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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 대상 "물량 있다"…주사기 사기 확산

'중동발 원자재 차질' 의료소모품 부족 틈타…선입금 받고 연락 두절

박선린 기자 | psr@newsprime.co.kr | 2026.04.22 11:41:41
[프라임경제]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나프타 공급이 흔들리면서 국내 의료현장에서 필수 소모품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여기에 물량 부족을 노린 판매 사기까지 잇따르며 동물병원과 반려인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빠르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22일 대한수의사회에 따르면 최근 일부 동물병원을 대상으로 존재하지 않는 주사기 재고를 보유한 것처럼 속여 대금을 가로채는 사례가 확인됐다. 사기범들은 병원에 전화를 걸어 "급하게 확보된 물량이 있다"며 대량 주문을 유도한 뒤 선입금을 받고 연락을 끊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중동발 나프타 공급 차질로 의료 소모품 수급난이 심화되며 현장 혼란과 사기 피해 우려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 연합뉴스


현장에서는 이미 수급 불안이 체감되고 있다는 반응이다. 수도권의 한 동물병원 관계자는 "최근 들어 주사기나 수액세트 주문이 예전처럼 원활하지 않다"며 "거래처에서도 '물량 확보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재고가 있다는 연락이 오면 의심이 가면서도 혹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사기 수법은 정교해지는 양상이다. 포털사이트에 등록된 실제 업체 명칭을 도용하거나 기존 유통사 직원인 것처럼 접근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울산과 광주 등 일부 지역에서는 피해를 입은 동물병원들이 경찰에 신고를 접수한 상태다.

대한수의사회는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해 전국 회원 병원에 긴급 공문을 발송하고 주의를 당부했다. 기존 거래처가 아닌 업체로부터 공급 제안을 받을 경우 대표번호 재확인, 취급 품목 검증, 담당자 재직 여부 확인 등 기본적인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선입금을 요구하는 거래에 대해서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피해는 동물병원을 넘어 일반 반려동물 가구로도 번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주사기와 나비침을 결제했지만 '배송 완료'로 표시된 뒤 물건을 받지 못했다", "배송 예정 상태만 유지되다 판매자와 연락이 끊겼다"는 등의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사기 문제를 넘어 공급망 불안이 촉발한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사기 같은 의료 소모품은 대부분 석유화학 원료 기반인데, 나프타 수급이 흔들리면 생산 자체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공급이 타이트해질수록 비정상적인 유통과 사기 시도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수의업계는 진료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에도 나서고 있다. 대한수의사회는 "현재 정부가 주사기 생산과 유통 과정을 점검 중이어서 정상적인 유통 외에 대량 물량이 시장에 풀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추가 공급 방안을 마련해 조만간 안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수급 불안이 이어질 경우 유사 피해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급이 불안정할수록 '급하게 확보된 물량' 같은 표현으로 접근하는 사례가 늘어난다"며 "거래 전 기본적인 검증 절차를 강화하지 않으면 피해가 더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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