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데드라인 코앞' 석화업계 '막판 총력전'

여수 '여천NCC 논의' 난항…울산 '눈치 싸움' 치열

[프라임경제] 정부가 정한 석유화학 구조조정안 데드라인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업계가 막판 총력전에 나선 모습이다.

앞서 대산에서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첫 재편안이 제출됐으나, 국내 최대 산단인 여수에서는 여천NCC 설비 통폐합을 두고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울산에선 내년 초대형 샤힌 프로젝트 완공을 앞두고 업체 간 눈치 싸움이 치열한 상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내주 석화 구조조정안이 추가로 결정될 수 있도록 이번 주중 업계에 사업재편안 제출을 요구했다.

연간 229만톤을 생산하는 국내 최대 에틸렌 생산시설인 여천NCC는 현재 구조조정의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최근 정부와 채권단이 요구한 사업재편안 제출의 선제 조건 중 하나로 원료 공급 계약을 타결하면서 구조재편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듯했으나, DL케미칼이 고강도 구조재편 필요성을 제기해 논의가 다시 난항을 겪고 있다.

이번 원료 공급 계약 이후 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가동이 중단된 47만톤 규모 여천NCC 3공장을 폐쇄하는 방안에 힘이 실리고 있었다.

그러나 한화솔루션과 공동 대주주인 DL케미칼은 지난 15일 "더 강한 안전장치와 공동 책임 구조가 필요하다"며 3공장 대신 각 90만톤 규모인 1·2공장 중 한 곳의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공개 제안했다.

여천NCC 여수 제2사업장 전경. ⓒ 여천NCC

여천NCC가 생산하는 에틸렌의 60%가 넘는 140만톤을 공급받는 한화솔루션으로서는 이런 고강도 재편은 자사 공급망에 더욱 큰 타격이 될 수 있는 만큼 우려의 시각이 크다.

이에 따라 양측이 향후 회사 분할이나 원가 보전 비율 산정을 비롯한 자금 부담 등에서 타협점을 모색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 요구대로 곧 사업재편안을 제출하더라도 지난 7월말 3000억원 유상증자를 두고 공동 대주주 간 갈등이 드러난 것을 고려하면, 세부계획 수립과 향후 진행 상황에서 불씨가 여전하다는 의견도 잇따른다.

여수에서는 또 LG화학과 GS칼텍스가 합작회사를 세우고 NCC를 통합 운영하는 방안이 점쳐진다.

LG화학은 여수에서 1공장(약 120만톤), 2공장(약 80만톤)을 가동 중이다. GS칼텍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할 경우 노후화된 1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비교적 신식인 2공장을 운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양사는 합작법인 설립과 운영 방안을 두고 막판 조율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대산 단지에 이은 국내 2호 구조조정 사례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울산에서는 SK지오센트릭·에쓰오일·대한유화 3사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의뢰한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정부에 사업재편안 제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BCG는 66만톤 규모의 SK지오센트릭 공장을 폐쇄하는 방식 또는 3사 모두 일정 부분 생산량을 줄이는 방식 2가지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 속 180만톤 생산 규모로 추진되는 샤힌 프로젝트의 내년 하반기 상업 가동을 목표하고 있는 에쓰오일로서는 상대적으로 감산 의지가 약하다는 평가가 있다.

또 대형 정유단지와 석화단지가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있고, 올해 상반기 99%에 달할 정도로 가동률이 높은 울산 산단의 특성상 다른 업체들 역시 감산에 대한 저항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NCC 일괄 폐쇄 방식보다는 내년 후 샤힌 프로젝트의 영향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단계적 감산에 나서는 것이 현실적 해법이라는 주장도 나오는 등 결론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다.

산업부는 여수와 울산 지역 기업이 구조조정안을 내놓은 이후에 입장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