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아이들."
겉으로는 조용하다. 하지만 머릿속은 끊임없이 산만하다. 이른바 '조용한 ADHD'다. 보통 소아기에 시작돼 만 12세 전에 발현된다. 그런데 최근에는 성인 환자가 빠르게 증가했다. 이로 인해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닌 질환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ADHD'가 뒤늦게 주목받는 이유다.
4월5일은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가 제정한 'ADHD의 날'이다. 국내 소아·청소년이 건강하게 성장하길 바라는 취지에서 식목일과 같은 날로 정해졌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인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는 대표적인 신경발달장애다. 적절한 관리 없이 방치될 경우 학업은 물론 직장생활과 대인관계 전반에 걸쳐 장기적인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환자 규모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ADHD 진료 환자는 2020년 약 8만명에서 2024년 약 25만명으로 늘었다. 4년 사이 3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최근에는 성인 환자 비중이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ADHD를 개인의 의지나 성격 문제로 치부하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이뤄질 경우 증상 개선과 일상 기능 회복이 충분히 가능해서다.
다음은 오미애 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의 일문일답.

오미애 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프라임경제
-최근 ADHD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성인 환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배경이 있다면.
"첫째는 건강보험 적용 확대다. 과거에는 18세 이전 진단자에 한해 보험이 적용됐다. 하지만, 2016년 이후 65세 이하 성인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진단 접근성이 크게 높아졌다.
둘째는 인식 변화다. 최근 유튜브와 SNS를 통해 성인 ADHD 관련 정보가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질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정신건강의학과 방문에 대한 낙인도 완화되면서 심리적 장벽이 낮아진 영향도 크다."
-이른바 '조용한 ADHD'가 주목받고 있다. 기존 과잉행동형과의 차이는 무엇인가.
"과잉행동형 ADHD가 '움직임 조절'의 문제라면, 조용한 ADHD는 '주의 집중 조절'의 문제다. 겉으로는 조용히 앉아 있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로는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다른 생각이 이어지면서 중요한 정보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부모들이 놓치기 쉬운 '조용한 ADHD'의 초기 신호는.
"수업 시간에 멍하게 앉아 있거나 책을 읽고도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 과제를 제시간에 끝내지 못하는 행동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주변 정리가 잘 되지 않고 해야 할 일을 체계화하지 못하는 특징도 있다. 다만 이런 양상이 일시적이 아니라 여러 환경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지가 중요하다."
-ADHD 진단 과정에서 활용되는 검사들의 역할은 무엇인가.
"성인 ADHD 자가보고 척도(ASRS)는 환자가 느끼는 증상의 정도를 빠르게 파악하는 선별 도구이고, 종합주의력검사(CAT)는 반응 속도와 정확도를 통해 주의력을 객관적으로 수치화하는 검사다. 뇌파 검사(QEEG)는 뇌 활성 패턴을 확인해 감별 진단에 도움을 준다.
다만 ADHD는 단일 검사로 진단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다. 발달력과 과거력, 현재 증상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판단해야 한다."
-ADHD의 주요 위험 요인은 무엇인가.
"유전적 요인이 70~80%로 크다. 그러나 최근에는 환경적 요인의 영향도 강조된다. 스마트폰 등 자극적인 디지털 환경은 전두엽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수면 부족이나 스트레스 역시 뇌의 조절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아동기 ADHD가 성인 ADHD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핵심 시점은.
"증상을 인지하고 진단받는 순간부터가 개입의 시작이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는 전두엽 발달이 활발한 시기다. 이때 적절한 치료와 훈련이 이뤄지면 신경가소성 덕분에 증상 완화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 시기를 놓쳤다고 해서 치료 기회를 잃는 것은 아니다."
-성인 ADHD는 실제 생활에서 어떤 문제로 이어지나.
"업무에서는 마감 기한을 반복적으로 놓치거나 이메일 답장을 잊고, 사소한 실수를 지속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중요한 업무보다 덜 중요한 일에 몰두하는 경우도 많다.
대인관계에서는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듣지 못하거나 약속 시간을 자주 어기면서 '성의가 없다'는 오해를 받아 신뢰가 저하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치료에서 약물과 비약물적 방법의 역할은 어떻게 나뉘나.
"약물치료는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균형을 맞춰 주의력과 충동 조절이 가능하도록 '생물학적 기반'을 만든다. 반면 비약물적 방법은 확보된 집중력을 실제 생활에 적용하는 과정이다. 시간 관리, 우선순위 설정, 감정 조절 등 습관과 기술을 익히는 역할을 한다."
-숏폼 등 디지털 환경이 ADHD에 미치는 영향은.
"짧은 시간에 강한 자극을 주는 숏폼 콘텐츠에 익숙해지면 뇌가 점점 강한 보상에만 반응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인내심과 집중을 담당하는 전두엽 기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ADHD 성향이 있는 사람에게는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아울러 일반인에게도 유사한 집중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ADHD가 의심될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가를 찾는 것이다. ADHD는 의지 문제가 아니라 뇌 기능과 관련된 질환이다. 인터넷 정보에 의존하기보다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치료는 단점을 교정하는 과정이 아니다. 개인이 가진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