죠. 혼다코리아가 그랬던 것처럼요. 한국에서 자동차 사업을 접는 결정은 바로 그 '중간지대'가 얼마나 버티기 어려운 곳이 됐는지를 보여준다.
다행히도 혼다코리아는 자동차 판매종료 이후에도 고객 지원을 이어갑니다. 그 약속은 기존 고객 불안을 낮추는 데 꼭 필요했고요.
국내 수입차 시장이 커지고 있는데도 어떤 브랜드는 설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이번 혼다코리아의 철수는 한국 시장이 매력 없어서가 아니라, 경쟁의 문법이 훨씬 더 가혹해졌다는 방증입니다.
혼다의 퇴장. 과거형 뉴스가 아닙니다. 앞으로 어떤 수입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서 계속 투자할 수 있고, 어떤 브랜드가 존재감을 잃고 밀려날지를 가늠하게 하는 기준점이 분명합니다. 그저 혼다가 먼저 결론을 냈을 뿐입니다. 한국 수입차 시장은 이미 브랜드 수보다 생존 방식이 더 중요해진 단계로 넘어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