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년고도 경주 황남동 대릉원 입구에 위치한 주한태 시인의 '황리단길' 시비 사진. = 강달수 기자
[프라임경제] 'APEC 2025 KOREA'이 지난 10월28일부터 11월1일까지 5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경주선언'으로 피날레를 장식하며 성료됐다. 금번 세계의 주목을 받은 APEC과 황남빵처럼 주목을 받은 시가 있어 화제다.
경주 황남동 대릉원 입구에, 이름표처럼 새겨지고 장승처럼 서 있는 시비 속의 '황리단길' 시이다. 시 '황리단길'은 경주 토박이 주한태 시인의 작품으로 주 시인의 여덟 번째 시집 '황리단길 가네'에 실려 있는 시이다.
황리단길 가네
주 한태
일천년 황남길 꽃 향기 날리고 가네
활기찬 내방객 불야성을 이루고 가네
돌 시비 하나 불철주야 님 맞으며 가네
하얗고 새까만 모자, 선글라스 쓰고 가네
속삭이며 미소 짓는 얼굴 눈 맞추고 걸어가네
핫플 명소로 입에 입을 물고 바람 타고 가네
지구촌 끝까지 가슴에 품고 옆구리 찌르며 가네
('황리단길' 전문)
황남동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활고에 견디다 못한 황남동 상인들이 찾아오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생계의 묘책을 고민하던 곳이었다. 거리엔 간간이 점을 보러 오는 사람의 발걸음과 점집의 대나무 깃발만 쓸쓸하게 바람에 날리던 지역이라, 시의 감동이 더 잔잔히 가슴에 와 닿는다.
한국 최고의 '경주 남산 돌'에, 지역 서예가 '효범 정수암 선생'께서 예서체 글씨로 새긴 '황리단길'시비는 TV 조선, KNN 등 전국 방송에서 전파를 타 더 유명해졌다. '황리단길'은 황남빵과 함께 경주에서 MZ세대와 외국인들 사이에 요즘 가장 핫한 단어로, 황남동과 이태원의 경리단길이 합쳐진 신조어이다. '황남동의 경리단길'이라는 뜻이다.
주한태 시인은 '황리단길 가네' 시집 서문에서 "남산 돌 하나 스치고 긴 숨결 황남길 흔적이 꿈틀거린다"며 "골목이 기지개 켜고 낯익은 그림들 수군거리고 어둠찬 등불 고개를 들고 새싹을 틔운다"고 말했다.
한편, 주 시인은 박목월 시인의 향기를 잇고 정통 서정시의 계보를 이어가는 시 전문지 '심상' 신인상을 받아 등단했고, 경주여고 교장과 화랑교육원장, 동리목월문학관장을 역임했으며 '뱅글뱅글 웃기만 해라' '첨성대 별' '청노루 똥은 하얗다' '황리단길 가네' 등 지금까지 8권의 시집을 펴낸 시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