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고물가 장기화가 '집밥'과 '점심'의 풍경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21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 외식 부문 지수는 127.28(2020년=100 기준)을 기록하며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했다.
외식 물가 폭등으로 이른바 '런치플레이션(Lunchflation)'이 심화하자, 다인 가구는 대용량 HMR을 쟁여두는 '벌크 소비'로 식비를 방어하고 1인 가구와 직장인들은 '반찬 간편식'과 '냉동 도시락'을 활용해 직접 도시락을 싸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확산시키고 있다.
◆"60구 달걀에 대단량 만두"…온라인 덮친 '벌크 소비'
장보기 시장에서는 단위당 가격이 저렴한 대단량 상품을 구매해 소분하는 '비축형 소비'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SSG닷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창고형 할인점 상품을 배송해주는 '쓱 트레이더스 배송'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다.

SSG닷컴 '쓱 트레이더스 배송' 매출 인포그래픽. ⓒ SSG닷컴
특히 '대용량 HMR'의 질주가 무섭다. 전체 간편식 매출이 40%가량 늘어난 가운데, 5~7개입 묶음 볶음밥과 일반 상품 대비 중량이 3~5배 큰 대단량 만두(48%↑) 등 냉동 간편식의 성장이 뚜렷하다.
쟁여두고 먹기 좋은 500~800g 단위 반찬 카테고리 매출은 무려 7배 이상 치솟았다. 식비를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다인 가구의 절박함이 투영된 결과다.
◆런치플레이션이 부른 '도시락족'…식품업계, '반찬 HMR' 정조준

아워홈 온더고 판매량 Top5 제품 이미지. ⓒ 아워홈
점심값이 비싸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도시락 문화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절약과 건강을 동시에 챙기려는 수요에 맞춰 식품업계는 일제히 '반찬 HMR' 사업을 확장하며 새로운 패권 경쟁에 돌입했다.
동원F&B(049770)는 HMR 전문몰 '더반찬앤(&)'을 전면 개편하고 다품종 소량 생산 체제로 전환해 국·탕·찌개 등 한식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오뚜기(007310)의 프리미엄 HMR '오즈키친'은 누적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하며 56개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혔고, 풀무원 역시 '반듯한식' 브랜드를 통해 냉동 반찬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프리미엄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아예 '완성형 한 끼'를 찾는 수요도 폭발적이다. 아워홈의 냉동 도시락 브랜드 '온더고(ONTHEGO)'는 지난 3월 누적 판매량 2000만개를 돌파했다. 전자레인지 3분이면 조리가 끝나는 편의성에 힘입어 전년 대비 판매량이 85% 급증했다. 업계는 국내 냉동 도시락 시장 규모가 올해 약 2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역 맛집'부터 '스타 셰프'까지…프리미엄 RMR의 진화
HMR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며 외식의 경험을 집으로 옮겨오는 RMR(레스토랑 간편식) 경쟁도 뜨겁다. 현대그린푸드(453340)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손잡고 지역 맛집 메뉴의 HMR화를 지원하며 '로컬 상생 RMR' 모델을 구축 중이다.

현대그린푸드 그리팅몰에서 판매하는 피크닉용 간편식 제품들 사진. ⓒ 현대그린푸드
외식 브랜드 맘스터치는 23년 노하우를 담은 '또잇(Tto-it)'을 론칭, 저당 소스를 활용한 '헬시 플레저' 치킨을 선보였으며, 롯데마트는 안유성·정호영 등 스타 셰프와 협업한 '요리하다(Yorihada)' 에디션으로 HMR의 질적 고도화를 이끌고 있다.
식품업계는 1인 가구 증가와 배달 피로도 등이 맞물리며 국내 식문화가 일본처럼 도시락과 반찬 간편식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시대의 소비자는 식비를 아끼기 위해 대용량 벌크 상품을 쟁여두는 동시에, 직장에서는 반찬 HMR과 냉동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며 "식품업계의 주도권은 '얼마나 저렴하게 비축할 수 있는가'와 '외식 수준의 맛을 도시락과 반찬으로 완벽히 구현할 수 있는가'의 투트랙 경쟁으로 진화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