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한 공간에 시멘트가 담긴 포대, 타일 조각, 판자, 골판지 상자 등이 무질서하게 쌓여 있다.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공사 이후 수년째 방치된 하자 보수용 자재와 폐기물을 둘러싸고 보령시 예미지 아파트에서 입주민과 시공사 간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까지 확산되며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하주차장 일부 공간이 자재로 점유되면서 주민 불편은 물론 단지 내 갈등도어
지고 있다
입주민들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는 하자 보수를 위해 동일 시기에 생산된 동일 자재를 확보해야 한다는 이유로 공사 과정에서 사용된 타일과 자재를 야적해 보관해 왔다. 그러나 시공사가 하자 보수 도중 현장에서 철수하면서 현재까지 자재가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시공사는 초기 하자 보수 기간 동안 야적된 자재를 활용해 일부 보수를 진행해 왔지만, 입주자 측이 하자 소송을 준비하면서 갈등이 본격화됐다. 이후 시공사는 2023년 초를 전후해 현장에서 완전히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한 공간에 시멘트가 담긴 포대, 판자, 골판지 상자 등이 무질서하게 쌓여 있다. ⓒ 프라임경제
아파트 측은 자체적으로 자재를 처리할 재정적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며, 하자 보수 비용과 야적 자재 및 폐기물 처리 비용 역시 시공사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입주자대표회의는 2023년 5월 초 하자 관련 소송을 제기했으며, 현재 사건은 대전지방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현재 아파트 지하주차장 6개 주차 면 가운데 3곳은 비어 있지만, 2곳은 자재 성격의 폐기물로 가득 차 있으며 1곳은 공사 후 남은 자재가 적재돼 있다. 사실상 절반의 주차 공간이 장기간 점유되면서 주민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주민들 사이에서는 자재 처리 문제를 두고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폐기물을 하루빨리 처리해야 한다", "해당 공간에서 뱀이 나왔다는 이야기까지 돌고 있다"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반면 다른 주민들은 "문제가 외부로 알려지면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문제 제기를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한 공간에 시멘트가 담긴 포대, 타일 조각, 판자, 골판지 상자 등이 무질서하게 쌓여 있다. ⓒ 프라임경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공사 후 남은 자재와 일부 폐기물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폐기물 처리를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이 필요한데, 현재 관리비 여유로는 처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주민들이 선제적으로 비용을 부담해 준다면 가능하겠지만, 현실적으로 동의를 얻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하 공간에 보관된 자재에서 냄새가 난다는 민원도 일부 제기되고 있으나, 관리 측은 "부패성 물질이나 유해 폐기물은 아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아파트 입주민 A씨는 "하자 보수를 위해 보관한다던 자재가 수년째 그대로 쌓여 있다"며 "아이들과 함께 이용하는 공간인 만큼 악취와 해충 발생에 대한 불안이 계속 커지고 있다. 하루빨리 책임 있는 주체가 나서 정리해 주기를 바란다 "고 호소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한 공간에 시멘트가 담긴 포대, 타일 조각, 판자, 골판지 상자 등이 무질서하게 쌓여 있다. ⓒ 프라임경제
입주민 B씨는 "문제가 이렇게 오래 끌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시공사와 입주민 간 법적 다툼이 계속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이 떠안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당장 불편함도 크지만, 외부에 알려질 경우 단지 이미지 하락으로 재산 가치에까지 영향을 줄까 걱정된다"며 "소송과는 별개로 최소한의 안전 조치는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관리 측은 "하자 보수 책임은 원칙적으로 시공사에 있는 만큼, 법적 절차를 통해 정당하게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확산되면서 단지 이미지와 주거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법원이 선임한 감정인의 하자 감정 결과는 이미 제출된 상태로, 향후 판결 결과에 따라 하자 보수 범위와 책임 소재, 자재 및 폐기물 처리 문제의 향방도 최종적으로 가려질 전망이다.

보령시 예미지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방치된 하자 보수용 자재와 바닥에 물이 고여 있다. ⓒ 프라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