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일과 주말에는 급성 척추질환을 비롯해 신경응급환자들이 MRI 진단을 받지 못헤 '골든타임'을 놓치는 사롁가 빈번해지고 있다. ⓒ 부산 온병원
[프라임경제] "대학병원 MRI 상시 가동체계 국가가 지원해야."
주말 동안 MRI가 가동되지 않아 척추 응급환자가 제때 진단받지 못하는 심각한 의료 공백이 또다시 드러났다. 특히 골든타임이 24~48시간에 불과한 '마미증후군(Cauda equina syndrome)' 같은 신경응급질환 환자에게 진단 지연은 곧 평생 장애로 이어질 수 있어, 주말 의료 인프라의 구조적 취약성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 20대 응급환자, MRI 인력 없어 병원 세 곳에서 '진료 불가'
지난 주말 수도권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던 27세 A씨는 허리 통증 이후 양쪽 다리 감각이 둔해지고 배뇨 이상 증상까지 나타나자 인근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마미증후군 의심…즉시 MRI로 확인해야 한다"며 상급종합병원 응급실 진료를 권유했다.
하지만 A씨는 세 곳의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모두 같은 답을 들었다.
"주말에는 MRI 촬영 인력이 없어 척추 MRI는 불가합니다." A씨 가족은 지방의 대학병원 응급센터까지 전화를 걸어 MRI 검사 가능 여부를 확인했지만, 대부분 "주말엔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반복됐다. 결국 A씨는 확진 없이 귀가했고, 극심한 통증 속에서 이틀을 버틴 뒤 외래를 통해서야 MRI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다행히 마미증후군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지만, 응급환자가 진료·검사 접근성 부족으로 고스란히 위험에 노출된 사례다.
■ 마미증후군·경추척수손상, '골든타임 최소 24시간'…진단 지연 시 평생 장애
마미증후군은 척추 말단 신경이 급성 압박을 받아 발생하는 중증 질환으로 △하지 감각 소실 △회음부 감각 저하 △배뇨·배변 장애 등이 주요 증상이다.
특히 발병 후 24~48시간 내 감압수술이 이뤄져야 후유장애를 피할 수 있다. 진단의 핵심은 즉각적인 MRI 촬영이다. 그러나 주말·야간에는 MRI 장비를 가동할 전문 인력 부족과 까다로운 건강보험 기준 때문에 검사 자체가 지연되거나 거부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한 대학병원 신경외과 전문의는 이렇게 말한다. "마미증후군은 드물지만 한번 놓치면 영구장애가 남을 수 있다. 주말에 MRI가 멈추는 구조 자체가 응급의료체계의 취약성을 보여준다."
그는 특히 "주말 MRI는 대부분 머리(뇌) 응급에만 제한되어 있고 척추·복부·흉부는 인력 문제로 사실상 가동이 어렵다"며 "국가 차원에서 인력 배치와 운영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환자 1만 명 중 4명"…희귀하지만 위험한 마미증후군
부산 온병원 신경외과 이명기 부원장(가톨릭의대 외래교수)는 A씨 사례의 본질을 이렇게 짚었다. "마미증후군은 전체 요추 디스크 환자의 0.12%, 즉 환자 1만 명 중 4명꼴로 나타나는 희귀 질환입니다.
하지만 골든타임이 짧아 조기 대응이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그는 또 "경추척수증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지체 없이 응급실로 가 MRI 촬영 여부를 확인하고, 불가할 경우 신속히 MRI 가능한 병원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전문가들 "응급 MRI 우선권·상시 가동체계 필요"
대한종합병원협회와 응급의료 전문가들은 △응급 MRI 우선권 제도 도입 △MRI 대체 진단 프로토콜 마련 △주말·야간 상시 MRI 가동을 위한 국가 인력 지원 등을 제안했다.
응급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MRI가 "평일·주간"에만 집중되는 구조는 대한민국 응급의료의 뿌리 깊은 문제라는 것이다.
"주말에 멈춰버린 MRI 한 대가, 환자의 평생을 바꿀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응급의료 현장의 시간 장벽을 해소하고, 중증 척추질환 환자가 검사조차 받지 못해 귀가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