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3일 부산시의회에서 '감만1구역 재개발 정상화를 위한 간담회'가 개최됐다. ⓒ 부산광역시의회
[프라임경제] 부산 감만1구역 재개발 사업이 사업성 붕괴와 협상 교착, 행정 공백까지 겹치며 다시 표류 위기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일반분양 전환을 허용하는 정비사업 개정안을 내놓았지만, 현장에서는 협상 기준과 공공의 중재 장치가 부재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지난 13일 부산시의회에서 열린 '감만1구역 재개발 정상화를 위한 간담회'에서도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날 간담회에는 부산시의회 건설위원회 소속 조상진 시의원을 비롯해 부산시 도시정비·재개발 관련 부서, 감만1구역 재개발 정상화협의회(대표 문성은, 이하 감정협) 관계자들이 참석해 사업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다.
현재 감만1구역은 공사비 급등으로 구조적 한계에 직면한 상태다. 당초 평당 395만원 수준이던 공사비는 최근 750~800만원까지 상승했고, 총공사비는 약 3조원을 넘어섰다. 반면 기존 뉴스테이 방식 매각가는 약 1조5000억~1조8000억원 수준에 머물러 사업성이 크게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조합원 1인당 약 6억원 수준의 추가분담금이 예상된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해 12월 일반분양 전환을 허용하는 공공연계형 정비사업 개정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개정안은 '당사자 간 협상'만 제시했을 뿐, 물량 기준이나 협상 가이드라인은 마련하지 않아 현장 혼선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 "일반분양 4500세대가 분수령"…사업성 확보 vs 시공사 리스크 충돌
핵심 쟁점은 일반분양 물량이다. 현재 약 9000세대 규모인 사업은 설계 변경 시 8500세대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사업 정상화를 위해서는 최소 4500세대 이상의 일반분양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분양 리스크 등을 이유로 물량 확대에 소극적인 입장으로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시의회 간담회 자료에서도 "시공사가 계약 당사자가 아님에도 일반분양 확대를 반대하고 있으나 이를 중재할 근거나 기관이 없다"는 점이 명시되며 제도 공백 문제가 드러났다. 국토교통부와 부산시 모두 협상 개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사실상 책임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합 내부 갈등 역시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감만1구역은 기존 조합(조합장 김경래), 비상대책위(대표 안진현), 감정협까지 3개 축으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으며, 일반분양 규모를 두고도 입장이 엇갈린다.
일부는 약 4000세대를 주장하나 이 경우 사업성이 부족해 재중단 우려가 크다. 비대위의 '100% 일반분양 전환'도 뉴스테이 해지 시 HUG 보증 중단과 지분 압류 등 금융 리스크로 현실성이 낮다는 평가다. 결국 일반분양 확대가 대안이지만, 사업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좌초 가능성은 여전히 남는다.
◆ "법은 있는데 작동 안 한다"…투표 논란·행정 미개입에 불신 확산
사업 과정에서 투표 부정 의혹과 고소·고발이 이어지며 불신도 누적되고 있다. 총회 투표 과정에서 투표함 내 '다발 투입'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관할 부산 남구청은 CCTV 설치 요구를 ‘감독 근거 없음’을 이유로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께 감만1구역 일부 조합원들이 부산 남구청 앞에서 재개발 정상화를 촉구하며 격렬 시위하는 모습. = 서경수 기자
그러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13조에는 지자체가 사업 시행 과정에서 보고 요구, 자료 제출, 현장 조사, 시정 명령 등을 할 수 있는 감독 권한이 명시돼 있다. 서울 일부 자치구에서는 유사 사례에서 CCTV 설치와 실시간 모니터링까지 시행한 전례가 있어 부산시의 소극적 대응과 대비된다는 지적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공공 코디네이터 투입 △협상 가이드라인 마련 △투표 과정 투명성 확보 △인허가 절차 단축 등 제도 개선 요구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특히 인허가부터 착공까지 최소 5년 이상 소요될 것이 예상되는 만큼, 행정 절차 단축 없이는 사업 정상화가 어렵다는 우려도 나왔다.
감정협 문성은 대표는 "정부가 만든 개정안이라면 최소한 협상 기준과 중재 장치는 함께 제시해야 한다"며 "공공이 빠진 상태에서 조합과 시공사에만 책임을 맡기면 사업은 또다시 멈출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감만1구역 재개발은 약 9000세대 규모의 대형 사업으로, 향후 부산 원도심 정비사업의 방향성을 가를 핵심 사례로 꼽힌다. 공공의 개입 여부가 사업 정상화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