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새만금 9조원 투자는 단순한 생산기지 확대가 아니다. 112만4천㎡ 부지에 AI 데이터센터, 로봇 제조·부품 클러스터, 수전해 플랜트, 태양광 발전 설비를 결합한 이 프로젝트는 제조업 자체를 데이터 기반 산업으로 전환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투자 구조만 보아도 AI 데이터센터 5조8000억원, 태양광 1조3000억원, 수전해 플랜트 1조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GPU 5만 장 규모의 데이터 처리 인프라는 스마트팩토리와 SDV(소프트웨어 정의 차량)를 연결하는 핵심 기반이다. 현대차는 이 사업을 통해 약 16조 원의 경제효과와 7만1000천개의 고용효과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직접 고용이 아닌 간접·유발 효과까지 포함된 것으로, 단순한 일자리 증가로 해석하기보다 산업 구조 변화의 신호로 읽어야 한다.
이미 한국 제조업은 자동화의 임계점을 넘어섰다. 국제로봇연맹에 따르면 한국의 제조업 로봇밀도는 종업원 1만명당 1220대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동시에 국내 제조업 취업자는 감소세를 보이며, 최근 1년간 약 7만7000명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자동화가 단순히 생산성을 높이는 수준을 넘어, 기존 직무를 대체하고 재편하는 단계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새만금 투자는 생산직을 줄이는 사건이 아니라 인간의 역할을 '작업 수행자'에서 '데이터 해석자·공정 관리자·로봇 협업자'로 이동시키는 전환점이 된다. 즉 고용의 본질은 양이 아니라 구조이며, 문제는 일자리 수가 아니라 전환 가능한 숙련을 얼마나 확보하느냐다.
더 큰 문제는 이 변화가 균등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향신문 등 주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제조·조선 현장에서 하청 노동자 비율은 30~60% 수준에 이르며, 산업재해 역시 이들 집단에 집중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조선업 중대재해 사망자 중 약 80% 이상이 하청 노동자로 나타났다는 점은 자동화와 AI 도입의 충격이 취약계층에 먼저 전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술은 위험을 줄이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인력경영이 개입하지 않으면 비용 절감의 수단으로 작동하며 가장 먼저 대체 가능한 노동부터 밀어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새만금 투자가 지역 발전의 기회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개의 일자리가 생기는가'보다 '누가 어떤 숙련으로 전환되는가'가 핵심 지표가 되어야 한다.
이 투자가 놓인 지역적 맥락 역시 중요하다. 전북의 고용률은 약 62.3%, 취업자 수는 약 96만5000명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청년 유출과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지속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부양인구는 2022년 40.6명에서 2072년 118.5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며, 생산가능인구는 2030년대에 연평균 50만명씩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단순한 투자 유치만으로는 지역 경제를 유지할 수 없으며, 인력 재교육과 외부 인재 유입, 중장년 재배치까지 포함한 종합적 인력 전략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결국 이번 투자가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기업은 사람을 줄일 것인가, 아니면 사람의 역할을 다시 설계할 것인가. 피지컬 AI 시대의 경쟁력은 채용 규모가 아니라 인간과 기술의 협업 구조를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현대차 새만금 단지는 단순한 산업단지가 아니라 한국 제조업의 미래를 시험하는 실험장이다. 그 성패는 기술이 아니라 인력경영, 즉 '숙련 전환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이윤선 인력경영학자/원광대 미래인재개발처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