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3일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금융투자상품 설계. 판매 단계의 소비자보호 실효성 강화 방안' 토론회 현장.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실손의료보험을 둘러싼 시장 왜곡이 심화되면서 공·사보험 간 정보 연계 강화와 비급여 관리체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실손보험 가입자 중 상위 9%가 전체 보험금의 80%를 가져가는 등 손해율 악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 개선 논의에 착수했다.
금융감독원은 18일 국회 박찬대·김남근·김재섭 의원과 함께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과잉의료·분쟁 예방을 위한 실손보험 개선방안' 토론회를 열고 실손보험 분쟁 양상과 제도적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금감원은 최근 3년간 실손보험 관련 분쟁이 연평균 7500건 이상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도수치료·백내장·무릎주사 등 이른바 '3대 실손 분쟁'이 53%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실손보험이 원래 우연한 사고를 보장하는 상품임에도 도수치료와 같은 예측 가능한 의료행위까지 포괄적으로 포함하면서 해석을 둘러싼 다툼이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비급여 진료 영역에서의 왜곡이 시장 전반을 흔드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비급여 진료비의 의료기관 간 가격 편차가 수십 배까지 벌어지고, 실손보험 가입자의 87.9%가 의료기관으로부터 실손 적용 여부를 직접 질문받았다는 조사 결과도 제시됐다. 이같은 고의적 진료 유도와 브로커 개입 등 도덕적 해이가 심화되면서 보험금 누수가 지속되고, 일부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비급여 진료 확대가 고착화되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가입자 간 부담 불균형 또한 커지고 있다. 실제 상위 9%의 가입자가 전체 보험금의 80%를 수령하고, 65%의 가입자는 보험금 청구 없이 보험료만 납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과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적 왜곡을 해소하기 위해 공·사보험 간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비급여 관리제도를 대폭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서는 건강보험법·보험업법에 공·사보험 정보 연계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관계부처 공동 실태조사를 추진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또 신용정보원 시스템을 활용해 진료·보험금 청구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비급여 진료의 적정성을 검토할 수 있는 공공 분석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비급여 항목에 대한 정보 제공 강화, 비급여 심사 기준 표준화 역시 핵심 과제로 꼽혔다.
감독 제도 개선 필요성도 부각됐다. 금감원은 주요 비급여 관련 분쟁 사례를 체계적으로 안내하고, 사전상담 창구를 확대해 소비자 분쟁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손보험의 보장 구조를 중증·필수 의료 중심으로 재편하고, 의료자문 제도 합리화와 보험사기 조사 역량 강화도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토론회에서 제시된 현장 의견을 관계부처 및 국회와 함께 검토해 정책 및 감독 업무에 반영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논의는 금융당국이 소비자 보호 중심의 감독 기조로 전환하기 위해 추진 중인 일련의 공청회 중 두 번째 행사다. 실손보험 구조 개선이 공보험 재정 안정성과 민간보험 시장 건전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핵심 과제로 떠오른 만큼, 제도적 연계와 데이터 기반 관리 체계 구축이 향후 정책의 중심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