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남편이 외도를 하는 것 같긴 한데, 결정적인 증거가 없어요. 상간녀 소송을 제기해도 승소할 수 있을까요?" 상간소송 관련 상담은 이혼전문 변호사가 일상적으로 받는 질문이다. 실제로 상간자 위자료 소송에서 가장 큰 벽은 증거다. 불륜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위자료 청구가 기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드시 현장 사진이나 성관계 장면 같은 직접증거만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간접정황증거를 종합해 부정행위를 인정하기도 한다.
사례를 보자.
고양시 일산에 거주하는 A씨는 결혼 10년 차 주부이다. 남편은 파주시 운정에서 회사를 운영하며 잦은 야근과 출장으로 집을 비웠고, 어느 순간부터 휴대전화에 비밀번호를 걸고 연락을 피하기 시작했다. A씨는 남편 차량 블랙박스에서 특정 여성과 함께 이동하는 모습을 확인했고, 두 사람이 김포시의 한 모텔 주차장에 들어갔다가 몇 시간 뒤 함께 나오는 영상도 확보했다. 그러나 객실 내부 장면은 당연히 촬영되지 않았다. 남편은 "단순히 회식 후 데려다준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A씨는 남편과 해당 여성의 잦은 메시지 내역과 호텔 출입 영상 등을 근거로 상간녀 위자료 소송을 제기했다. 과연 법원의 판단은 어떨까?
상간자 소송에서 불법행위는 배우자와의 부정행위로 인해 부부 공동생활의 평온이 심각하게 침해되었음을 입증해야 한다. 문제는 부정행위의 증명 수준이다. 대법원은 "부정행위는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해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여러 사정을 종합해 사회통념상 부부의 정조의무에 반하는 행위가 있었다고 인정되면 충분하다"고 판시하고 있다.
즉, 호텔 출입 장면, 장기간의 빈번한 연락, 애정 표현이 담긴 메시지, 심야 시간대의 동행 등은 간접정황증거로서 법원이 부정행위를 인정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반드시 성관계 사실까지 직접 입증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다만 모든 정황이 다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직장 동료와 함께 식사하거나 여행을 간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법원은 ‘객관적·합리적 기준에서 부정행위를 추단할 수 있는지’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 따라서 정황증거를 모을 때는 △시간·장소·빈도 △일반적 관계를 넘어서는 밀접성 △은밀성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실무에서 활용되는 주요 간접정황증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증거보전신청을 통하여 확보한 호텔이나 모텔 출입 장면을 촬영한 블랙박스·CCTV 영상, 둘째, 반복적이고 애정 표현이 담긴 문자·메신저 내역, 셋째, 배우자와 상대방이 함께 찍힌 사진, 여행 동행 기록, 넷째, 장기간 심야 시간대의 통화내역 및 위치기록, 다섯째, 주변인의 진술서나 탐정 보고서 등이다.
물론 불법적인 증거 수집은 주의해야 한다. 몰래 녹음기 설치, 불법 위치추적기 사용, 타인의 계정 무단 해킹 등은 형사처벌까지 초래할 수 있고, 법원에서도 증거능력이 부인된다. 따라서 합법적으로 수집한 정황증거를 모아야 한다.
사례의 경우 법원은 남편과 여성의 호텔 출입 영상, 잦은 심야 메시지 및 연락 내역 등을 종합해 두 사람이 단순한 직장 동료를 넘어선 부정한 관계에 있었다고 보고, 불륜에 대한 직접증거가 없더라도 이러한 간접정황증거만으로 사회통념상 부부의 정조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실무적 조언을 정리하면, 첫째, 상간소송은 증거 싸움이다. 직접증거가 부족하다면 합법적인 정황증거를 최대한 모아야 한다. 둘째, 증거는 단편적이어서는 부족하다. 여러 정황을 종합해 부정행위를 추단할 수 있을 정도로 연결해야 한다. 셋째, 불법 증거는 오히려 역효과가 나므로 주의해야 한다. 넷째, 증거 수집부터 소송 전략까지 상간소송 전문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
결론적으로, 상간녀 위자료 소송은 ‘증거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말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단순한 의심만으로는 승소할 수 없지만, 반드시 직접증거만 필요한 것도 아니다. 정황증거가 모이면 법원은 부정행위를 인정할 수 있다.
사랑은 끝날 수 있어도 책임은 남는다. 상간녀 위자료 소송은 그 책임을 법적으로 묻는 절차다. 증거 하나가 부족하다고 낙심하지 말고, 작은 정황부터 차근차근 모아보길 권한다. 결국 불륜의 진실은 은밀히 숨길수록 더 많은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다. 그 흔적들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그 자체로 진실을 말해 주게 되고, 그렇게 쌓인 흔적 위에서 정의는 결국 실현될 수 있다.
김광웅 변호사(이혼전문) /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 사법연수원 제37기 수료/ 세무사 / 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