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오전 부산 김해국제공항 내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의전시설 '나래마루'에서 6년4개월 만에 마주 앉았다.
두 정산의 만남은 지난 2019년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처음이다. 이번 회담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트럼프 2기 행정부 첫 미중 정상회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매우 기품 있고 존경받는 중국 주석과 다시 만나 영광"이라며 "우리는 이미 많은 것에 합의했고, 앞으로 더 많은 것에 합의할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30일 부산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연합뉴스
이어 "시 주석은 위대한 나라의 위대한 지도자이며, 오랫동안 환상적인 관계를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오전 9시43분 숙소인 경주 힐튼호텔을 출발해 전용 헬기 '마린원'을 타고 김해공항으로 향했다. 약 30분 후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예정 시각보다 45분가량 일찍 회담장에 도착해 시 주석을 기다렸다.
전용 리무진 '더 비스트'를 타고 나래마루에 입장한 그는 회담 시작 전 "다시 만나 반갑다. 매우 성공적인 회의가 될 것"이라며 "당신은 강경한 협상가다. 그건 좋지 않다"라고 농담을 던져 분위기를 풀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모두발언에서 "중미 관계라는 거대한 배를 안정적으로 항해시켜야 한다"라며 "여러 바람과 역풍, 도전에 직면하더라도 미중 관계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의견 차이는 불가피하지만, 두 경제 대국이 때로 마찰을 빚는 것은 정상적인 일"이라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중국의 발전과 부흥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목표와 상충하지 않는다"라며 "양국은 공동으로 번영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과 미국은 파트너이자 친구가 돼야 하며, 앞으로도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중미 관계의 굳건한 토대를 다지고 양국 발전을 위한 좋은 환경을 조성하겠다"라고 첨언했다.
또한 시 주석은 "며칠 전 양국의 경제·무역 협상팀이 주요 관심사를 다루는 데 기본적 합의를 이뤘고 고무적인 진전을 거뒀다"라며 "이는 오늘 회담을 위해 필요한 여건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25~26일 양일간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고위급 회담을 통해 형성된 '확전 자제' 합의 틀을 실질적 논의로 발전시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마지막으로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평화에 진심이며, 세계 여러 핫스팟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라며 "가자 휴전협정에 기여했고, 말레이시아에서는 태국·캄보디아 국경 관련 협정을 도출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 역시 캄보디아·태국 간 국경 문제 해결을 위해 역할을 해왔다"라고 부연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미 많은 합의를 이뤄냈고 지금도 더 많은 것을 합의하고 있다"라며 "시 주석은 매우 기품 있고 존경받는 지도자"라고 강조했다.
양 정상은 회담장 입구에서 악수를 나누며 서로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는 등 우호적 제스처를 보였다. 이번 회담은 양국 간 고율 관세 갈등 완화의 실질적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은 세 자릿수 관세와 무역 통제 조치를 주고받으며 긴장을 이어왔다. 하지만 최근 다섯 차례의 고위급 무역협상을 통해 일정 부분 공감대를 형성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말레이시아 협상 직후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를 유예하고, 미국은 다음 달 1일 예정된 대중(對中) 100% 추가 관세 부과를 보류하기로 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미중정상회담은 이러한 합의의 정치적 구속력을 강화하고, 실무협상을 '확전 관리' 단계로 끌어올리는 자리가 됐다.
시 주석은 이날 회담을 마친 뒤 경주로 이동해 31일부터 열리는 APEC 제32차 비공식 정상회의와 한중 정상회담(11월1일 예정) 등 2박3일간의 일정을 소화한다.
수행단에는 △차이치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서기처 서기 △왕이 외교부장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 △왕원타오 상무부장 등 외교·경제 핵심 인사들이 포함됐다.
일본 현지 언론은 오는 31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회담이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는 따로 제공할 정보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우리는 이미 많은 합의에 도달했다"라는 발언과 시진핑 주석의 "중미 관계라는 거대한 배를 안정적으로 항해시켜야 한다"라는 언급으로 요약된다.
이로써 양국은 확전 자제 기조 아래 단계적 관세 완화와 경제 협력 복원을 모색한다. 또 향후 무역·기술·에너지 등 실무협상에서 구체적 로드맵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